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병원 노사, 오늘 파업 이후 첫 자율교섭 예정..."최대한 교섭 타결 위해 노력"

[라포르시안] 을지재단 소속 을지대병원과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노조의 파업이 오늘(7일)로 벌써 29일째다. 내일이면 딱 한 달째 접어든다.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양 병원 노조의 파업 사태는 임금인상안 등 주요 요구안을 놓고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서울과 대전충남 지방노동청과 노동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양 병원이 입은 경영상의 타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을지병원에 따르면 현재 이 병원의 입원병상 가동률은 30%대로, 파업 전 80~90%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을지병원 관계자는 "현재 외래진료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수술과 입원 부문은 노조의 파업으로 정상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변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많은 환자가 옮겨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노사는 오늘(7일) 오후 3시부터 파업 이후 첫 노사 자율교섭을 열 예정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파업으로 인한 지역의료공백을 해소하고 환자와 직원이 존중받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지난 3일 사측에 교섭을 요청했고, 오늘 파업이후 처음으로 노-사 자율교섭이 열릴 예정"이라며 "노조는 파업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지만 재단측이 전향적인 태도변화 없이 불성실교섭을 지속해 교섭이 결렬될 경우 재단을 규탄하고 향후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 측은 교섭 타결을 위해 기존 임금인상안에서 한 발 물러나 사측에 양보를 한 상태다.

당초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임금인상 총액 7.4% 인상과 함께 타 사립대병원과의 격차 해소분 7.6%를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이후 원만한 교섭 타결을 끌어내기 위해 사측이 제시한 임금인상 총액 5%를 받아들이고 타 사립대병원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올해부터 수당 부분을 현실화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타 병원과의 임금격차를 해소토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이근웅 정책부장은 "장기파업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노조에서는 상당히 많은 부분을 양보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 측에서 성실히 교섭에 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부장은 "한 달 가까이 진행된 파업으로 인한 병원의 경영 손실분만으로도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 요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사측에선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파업사태의 장기화를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 겸 의료법인 을지병원 이사장은 사임의사를 밝히는 호소문을 통해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개인의 신상을 들춰 내며 협박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노조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 그리고 협박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오늘 열리는 사 측과의 자율교섭이 결렬되면 앞으로 투쟁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만일 을지재단 측이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 불성실교섭을 지속해 교섭이 결렬될 경우 재단을 규탄하고 향후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 병원 6년차 후배보다 더 많이 일해도 월급은 더 적은 현실에 자괴감"

한편 파업기간 중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의 열악한 처우를 폭로하는 증언이 있따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25일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조합원 5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양 병원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25일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조합원 5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결과를 공개하면서 양 병원에서 근로기준법과 모성보호 관련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의 노동관계법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제대로 된 설명없이 작성하게 하는 등 직원 입사시점부터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연장근무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있으며, 신규간호사는 기본 1시간 연장근로 이후부터 연장근무 신청을 인정하고 경력자는 기본 30분 연장근로 이후부터 연장근무 신청을 인정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병원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주사바늘찔림 사고를 당한 환자와 직원에 대한 감염검사를 병원이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게 부담시키거나 체온계 등 고장이 나면 간호사 사비나 병동 회비로 구입하고, 사무용품을 직원이 월마다 낸 회비로 구입한다고 조합원들이 증언했다.

을지재단은 2017년 2월 17일 의정부시 금오동 사업현장에서 을지대 의정부 캠퍼스와 부속병원 건립 기공식을 열었다. 의정부 부속병원은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에 1,234병상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을지재단은 2017년 2월 17일 의정부시 금오동 사업현장에서 을지대 의정부 캠퍼스와 부속병원 건립 기공식을 열었다. 의정부 부속병원은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에 1,234병상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다.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다른 사립대병원과 비교해 업무강도는 훨씬 더 세지만 임금수준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라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노동환경을 빗대 '을지옥'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 을지대병원 조합원은 "대전의 비슷한 규모 병원에 근무하는 6년 아래 후배가 제 근무표를 보고 깜짝 놀았다. 후배는 한달간 오프도 더 많고 나이트 근무는 더 적었지만 월급은 6년 선배인 저보다 훨신 많았다"며 "청춘을 다바쳐 일한 대가가 고작 이거라고 생각하니 자괴감마져 들었다"고 말했다.

간호인력 부족에 열악한 근무환경이 더해지면서 간호사들의 이직이 심하다 보니 환자안전도 크게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다른 조합원은 "간호사 한명이 그만두면 신규로 채우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하고 일을 하게 되고 높은 노동강도에 버티지 못하고 나가고, 이런 일이 반복된다"며 "의료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간에 걸쳐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처우 수준이 굳어져 직원들의 불만이 증폭하고 있음에도 을지재단 측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1,000병상이 넘는 의정부을지병원 신설 등의 외형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불만도 거세다.

노조 관계자는 "재단은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 직원들에게 타 사립대병원과 비교해 60%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지급하면서 외형 확대에는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직원들을 위한 적정 임금과 환자 편의를 위한 시설 확충에 투입해야 할 비용을 아껴서 저렇게 새 병원 건립에 들어가는 재원을 확충한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조합원들이 증언한 열악한 처우에 대해서 어떤 입장일까.

을지병원 관계자는 "현재 노조에서 주장하는 부당한 처우 등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