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심의위, 마지막 4차회의까지 마쳐...'외국인 전용병원' 조건 개설 허가 다수의견
관련법상 '내국인 진료금지' 규정 없는 상태서 외국인 전용 의미없어

[라포르시안] 제주특별자치도의 '제1호 외국영리병원' 설립 승인 여부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녹지국제병원 설립과 운영에 국내 의료자본이 중국 현지기업과 협력해 우회적으로 영리병원 사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관련 기사: 싼얼병원보다 더 수상한 녹지국제병원, 제주 영리병원은 정말…>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외국인 전용 영리병원'으로 승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제주도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 등에 따르면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위원장 전성태 행정부지사)는 지난 달 지난달 24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첫 번째 심의를 시작으로 지난 26일 마지막 4차 회의를 열고 개원 허가 여부를 안건으로 놓고 비공개로 심의했다.

본지가 보건의료정책심위에 참여한 위원들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이날 회의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승인하는 쪽의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 15일 열렸던 3차 회의에서 전성태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6일 열린 4차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이 방안을 놓고 위원들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수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4차 회의에서 다수의 심의 위원은 ▲"녹지국제병원의 진료 대상으로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설립 승인을)결정했으면 좋겠다" ▲"녹지국제병원의 설립 승인을 불허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곤란한 상황인거 같다. 그런데 녹지국제병원에서 외국인만 진료한다는 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게 가능하다면 설립 승인도 가능할 것 같다"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관광객만 대상으로 한다면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 같다. 다만 그 부분에 대해서 녹지국제병원이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표 제작: 라포르시안
표 제작: 라포르시안

반면 일부 위원들은 외국영리병원 개설 승인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제주 지역 시민단체 소속의 한 심의 위원은 "녹지국제병원을 영리병원으로 개설 승인을 해서는 안 된다"며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로 전환하는 데 찬성이며, 외국인 전용병원 관련해서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영리병원 개설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적근거도 없는 상태에서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개설 허가를 내는 게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나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상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없다. 경제자유구역특별법에는 외국의료기관의 내국인 진료금지 조항이 있어지만 지난 2005년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없앴다. <관련 기사: 제주·경제특구 외국영리병원 세워져도 괜찮다?…이걸 보고도 그런 말 나오나>

이 때문에 녹지국제병원이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허가를 받더라도 내국인 진료를 거부할 경우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 저촉될 수 있다.

이 위원은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승인하는 데 있어서 제주 보건의료 특례 조례에서 규정한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례에 따라 지금이라도 승인기준을 채우도록 지시하든지 그렇지 못할 경우 개설 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며 "또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 의혹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 과정에서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투자 의혹을 사고 있는 미래의료재단 소속 의료진이 녹지국제병원 소속 의사로 등록돼 있는 점과 미래의료재단이 녹지국제병원 개원 관련 자문컨설팅을 한 것이 국내 의료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관계자는 "미래의료재단 소속의 의사가 녹지국제병원 의사로 등록돼 있는 게 확인됐다"며 "실질적으로 개원 컨설팅만 했는데 녹지국제병원에 미래의료재단 소속 의사까지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법상 허용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에 컨설팅 업무가 포함돼 있지 않은데 미래의료재단이 녹지그룹과 MOU를 맺고 컨설팅을 수행한 건 의료법 위반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며 "또한 제주도 측에서 녹지그룹이 제출한 사업계획서 원본과 녹지국제병원의 의료진 명단도 제시하지 않아서 이를 검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의료법인의 우회진출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녹지국제병원 개원 승인을 놓고 찬반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4차례 회의 동안 위원들이 제시한 의견을 정리해 오늘(27일)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할 방침이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는 녹지국제병원 승인 관련해 ‘가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고 심의 권한만 부여됐기 때문이다.

위원들이 제시한 의견은 최종적으로 녹지국제병원을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외국인 전용병원'으로 개설 승인하되 이를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규제장치를 마련하는 방안과 다른 하나는 외국인영리병원 개설 승인 자체를 반대하는 방안이다.  

결국 녹지국제병원 개원 승인 여부는 최종 허가권자인 원희룡 도지사의 몫으로 남았다.

한편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를 앞두고 국내 의료자본의 우회투자 의혹이 제기됐다. 

'의료민영화 저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12일 제주 녹지국제병원 승인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 설립 승인 과정에서 국내 비영리 의료법인에 의한 우회적인 영리병원 운영 허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열린 제주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국제녹지병원의 설명자로 나선 인물은 현재 비영리 의료법인인 미래의료재단의 이사이자 리드림 의료메디컬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K씨였다. K씨가 사실상 녹지국제병원장을 맡고 있다는 게 무상의료운동본부의 판단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K씨가 속한 미래의료재단과 연관기업들은 다단계 판매 등 의료 영리기업의 폐해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녹지국제병원의 운영자는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되지도 않은 해조류인 감태에서 추출한 성분을 원료로 제조한 건강기능식품 판매 다단계회사로, 미래의료재단을 통해 다단계사업 가입자에게 건강검진의 혜택을 주고, 과장 및 허위광고를 통해 관련 영양제, 건강음료, 치약, 비누등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래의료재단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녹지국제병원의 운영권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개원과 관련해 자문용역을 맡았을 뿐"이라며 "우회투자를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녹지국제병원은 녹지그룹이 직영으로 운영하며 미래의료재단은 경쟁 입찰을 통해 자문용역 업체로 선정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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