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건욱(서울대 의대 핵의학과 교수·대한나노의학회 회장)

[라포르시안] 핵의학이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해 인체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상태를 진단·평가하고 치료하는 의학 분야로,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핵의학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갑상선암이나 뼈전이암 치료는 물론 소아의 신경아세포종, 성인의 신경내분비종양 등의 영역으로 치료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에도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질환인 신경내분비 종양은 국내 환자 수가 약 1,000여명으로 추산되는 희귀질환이다. 다행히 이 질환은  '루테슘-177 도타테이트'(lutetium Lu 177 dotatate)라는 해당 암세포에 달라붙는 방사선동위원소 의약품을 투여해 암세포를 추적 파괴하는 '방사선 미사일'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진단은 받을 수 있지만, 치료를 할 수는 없다. 관련 치료제가 도입이 안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신경내분비 종양 환자들은 말레이시아를 찾아 엄청난 비용 부담을 떠안으며 원정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핵의학 분야 권위자인 강건욱 서울의대 핵의학과 교수를 만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일반인에게 핵의학 분야는 생소한 편이다. 
 
“핵의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이용해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 분야이다. 대표적인 게 방사선 요오드이다. 방사선 요오드는 아니러니하게도 갑상선 암을 발생시키면서 동시에 갑상선 암을 진단·치료하는데 쓰인다. 해외에서는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국내에는 1960대에 도입됐다. 핵의학의 장점은 치료도 되지만 진단도 같이 된다는 점이다. 방사선 요오드는 베타선과 감마선을 동시에 낸다. 베타선은 주변의 암세포를 죽이고, 감마선은 몸 밖으로 빠져나오면서 전신의 약의 분포를 다 보여 준다. 환자에게 약 치료가 될지 안 될 지를 판단할 수 있다. 기존 항암제는 약을 쓰고 난 다음 3개월 후 CT 또는 MRI 찍어 보고 진행상황을 알 수 있지만, 핵의학은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하고 나서 2~3일 후 전신 촬영을 통해 다른 약물로 바꿀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갑상선암 말고도 스티브 잡스가 앓았던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에도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이다.”
 
- 신경내분비 종양은 어떤 질환인가.
 
“신경내분비 종양은 희귀질환이다. 신경계와 내분비계 조직이 뭉쳐 발병하는 종양으로, 국내 환자 수는 약 1,0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스티브 잡스도 스위스에 가서 임상시험 하는 약을 썼는데, 그게 바로 핵의학 치료였다. 핵의학은 방사선 치료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장비를 사용해서 쏘는 방식인데, CT나 MRI를 통해서 암 덩어리가 눈에 보여야 치료할 수 있다. 핵의학은 방사성 동위원소에 표준물질을 붙여 놓으면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특히 아주 미세하게 전이된 암 덩어리까지 찾아내는 장점이 있다.”
 
-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인 ‘루타테라’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인가. 
 
“루타테라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으로부터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종양(GEP-NET)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국내에는 아직 도입이 안됐다. 그 이유는 국내 시장이 작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러다 보니 환자들은 우리나라 보다 의료 수준이 낮은 말레이시아 등으로 해외 원정 치료에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말레이시아로 보내는 환자들이 50여명 된다. 현재 말레이사아에는 유럽 IBA라는 회사가 루타테라와 같은 성분의 약품을 독일이나 호주 등을 통해서 공급하고 있다. 가격은 7,000달러(791만원)로 루타테라와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다. 
국내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원정치료를 한 번 다녀올 경우 비행기 값 포함하면 1,0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그런데 환자가 국내에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입해 치료를 받으면 2,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으면 더 저렴해야 하는데 역전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재난적 의료라고 해서 1년에 한번 3,000만원까지 비용을 지원해 주고 있다. 방사선 미사일 치료는 1년에 4번 받는 치료 코스임을 감안하면 환자들이 감당하기에 너무 버거운 수준이다.”
 
- 식약처는 방사선 미사일 치료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초기 임상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임상(동물)부터 다시 하라는 얘기다. 외국에서 이미 20년 이상 사용한 약물인데 다시 전임상부터 하게 되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세상에서 최초로 한다면 전임상을 하라는 논리에 동의할 수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인종별로 약물효과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임상시험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식약처는 과연 같은 성분의 약물을 들어오느냐는 의심인 것 같다.”
 
- 희귀질환의 경우 의사의 책임 아래 사용할 수 있는 ‘동정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는데.   
 
“우리나라도 동정적 치료 방식을 허용 한다면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신경내분비 종양치료제를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환자들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나갈 필요가 없다. 동정적 치료는 반드시 핵의학 치료 분야에서만 되는 것은 아니고 모든 항암 분야에서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 해외에서 근거가 있으면 그 근거를 중심으로 치료를 할 수 있다. 다만 의사가 자율적으로 판다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 패널로 관련 질환 위원회를 만들고, 문헌 검토를 통해 충분히 안전성과 유효성 테이터를 확보해 말기암 환자들에게 동정적 치료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 핵의학 치료는 면역항암제 치료와 어떤 차이점이 있나.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성화 시켜 암세포를 찾아 없애도록 하는 방식이다. 핵의학에서는 질병이 있는 특정 조직이나 세포에만 모이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환자에게 투여해 질병을 치료한다. 방사성의약품은 표적에 달라붙어서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으로 방사선 물질을 끌고 들어가 종양을 파괴하는 것이다.”    
 
- 핵의학 치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 졌나.
 
“미국도 최근에 와서 핵의학에 대해 별도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기존의 의약품은 약물 자체가 독성을 나타내는데, 핵의학 약물은 보통 마이크로 용량 mg을 주면 1/3정도 밖에 안 나온다. 지난 6월 미국에서 방사선 치료의약품의 가이드라인이 나왔고, 올해 말 쯤 최종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 같다. 우리나라도 식약처가 미국 최종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핵의학 치료 인식을 넓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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