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혐의 부인에 증거인멸 우려 판단한 듯...법조계 "신생아 4명 집단 사망, 극히 위중한 사건"

[라포르시안] 법원이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3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구속 결정의 이유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신생아 사망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7명의 의료진 중 신생아중환자실 담당 교수 2명과 간호사 2명 등 4명에 대해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4명의 의료진 중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를 비롯한 3명에 대해서 구속 결정을 내렸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법원의 구속 결정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특히 신생아 4명의 사망 원인이나 누구의 과실로 사망에 이르렀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인과관계와 범죄에 대한 물증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초 조 교수의 변호를 맡은 C법무법인 측도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수사가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공개한 C법무법인의 변론요지서를 보면 감염경로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신생아들에게 투여한 지질영양제를 분주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지질영양제의 상온보과과 신생아 사망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 등을 주장하는 데 집중했다.

감염원인에 대해서는 의학적 다툼의 소지가 있고, 신생아중환자실 내 감염관리감독 업무 역할에 대해서 관련 규정이 상이하다는 점도 적극 강조했다.

신생아 사망 이후 경찰청 의료사고수사팀에서 모든 피의자들의 주거지와 병원근무지 등을 압수수색해 핸드폰 및 컴퓨터를 압수수색하고, 조수진 교수가 현재 정기적으로 항암치료 및 정신과치료를 받고있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도 주장했다. <관련 기사: "인력 부족 방치한 이대목동병원장·재단 이사장도 처벌해야">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현행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구속영장의 발부 결정시 증거인멸 우려 여부는 ▲인멸의 대상이 되는 증거가 존재하는지 여부 ▲그 증거가 범죄사실의 입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지 여부 ▲피의자측에 의하여 그 증거를 인멸하는 것이 물리적·사회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피의자측이 피해자 등 증인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압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해 결정한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번 사건은 질병관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및 수사를 통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 시트로 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위법한 관행을 묵인·방치해 지도·감독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 교수 등 4명의 의료진이 신생아중환자실 내 감염위험성이 높음에도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이를 관행적으로 묵인하고 방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면 변호인과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신생아중환자실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저수가 등의 시스템상의 문제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그런 문제가 있더라도 부실한 감염관리를 지도·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조 교수 등이 잘못된 감염관리 관행을 방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4명의 신생아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련 기사: 사망 신생아 유족들의 눈물과 실망..."이건 기대했던 토론회가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이 지난 4월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변호사, 의료계 인사들과 함께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조수진 교수 등이 지난 4월 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변호사, 의료계 인사들과 함께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경찰의 이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의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변호인을 통해 경찰이 제시한 혐의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면서 스스로 '증거 인멸의 우려'를 부각한 점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법률전문가들은 의료사고에서 의사가 구속되는 일이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법원의 구속 결정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모 법무법인 소속 A변호사는 "변호인 측의 변호 전략이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면 변호인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신생아 사망 책임이 의료시스템과 보건당국, 병원에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럴 경우 법원에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무엇보다 한 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병원 내 세균 감염으로 1시간 30여분 사이에 잇달아 숨진 것은 대단히 위중한 사건"이라며 "의료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를 의료시스템이나 제도와 병원 탓으로 돌리고, 의료진은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기 때문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사고 형사소송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의료사고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B변호사는 "우리나라는 형사재판에서 무죄선고율이 극히 낮은 편"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형사사건에서는 상당히 신중한 변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의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형사재판의 1심 무죄율은 0.71%, 2심 무죄율은 1.58%에 불과하다.

B변호사는 "의료전문가인 피의자를 대리해 적절한 변호 전략을 세웠는지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의 변호를 맡은 C법무법인 L변호사는 "이번 영장발부 사유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감염과실의 책임여부에 대한 조사가 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며 "이런 사유를 가지고 의사와 간호사를 구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L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변론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별로 각각 별도 변호인을 두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 출신 변호사가 포함된 변호인단을 구성해 공동 변호를 했다"며 "경찰의 수사 상황을 보고 조만간 구속된 의료진에 대한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계획이다. 법원에서도 구속적부심 청구를 받아들여 석방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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