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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건강보험 개혁’ 성과는 없고 각다분하다
  • 김상기 편집부국장
  • 승인 2013.03.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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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피곤한 세상이다. 주위 모든 상황이 끊임없이 바뀌고, 개혁한다. 때로는 개혁마저 개혁한다. 의료계도 말할 나위 없다. 자고나면 새로운 보건의료 정책이 쏟아진다. 또 법이 바뀐다. 특히 지금은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안 돼 보건의료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또 요구한다. 작년 12월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의료생태계에 큰 영향을 주는 정책이 마구잡이로 나온다. 정책 피로도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변화는 요원하다. 총론은 없고 각론만 넘친다. 건강보험제도와 의료시스템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지나치게 미시적인 관점의 논란뿐이다. 결국은 모든 문제가 저수가에서 비롯됐고, 해결책은 오로지 수가 현실화로 귀결된다. 지난해까지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발전과 의료전달체계 확립, 일차의료 활성화 등의 의제를 붙들고 논쟁과 갈등을 이어갔지만 어영부영 시간만 다 보냈다. 꽉 움켜진 모래알이 다 쏟아지고 빈손만 남았다. 참 각다분한 날들이다.며칠 전 국회에서 ‘건강보험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란 다소 거창한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행 건강보험 제도상 부과체계의 불공정성과 비합리적 급여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위협받는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토론회의 주제발표를 맡은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건강보험제도의 모든 문제가 ‘저보험, 저부담, 저수가’로 상징되는 ‘1977년 패러다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이 건강보험 구조 개혁의 마지막 기회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의료보험 달성 이후 건강보험 적립금이 1년 치 급여비를 충당할 수 있었던 1990년대 중반이 급여구조 개혁을 이룰 수 있었던 최적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건강보험을 통합하면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도 보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정치적 논리에 밀려 구조 개혁 적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적기는 놓쳤지만 현 시점이 여야 모두 복지 확충을 주장하고 국민적 합의 도출이 용이해 제2의 구조 개혁을 위한 적기이다. 이마저도 놓치면 모순된 구조로 건강보험을 운영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다소 과장된 전망 같기도 하다. 그러나 큰 틀에서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건강보험제도 상의 모든 문제는 왜곡된 프레임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면서 단기간 내에 전국민 의료보험이란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저수가-저부담-저급여’란 3저 시스템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12년만에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사회보험제도를 달성하는 세계사에 유례 없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3저 시스템의 폐해도 컸다. 저수가로 인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수익 보전이 힘든 병의원들은 비급여 진료, 박리다매식 3분진료와 과잉진료를 양산했다. 환자들은 낮은 보장성 탓에 큰 병에 걸리면 '재난적 의료비' 폭탄을 맞고 가정경제가 파탄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의약품 리베이트와 의료전달체계 왜곡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건강보험 개혁의 핵심은 낮은 건강보험료 부담과 그로 인한 낮은 보장성을 바꾸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정부는 국민들의 추가 보험료 부담없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생각인 것 같다. 터무니 없는 발상이다.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꼼수에 불과하다. 적정 보험료 부담과 적정 보장성이 원칙이다.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누적흑자 3조41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적정 보험료 부담을 논의하고, 나아가 적정 급여화와 적정 의료수가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건강보험 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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