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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공병원 부실진료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
  • 이승현 인턴기자(강원
  • 승인 2013.02.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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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영국 정부는 영국 미들랜드에 위치한 스태퍼드병원에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부실한 진료와 의료진의 방치로 인해 최대 1,200명의 환자가 사망했다는 ‘스태포드 병원 진상보고서’를 발표해 큰 충격을 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환자는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꽃병에 담긴 물을 마시기까지 했으며, 환자들은 불결한 환경에 그대로 방치되었다. 심지어 응급실에서는 의료진이 아닌 접수 직원이 응급환자인지 판별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졌다고 한다.

영국이 자랑하는 국가의료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 산하 병원에서 이렇게 상상할 수 없는 의료 부실이 밝혀지자 영국인들은 큰 분노에 휩싸였고, 총리까지 나서 사과와 함께 NHS 개혁을 약속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실태조사 보고서를 주도한 로버트 프랜시스 변호사는 스태포드 병원의 의료 부실의 첫 번째 원인으로 재정 지출 측면에서 병원이 NHS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의료 인력과 재정을 감축했다는 점을 꼽았다. 두 번째로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영국 공공병원 시스템의 문화(Culture)를 지적했다. 

그리고 영국 공공의료의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근본적인 변화(fundamental change)'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영국의 NHS는 1948년 설립 당시 대부분의 병원을 국유화하면서 공공병원을 통한 전국민 무상의료 서비스를 확립했다. 우리나라처럼 보험료가 아닌 세금을 통해 운영된다.

NHS 시스템에서 환자들은 일체 진료비를 내지 않고, 의료진은 모두 공공병원에 소속되어 일한다. 언뜻 보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 실상은 다르다.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기 위해 1~2주는 기본으로 대기해야 하고, 정작 의사를 만나서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어려우며 약 하나 처방 받기 위해서도 그 과정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영국에서 살아본 이들은 현지 의료체계에 대해 불친절하고 절차가 복잡하며 관료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번 ‘스태포드 병원 진상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무상의료를 내세웠던 NHS 시스템의 맹점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즉, '무상의료'란 간판 아래서 환자는 정작 소외된 것이다.

‘스태포드병원 사건’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확대하고, 나아가 일부에서는 무상의료까지 주장하는 우리나라의 의료환경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무상의료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스태포드 사건’으로 유추해 볼 때 분명한 것은 무상의료를 보장하는 시스템이 결코 의료의 질까지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를 보다 값싸게, 보다 부담 없이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질병 치료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우선으로 하는 의료 환경과 문화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특징은 '저보험료, 저수가, 저보장' 정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낮은 수가로 인해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은 높지만, 보장성은 떨어져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들은 막대한 의료비 부담에 시달린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공약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비록 공약의 실천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보장률의 확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값싸고, 더욱 질 좋은 의료서비스. 바로 이상적인 의료서비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NHS 산하 병원의 실패는 이것이 얼마나 실현하기 힘든 목표인지 보여준 셈이다. 의료시스템의 한계는 언제나 그 시대의 환경과 제약에 묶여 있다. 또한 어떤 것이 더 좋은 의료시스템을 위한 길인가에 대해서도 너무나 많은 이견이 있다. 다만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료 현장에서는 질병의 치료와 환자의 건강이라는 목적을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분명하다. 

이승현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군복무까지 마치고 지난 2010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2월 4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 의전원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한다. 

이승현 인턴기자(강원  doors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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