[라포르시안] 법원이 복부통증으로 내원한 8살 아이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3명의 의사를 법정구속하는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판결만 놓고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의료과오로 법적 처분을 받는 의사들은 많았지만,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거의 드물었다. 게다가 3명의 의사가 한꺼번에 금고형을 받고 교도소에 갇혔다는 사실에 의사 사회가 느끼는 두려움과 반발은 상당하다.

법원이 이처럼 이례적인 판결을 한 이유는 아이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명백한 의료과실이 작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3명의 의사가 소속된 병원에서 모두 4차례 진료를 받았다. 첫 번째는 응급실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소아청소년과에서, 그리고 네 번째는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4차례에 걸쳐 병원을 찾았을 때 아이의 고통은 제대로 진단되지 못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업무상 과실로 한 초등학생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한 책임은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 또한 피고인 중 누구라도 정확하게 진단했다면 그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책이 크다"라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3명의 의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가 모두 네 번에 걸쳐 병원을 찾는 동안 한 사람의 의사라도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맨 처음 응급실을 찾았을 때 촬영한 흉부 X-레이 검사에서 나타난 이상소견을 발견하고 추가 검사를 했더라면,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 의사가 기존 의무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추가 검사를 했더라면, 그리고 네 번째로 응급실을 찾았을 때 기존 의무기록과 영상검사 촬영 결과를 확인했더라면. 환자안전사고에 인용하는 '치즈이론'처럼 여러 가지 의료과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8살 아이는 결과적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의료계가 법원의 판결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치료 결과의 책임을 물어 의사에게 형사처분을 했기 때문이다. 소아에서 횡격막 탈장이 드문 사례임에도 진단 과정에서의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민사적인 배상 이외에 형사책임까지 묻는다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이러면 의료현장에 있는 많은 의사가 법적인 책임이 두려워 중환자나 응급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과를 기피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의료과오 관련 법적 소송이 많았지만 한꺼번에 여러 명의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의사 사회의 분위기는 공포에 가까울 정도다. 이런 식이면 '의사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것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다를 게 없다'라는 거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담당 의사들의 업무상 과실이 명백한 사안이기 때문에 의료계의 대응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소아에서의 횡격막 탈장이 흔치 않은 사례라 하더라도 관련 흉부 X-레이 영상을 볼 때 이상소견이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추가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적극적으로 살펴보지 못한 담당 의사들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오랜 경력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모든 환자가 다 의학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아파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완전성'이라는 의학의 특성을 고려하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의학지식을 총동원해 살피고 진단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점에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이적인 질병을 앓는 환자한테서 문제를 찾아내고 생명을 살리는 의사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해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료행위 도중 발생한 의사의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는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의사에게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정보를 취합해 완벽한 의학적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하고 또 요구한다. 그러기에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여러 제한이 있다. 대형병원의 값싼 의사인력 공급수단으로 전락한 전공의 수련교육,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지속할 수 있는 병원의 경영환경, 의학교과서보다 건강보험 급여기준이 우선하는 진료환경, 의료공급체계에서 국가 책임의 부재 등 구조적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의학의 불완전성은 증폭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의사이자 저명한 과학 저술가인 아툴 가완디는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이란 책에서 '의학은 불완전한 과학이며, 부단히 변화하는 지식, 불확실한 정보,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인간들의 모험이며, 목숨을 건 줄타기이다....우리가 아는 것과 우리가 목표하는 것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고 했다. 의학의 불완전성은 현대의학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자 동시에 커다란 딜레마다. 불확실하고 불완전한 의학과 완벽한 의학적 판단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사회 전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판단도 그런 맥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삭발을 한 채 사법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의사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의사 집단 내부적으로는 이런 모습이 의업을 지키기 위한 행동처럼 보이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잘못된 동업자 의식처럼 비칠 수 있다. 의업의 위기에 대한 분노와 동업자 의식의 발로에 앞서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고통과 죽음을 향한 애도가 먼저다. 분노와 저항은 그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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