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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1978년 알마타 선언’…누가 일차의료를 망쳤나

1978년 9월.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위치한 알마티란 도시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후원으로 국제의료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일차보건의료(primary health care)의 개념을 정립한 ‘알마타 선언’이 채택됐다. 알마타 선언에서 규정한 일차보건의료는 단순히 일차진료를 넘어 국가보건체계의 중심적 기능을 담당하며 개인·가족 및 지역사회를 위한 건강증진, 예방, 치료 및 재활 등의 서비스가 통합된 기능을 의미한다. 'Health For All'을 위한 의료시스템을 제창한 것이다.

30여 년이 훨씬 지난 요즘, 일차의료 활성화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일차의료 활성화란 구호를 입버릇처럼 돼낸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정부를 상대로 투쟁과 협상을 번갈아 하고 있다. 현재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일차의료 활성화의 골자는 저수가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불리한 초재진료와 차등수가, 의료기관 종별가산율 등의 수가제도 개선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이 핵심이다.

이런 주장은 일차의료를 상징하는 동네의원 경영개선과 맥이 닿아 있다. 개원가는 동네의원이 붕괴되면 곧 일차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차의료 활성화는 얼핏 동네의원 살리기처럼 들린다.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게 있다. 과연 모든 동네의원이 일차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차의료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필요하다.

일차의료의 속성으로 ▲최초 접촉 ▲관계의 지속성 ▲서비스의 포괄성 ▲조정 기능 등 4가지를 꼽는다. 환자가 몸이 아파 의학적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첫 관문 역할을 하고, 환자의 건강문제 대부분을 진료할 수 있는 포괄성을 지녀야 한다. 또 복잡하고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담당하고 연결하는 조정성과 언제나 환자를 계속 보살펴 주는 지속성을 지니는 의료서비스가 바로 일차의료다.

그런 속성을 따져 볼 때 과연 여기에 부합하는 동네의원은 얼마나 될까 싶다. 성형외과나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은 일차의료의 속성을 충족하지 못하다. 서비스의 포괄성이나 조정 기능 측면에서 무언가 부족하다. 내과나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등이 그나마 일차의료 속성에 부합한다. 하지만 일부 내과나 소청과, 가정의학과의원은 돈이 되는 비급여 진료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 일차의료에는 질병 치료 기능뿐만 아니라 건강상담과 교육, 질병예방 등의 역할도 요구된다. 지금 같은 의료환경 속에서 동네의원에 그런 기능을 기대하기란 언감생심이다. 

불편하지만(?) 또 OECD를 인용하자. OECD는 지난해 '한국 의료의 질 검토 보고서'(OECD HEALTH CARE QUALITY REVIEW: KOREA)를 펴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일차의료의 기능이 취약해 '게이트 키핑'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과 의원이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고 분석해 놓았다. 의원은 외과 수술과 입원서비스를 제공하고, 대형병원은 대규모 외래진료 부서를 운영하는 등 의원과 대형병원이 서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과잉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차의료와 병원 진료가 구분 없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엉망이란 말이다.

지금 의료계가 제기하고 있는 일차의료 활성화 주장을 보면 진정한 의미의 일차의료와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동네의원 경영환경 개선 요구에 가깝다. 시민사회가 의료계의 주장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일차의료 시스템은 국민들의 건강 형평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의 주요 보건의료 이슈에 적극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의협이 제기하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은 그렇지 못해 아쉽다. 

현재 우리나라는 일차의료 의사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질병도 단과전문의, 세부전문의가 담당하고 있다. 간단한 진찰로 해결할 수 있는 질환도 고가의 검사 및 치료 장비에 의존한다. 의료자원에 대한 과잉 투자와 낭비, 무분별한 병상 확충, 의료전달체계의 비효율성 등이 초래한 결과다. 이런 배경에는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을 방치하고, 민간의 의료자원에 의존해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한 책임이 크다. 그러면서 공보험 제도를 도입해 지금과 같은 모순적이고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속에서 일차의료 역할은 실종됐다.

진정한 의미에서 일차의료 활성화가 되려면 의료공급 시스템과 제도 전반을 뜯어 고쳐야 한다. 국내 의료환경에 적합한 일차의료 서비스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전향적 자세와 적극적 재정 지원 및 투자다. 일차의료를 전담하는 의료기관이 적정진료를 통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끔 수가 구조와 진료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일차의료기관이 지역사회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특히 지역·소득계층간 건강 형평성을 보장하는 균형추로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의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제는 정부가 나설 때다. 지난 수 십 년 간 책임은 지지않고 규제자 역할만 수행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김상기 편집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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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신한 헛소리 2019-05-20 20:53:17

    우리나라처럼 1차 진료에서 전문의가 저렴한 가격으로 진찰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각 과에 적합한 질환은 대부분 첫 진료시에 진단이 내려지며
    자기 분야가 아닌 질환은 해당 전문의의 진료과로 이송이 되고 있어요.

    1차진료라며 일반의의 단계를 하나 더 거치는 건 의미없는 행동이다.
    단계를 거치며 시간 비용 낭비, 진단이 길어지는 부작용이 생기지요.
    외국도 전문의가 90%이상이라면 쓸데없는 단계를 생략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걸 알겁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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