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완(고신대학교복음병원 유방외과 교수)

[라포르시안] 유방암은 질환의 특성상 치료 후 10년, 20년 뒤에도 재발 가능성이 커 완치가 어렵다. 또한 병기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점차 낮아져 꾸준한 스트레스 관리와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질환이다. 조기 유방암보다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법으로 ‘단일항암화학요법’이 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인 전이성 유방암 단일요법 치료제가 지난 2013년 국내 첫 승인 이후 치료 효과는 물론 환자 ‘삶의 질’까지 고려한 치료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유방암 치료 전문의 전창완 고신대학교복음병원 교수를 만나 단일요법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 어떤 혜택을 주고, 앞으로 치료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고신대복음병원에서 이뤄졌다.

- 전이성 유방암은 어떤 특징이 있고, 현재 치료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전이성 유방암은 다른 전이성 고형암에 비해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수술 치료에 대한 반응률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전체 생존율도 더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뇌 전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생존기간이 6개월, 간 전이 환자는 2년, 뼈 전이 환자는 3년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치료제의 발전으로 생존기간이 평균 3~5년으로 증가했다. 요즘에는 생존기간 연장뿐만 아니라 재발이나 전이로 인한 고통을 해소해 주는 치료제도 많이 나왔다. 따라서 이제는 환자들도 치료를 포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으며, 의료진도 치료 목표로 생존기간 연장과 더불어 환자 삶의 질 향상까지 고려하고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생존기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9개월에 불과했으나, 최근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들의 등장으로 약 3년 이상 생존이 가능하게 됐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전이가 없는 유방암 환자의 경우 치료 목표가 완치이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완치 혹은 단순한 생존기간 연장보다는 삶의 질 향상을 더 큰 치료 목표로 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유방암 환자 치료에 항암제 반응률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 동안 얼마나 좋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한다. 

이러한 치료 목표 변화에 따라 반응률은 높지만 독성 및 부작용 위험도 높은 병용요법보다, 치료 효과도 좋으면서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경감시키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단일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ESMO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유방암 치료 목표로 환자 삶의 질 유지를 제시하고 있으며, ASCO 가이드라인 역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단일요법의 우선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교려한 치료법으로 단일요법이 중요한 것 같다. 단일요법의 치료 효과는 어떤가.

“기존에는 치료 반응률을 가장 중시했기 때문에 탁산, 안트라사이클린을 기본으로 하는 병용요법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나 이 치료법들은 효과는 좋으나 근육통, 빈혈, 구토 등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단일요법은 투약하는 과정에서 의료진 및 환자에게 모두 편의성이 높은 치료법이며, 환자 삶의 질 유지를 가능하게 해준다. 단일요법은 투약시간이 보통 30분 이내로 짧고 투약 시 발생하는 부작용이 비교적 적어 항구토제 등 부작용을 경감시키는 치료제를 추가 투여하지 않아도 된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중 대표적인 단일요법 치료제로 ‘할라벤’을 꼽을 수 있는데, 투약시간이 3~5분이내로 짧아 입원 없이 간편하게 투약이 가능하다. 또한 생존율을 약 3개월 향상시키고 치료 후 1년 이상 경과해도 생존율이 유지되어 독성 대비 치료 효과도 높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3차 치료 대상 환자들에게 할라벤 단일요법을 처방한 결과, 부작용 발생률은 적으면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인 케이스가 많이 누적됐다. 삶의 질 측면에서도 단일요법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 단일요법 치료제가 환자 치료 만족도 향상에 크게 기여하지만 국내에서는 치료 접근성이 높지 않는 것 같다.

“재발이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치료가 반복될수록 부작용, 신체에 누적되는 독성 등의 문제로 치료 의지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1차 치료에 효과가 좋으면서 부작용 및 독성이 적은 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2차나 3차 치료 시 항암치료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을 줄이고 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급여 구조는 1차 치료에 독성이 높은 치료제가 많이 배치돼 있고, 오히려 3차에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독성은 낮은 치료제가 배치돼 있어 안타깝다. 2차 치료에 효과를 입증해 적응증은 획득했지만, 급여 허가 문제로 실제 현장에서는 3차로만 사용이 되고 있다. 의료진으로서 환자에게 치료제를 처방할 때는 보험 급여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적응증 및 급여 허가 간극으로 독성 적은 치료제를 조기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 환자 삶의 질 측면이나 비용 효과성 면에서 우수성이 확인된 약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독성이 적은 치료제는 환자가 치료를 훨씬 더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전이성 유방암 항암제 중 경구약을 제외하고 할라벤처럼 투약이 간편하면서 반응률이 높은 치료제가 많지 않다.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는 환자들이 조기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환자 건강권에 대한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에서 환자들을 위해 치료제 급여 확대를 지원해주려면 치료에 대한 임상 근거 확보가 필요하다. 제약사나 관련 연구자들이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해 근거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조기 유방암 검진법과 최근 들어 젊은 유방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

“현행 건강검진 가이드라인에서는 유방암 검사는 40세 이후 2년 간격으로 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유방촬영술은 국가에서 지원해주고 있으나, 초음파 검사는 지원되지 않는다. 치밀유방인 여성 등 유방촬영술 상에서 명확한 판단이 어렵거나, 가족력이 있는 여성, 젊은 시절에 다른 암에 걸린 여성은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함께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인 여성은 치밀 유방인 경우가 많은데, 치밀 유방은 유방 조직이 많아 유방촬영술로는 암세포를 발견하기 힘들어 초음파를 같이 시행 하는 것이 좋다. 기존에는 서구와 달리 폐경 전 환자를 의미하는 ‘젊은 유방암’이 많았다.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폐경 전 환자보다 폐경 후 환자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도 식습관 등에서 서구 모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폐경 후 환자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의 건강보험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자 진료 시 환자의 상태, 의료진의 지식 및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제 결정을 하기 보다는 건강보험공단의 급여 고시를 기준으로 치료제 결정을 내리게 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환자 신체 상태를 고려하였을 때 고시를 따른 치료법이 적절하지 않은 예외의 케이스가 있지만, 공공보험에 얽매여 치료를 하다 보니 부작용이 많더라도 약가가 낮은 치료제들을 우선 사용하게 된다.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들이 보험 급여 문제로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는 현 상황이 개선되고, 의료진이 환자의 건강권을 우선으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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