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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5가지 불편한 오해은재상(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촉탁의)

얼마 전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사실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라 특별할 것은 없었고, 내용 자체도 이전에 나온 기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그렇지만 읽다 보니 좀 불편해지는 것도 여전한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곤 하는데 여전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단하게 잘못된 항생제에 대한 상식들과 언론에서 말하는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항생제 내성’은 항생제를 많이 복용해 항생제가 몸에 안 듣게 되는 것을 말한다?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기사가 늘었지만 아직도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항생제 내성이란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균주 자체가 변이를 일으켜 항생제에 저항성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이제는 상당히 유명해져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이름을 알고 있을)MRSA(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나 VRE(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같은 것들이다. 항생제가 몸을 공격하는 게 아닌데, 우리 몸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다는 건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항생제 내성균이라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계 전체, 나아가서 인류 전체에 해당되는 문제이다. 때문에 항생제 내성을 우려해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하지 않거나 꺼릴 필요가 전혀 없다. 이 기회에 언론에서도 명칭을 좀 바꿔 줬으면 싶다. '항생제 내성'이라는 말은 뒤에 항상 '균주'가 붙게 된다. 그러니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항생제 내성'이라는 표현 대신 '항생제 내성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좋겠다.

▲항생제 내성균은 항생제 오남용 때문에 생긴다?

항생제 내성을 다룬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의사들의) 항생제 오남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생긴다'라 지적이다. 이건 엄밀히 말해 틀린 이야기다. 항생제 오남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는 게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항생제 '사용' 때문에 항생제 내성이 생기는 것이다. 항생제 오남용은 그 내성균의 출현을 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양궁을 비유로 들어보자. 양궁 선수가 과녁을 향해 활을 쏜다. 화살은 과녁의 10점에도 맞고 8점에도 맞고 6점에도 맞을 것이다. 그렇게 쏘다 보면 언젠가 과녁에 맞지 않는 화살이 생긴다. 화살을 항생제, 화살이 빗나가는 시점을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이라 생각하면 된다.  양궁 선수의 실력이 뛰어나면 웬만해서 화살이 과녁 자체를 빗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지만 언젠가 한 번은 빗나갈 수밖에 없다. 내성균은 그렇게 생기는 것이다. 항생제의 사용에는 필연적으로 내성균의 출현이 따르게 된다.

그럼 오남용이라는 건 뭐냐? 양궁의 비유로 계속 이야기하자면, 오용은 양궁 선수의 실력, 남용은 연습 횟수라 생각하면 맞을 것 같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화살을 쏘게 되면, 빗나가는 화살이 생기기가 훨씬 쉬울 거고, 화살을 더 많이 쓰면 더 빨리 빗나가는 화살이 생길 수밖에 없다.(비유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일 뿐, 완전히 똑같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항생제 오남용은 내성균의 출현을 앞당기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오남용은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오남용 '때문에' 내성균이 생긴다는 건 엄밀히 말해 잘못된 표현이다. 오남용이 없더라도, 내성균은 언젠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항생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를 ‘많이’ 투여하기 때문에 생긴다?

결론적으로 이 명제는 반절만 참이다. 오남용은 '오용'과 '남용'을 합친 말이다. 말 자체에 '많이 쓴다'라는 뉘앙스가 있고, 언론도 사실 이런 부분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항생제 오남용은 '필요보다 적게' 쓰는 경우를 포함시켜야 한다. 좀 더 세분하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상황을 꼽을 수 있다. 

- 오용의 예

(1) 의사가 처방해준 항생제를 빼고 먹는 상황(2) 처방된 항생제를 명시된 복용 방법에 따르지 않고 불규칙적으로 먹는 상황(3) 처방된 항생제가 포함된 약을 먹다가 증상 호전 등의 이유로 임의로 중단하는 상황(4)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를 복용하는 상황 - 대표적인 경우가 이전에 먹다 남은 약을 먹는 경우

 - 남용의 예

(1) 항생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 항생제를 처방하는 상황(2) 이미 치료되었는데 항생제를 계속 쓰는 상황(3)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를 복용하는 상황 - 오/남용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겠죠.

'남용' 부분에서는 확실히 의사 쪽의 문제가 크다. 그러나 '오용'의 경우를 보면 실은 환자 측의 문제가 더 크다. 남용은 의사의 처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오용은 의사의 처방에 따르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단순히 '많이 쓰는'게 항생제 오남용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게 쓰는 것', '임의로 중단하는 것' 역시 오남용의 범주에 들어간다.  

적게 써서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경우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결핵'이다. 결핵은 약을 최소 6~8개월간 복용해야 하며, 다 복용한 후엔 반드시 검사를 통해 완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결핵 자체가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약 자체가 부작용이 있으며, 복용하다 보면 증상이 완화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완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한다. 이게 바로 '항생제 오용'이다. 약을 임의로 중단했기 때문에 완전히 완치되지 않은 결핵균이 내성을 얻게 되기가 매우 쉬운 상태가 된다.

▲ 급성상기도 감염 항생제 처방률 연도별 추이<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항생제 내성균은 의사들이 항생제를 남발해서 생긴다?

이런 지적은 항생제 내성균 출현의 원인을 '의사'와 '의료계'로만 돌리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사실 이 명제는 참이냐 아니냐를 떠나 '보험 재정'과 관련된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지만 그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언급할까 한다.

여기서 문제 하나. 남용과 오용 중 항생제 내성균 출현에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무엇일까? '빈도수'를 따지면 당연히 남용이 많다. 하지만 개별적 케이스당 내성균이 생길 확률을 따져 보면 오용이 높다. 즉, 항생제 내성균은 의사와 환자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이다. 완전히 때려눕혀 버리는 것과 적당히 봐 주는 경우에 어느 쪽에 상대가 일어날 확률이 높을까를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결핵'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결핵 내성은 대부분이 환자의 임의 치료 중단에 의해 발생한다. 최근 서울시가 노숙자들에게 결핵 검사를 실시해 일괄 치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취지는 참 좋은 일이지만 그 많은 노숙자들을 추적 관리하는 게 가능할까 싶다. 관리할 자신이 없으면 접어주기를 당부한다. 잘못하다가는 대재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용'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빈도수로 따지면 이쪽이 훨씬 많고 항생제 사용율과 내성균 출현율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지닌다. 따라서 '양쪽 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의료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환자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사의 처방에 잘 따르는지의 여부를 '환자의 compliance'라고 부FMS다. 환자의 compliance는 항생제 내성균뿐만 아니라 환자 본인의 치료 효과와 예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꼭 명심해야 한다.  

▲감기는 바이러스질환이라 항생제가 필요 없다. 따라서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는 건 의사의 항생제 남용이다?

앞의 명제 자체는 참이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 맞다. 따라서 항생제는 별 효과가 없다. 그럼 뒤의 명제 역시 참일까? 그러려면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바로 임상, 특히 대부분의 감기 환자를 보는 1차 진료 현장에서 '바이러스 감염인 감기와 세균 감염이 완전히 구분 가능하다면'이라는 조건이다.

의사는 바보가 아니다. 절대 세균 감염이 아니면 당연히 항생제 처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임상에서 곧바로 구분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증상, 진찰, 검사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추측은 할 수 있지만 완전히 구분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간단히 '감기'라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감기 중 일부는 국소 세균 감염으로 진행되고, 일부는 기관지염으로, 중이염으로, 부비동염으로 번진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폐렴이 생기고 패혈증으로 진행된다. 물론 이렇게까지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조금만 세균 감염으로 보여도 '예방적으로', '방어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는 부분이 분명 있다.

사실 이 부분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제일 좋은 건 세균 감염의 확률이 낮으면 항생제를 쓰지 않고 보다가 세균 감염의 징후가 생기면 쓰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진료 환경이란 게 그렇게 이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환자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5분이 채 안 되고, 그 시간동안 그런 검사들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는 환자의 상황도 마찬가지인데, 감기 걸린 걸 가지고 하루 또는 이틀에 한 번씩 병원을 올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지난 토요일 밤에 본 사람이 다음 토요일 밤에 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우리나라는 질병에 대해 그렇게 느긋하고 철저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의사의 처방이 어느 정도 과잉이 되는 건 맞다. 이 부분은 사실 의사들도 참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최근 심평원에서는 항생제와 주사제의 약제 적정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10년 전에 비해 50%정도가 감소했다고 한다.(관련기사 : 감기 항생제·주사제 처방률 10년새 절반으로 ‘뚝’ ) 문제는 심평원에서는 ‘사용이 줄었다’라는 발표만 할 뿐 항생제 사용이 준 것이 항생제 내성균 발생율이나 부작용 발생율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는 점이다. 사실 중요한 건 그 뒤쪽인데도. 반쪽조차 안 되는 발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항생제 남용을 줄이자는 취지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의사들의 항생제 남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이런 식의 일괄 규제만이 과연 방법일까에 대해서는 분명 의문이 든다. 더구나 ‘몇 퍼센트까지 줄이자’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 수치는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도 의심스럽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항생제 사용은 의사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며, 필요한데도 적절히 쓰지 못할 경우 오히려 내성균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맞춤식 규제는 의사들의 진료 자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면도 고려해야 한다. 심평원의 규제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거나, 의사들의 처방을 심사하고 제한하는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근거를 들어 제한을 했으면, 제한이 최초의 근거를 만족시키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생제 제한으로 인해 내성균 출현과 부작용 감소가 유의하게 감소했는지 확인하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의사가 적절히 판단할 수 있도록 제한을 완화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항생제를 줄이자고 했고 실제로 줄었다’를 실적으로 착각하고 거기서 끝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재상은?

2007년 가톨릭의대 졸업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인턴 과정 수료2008년~2011년 4월 군의관 복무. 현재 보라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촉탁의로 근무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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