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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계기 직업병 인정범위 커진다고용부,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개선 추진…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산재 인정기준 너무 복잡”

고용노동부가 ‘산재보험법‧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 판정의 기준이 되는 업무상 질병에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을 추가하는 등 산재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키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4일 산업재해 판정의 기준이 되는 업무상 질병에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직업성 암 14종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추가되는 등 업무상 질병의 인정 범위를 현재보다 대폭 넓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산재판정은 공단의 재해조사, 업무관련성 전문조사,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 운영 등 판정절차와 현행의 인정기준이 새로운 유해요인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동부는 지난해 노사정이 참여하는 '산재보험제도개선 T/F'를 통해 제도개선 논의를 해왔고, 또한 관련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특히 지난해 8~10월 업무상 질병 조사 및 판정 매뉴얼 개선TF 운영을 통해 1995년부터 현재까지 산업보건연구회 및 폐질환연구소 역학조사 보고서와 판정위원회 사례를 분석하는 작업도 펼쳤다. 

이를 통해 마련된 개정안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에 직업성 암 14종과 업무상 질병의 원인으로 인정하는 유해요인에 불산을 비롯한 35종을 추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직업성 암의 종류가 9종에서 21종으로 늘어나고 암을 유발하는 원인물질도 현행 9종에서 23종으로 확대된다.

추가로 직업성 암에 포함되는 질환은 난소암, 침샘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뼈암, 유방암, 신장암, 방광암, 갑상선암, 뇌 및 중추신경계암, 비인두암 등 12종이다.

추가된 발암물질은 엑스선 및 감마선, 비소, 니켈 화합물, 카드뮴, 베릴륨, 목분진, 벤지딘, 베타나프틸아민, 결정형 유리규산, 포름알데히드, 1,3-부타디엔, 라돈-222 또는 그 붕괴물질 등 14종이다.                                  <직업성 암 인정범위>

                     현행                   개정 방안
원발성상피암(피부암), 폐암, 후두암, 비강 및 부비강암,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악성중피종, 간혈관육종, 간암(9종) 현행 9종 (추가 12종) 난소암, 침샘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 뼈암, 유방암, 신장암, 방광암, 갑상선암, 뇌 및 중추신경계암, 비인두암
새로운 유형의 업무상 질병인 정신질환 중 발병의 연관성이 확인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인정기준에 포함시켰다.

호흡기계 질병의 유해요인도 대폭 확대했다. 특히 분진작업에 노출돼 발생하는 ‘만성폐쇄성질환’을 명문화해 진폐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에도 적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근골격계 질병도 연령에 따른 자연경과적인 변화가 신체부담 업무로 인해 더 빨라진 경우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토록 명문화했다.

인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유해물질 및 질병이라도 개별적 업무 관련성 평가를 통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도 명시했다.

분류방식도 산재보험법 시행령의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의 분류방식을 현행 유해요인별 체계에서 질병계통별로 개편해 재해 근로자와 담당의사 등 업무 관련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동안 업무상 질병 분류체계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38개 항목 및 산재보험법 시행령 23개 항목으로 유해요인이 일정한 체계 없이 나열돼 있을뿐더러 유해요인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질병과 증상이 혼합적으로 제시돼 있어 유해요인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할 경우 재해근로자 및 의사 등 업무 관련자의 업무처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개정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현행 단순나열형 구조를 유해요인별 특성에 따라 체계화해 기술하고 직업성 암의 유해요인을 별도 항목으로 명시하기로 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의 경우도 유해요인을 알 수 없는 근로자 및 담당의사 등 업무관련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질병계통별로 분류해 유해요인과 관련 질병을 연계토록 했다.

계속 논란이 돼왔던 만성과로 인정기준에 업무시간 개념이 도입될 전망이다.

만성과로의 현행 인정기준은 발병 전 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일상적인 업무에 비해 과중한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발생한 경우로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평소 장시간 근로가 일상화돼 있고 근무시간 변화에 따른 특별한 요인이 없는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했다.  개정안은 업무시간이 12주간 주당평균 60시간(4주간 주당 평균 6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와 발병의 관련성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만성과로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이번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개선방안이 추진될 경우 업무상질병 인정제도 전반이 재정비되어 보다 합리적인 제도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계 "직업병 인정 기준 여전히 너무 복잡해" 의료계도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직업병을 인정하는 기준 자체가 여전히 복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울성모병원 김형렬(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직업병에 대한 현행 기준이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호법에 흩어져 있던 문제와 규정 자체가 포괄적인 부분, 실제적으로 무의미 했던 기준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했던 것을 보완해서 새롭게 구성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항목 확대와 분류 세분화는 이뤄졌지만 아직 직업병을 인정하는 기준 자체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기에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애매했던 규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동국대의대 임현술 교수(예방의학교실)도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유해물질도 증가했고 암 종류도 다양해져 직업병이 상당히 늘어난 실정”이라며 “진보된 과학적 근거에 따라 개정한 부분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향후 입법과정과 정책 시행에 있어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렬 교수는 “업무상 질병인정 기준 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놓고 경영자단체와 노동계간 갈등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두 단체간 반대입장의 간극이 클수록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것 같다. 두 단체의 교집합과 사회적 합의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한 근골격계질환의 자연경과적 변화 판단 기준과 과로인정 기준, 발암물질의 기준 항목을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부는 15일 노‧사‧정이 모인 가운데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양영구 기자  yang0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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