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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학회 ‘불필요한’ 검진·시술 리스트, 국내 의료계 반응은?심장학회 등 17개 학회서 90개 리스트 발표…"국가마다 의료환경·유병률 달라 일률적 적용 곤란"

미국 전문의 단체들이 의료소비자와 동료 의료진을 위해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검사와 시술을 줄이도록 하는 지침을 정리해 발표했다.

지난 21일 미국 내과의학회 재단(ABIM, American Board of Internal Medicine)은 ‘하지 말아야 할’ 검진 및 시술 리스트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ABIM 재단과 미국 소비자연맹이 발간하는 비영리 잡지 ‘컨슈머리포트’가 공동으로 벌이는 ‘현명한 선택’(Choosing Wisely)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 캠페인은 환자에게 유해하거나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가져올 수 있는 의료행위를 가려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미국심장학회를 비롯한 영상의학전문의학회, 가정의학회, 소화기내과학회, 임상종양학회, 신장학회, 심장핵의학회, 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 소아과학회, 산부인과학회, 노인병학회 등 17개 전문의 학회는 ‘의사와 환자들이 의문시해야 할 5가지’라는 이름으로 총 90개의 권고안을 공개했다.

ABIM 재단에 따르면 항생제처럼 많이 처방되는 약품의 대다수가 사용이 불필요하고, 고가의 시술이나 검진이 환자의 상태 호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ABIM재단은 ‘현명한 선택' 캠페인 행사에서 9개 전문의학회와 함께 45개의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ABIM 재단 크리스틴 K. 카셀 회장은 “의사와 환자 간의 대화를 통해 권고안을 활용하면 의료서비스에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회장은 “미국 의료비 중 30%가 불필요하거나 중복되는 검사, 치료 때문”이라며 현명한 선택 캠페인이 과도한 의료비용을 막기 위한 취지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4월 발표한 45개의 1차 권고안은 ▲추적‧영상검사 남용 자제 ▲항생제 오용 지양 ▲검증되지 않은 진단 검사 자제 등이 주를 이뤘다.

특히 미국영상의학회가 채택한 리스트를 보면 ▲사소한 두통 환자의 CT, MRI를 찍지 마라 ▲피검사 같은 기초검사를 하지 않은 폐색전증이 의심되는 환자의 CT, MRI를 찍지 마라 ▲뚜렷한 병력이 없고 보행 가능한 환자에게 흉부 X-ray를 남발하지 마라 ▲맹장이 의심되더라도 어린이들은 CT를 찍지 마라 ▲여성 난소의 물혹 정도의 흔한 증상 때문에 추적검사 용도로 CT, MRI를 권하지 마라 등이다.

이번에 발표된 권고안은 1차 권고안을 보완해 총 90가지 리스트(전체 리스트 보기)를 제시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노인병학회와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서는 심한 치매 환자에게 영양튜브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피부를 뚫고 꽂는 방식의 영양튜브가 혼자 식사를 할 수 없는 상태의 환자에게 이롭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 가정의학과의사협회와 산부인과학회는 임신 39주 전 비의학적 판단에 따른 유도분만 및 제왕절개 삼갈 것을 제시했다.

또 30세에서 65세의 여성은 연례적으로 자궁경부 세포진검사(Pap test)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내에도 과잉진료 방지 위한 의료계 자체 지침 필요해" 

미국내 의료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국내 의료계는 국가마다 의료 환경과 질환별 유별률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환자가 미국의 권고안을 반드시 지킬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산부인과학회 신정호 사무총장은 “자궁경부암 질병 관련 검사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유병률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자궁경부암 발병이 적은 나라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여성은 매년 자궁경부 세포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어린이가 가볍게 머리를 다쳤을 때 CT부터 촬영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머리를 다쳐 병원 응급실을 찾는 어린이의 절반가량이 CT촬영을 하지만 방사선에 노출돼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한소아과학회는 권고안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소아과학회 장진근 보험이사는 “어린이가 머리를 다쳐서 오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며 “응급상황에서 어린이가 CT촬영을 한번쯤 했다고 해서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암 발병 위험성을 운운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미국 학회들이 제시한 권고안과 같이 국내에도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지침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과잉진료가 많기 때문에 의료 확실성이나 부작용의 우려는 항상 존재한다”며 “환자와 의사가 함께 이를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의료계 각 학회 차원에서 권고안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소아과학회 장진근 보험이사도 “미국의 권고안을 토대로 학회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이를 발표할 수 있다면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며 “좋은 취지에서 검토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영구 기자  yang0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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