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 강원대병원장)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중곤 교수는 지난 2009년 7월부터 2012년 7월까지 강원대병원장으로서 3년간의 임기를 보냈다. 김 전 병원장의 임기 동안 강원대병원은 강원지역암센터 및 노인보건의료센터, 어린이병원 신축,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호흡기계질환 환경보건센터 유치 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강원대병원은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손색없는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병원장 직에서 물러나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돌아와 환자 진료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났다.


- 2009년~2012년까지 강원대병원장 재임 당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병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목표했던 비전은 무엇이었나.

“병원장 취임 후 경영의 최우선 목표는 강원도 지역민들이 서울이나 수도권 병원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집 근처에서 편안히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도권 대형병원 못지 않게 진료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였다”

-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첫 번째로는 진료 전문화를 위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는 등 의료진의 수를 많이 늘렸다. 시설과 의료장비 측면에서도 진료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아낌없이 투자했다. 두 번째로 병동의 전문화를 시행한 것인데, 입원 환자들이 여기 저기 규칙 없이 배치되었던 것을 개선해 질환군별로 한 공간에 배치토록 했다. 즉 전문과 별로 병동을 배치함으로써 동선을 줄이고 진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었다. 이런 배치에 따라 전공의 역시 배정되면서 교육의 효율성까지 높일 수 있었다. 병동의 전문화에 따라 각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들 역시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는 등 간호 전문화까지 이뤄지는 효과를 얻었다.  세 번째로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외래진료 시간을 늘렸다. 보통 오전 외래 시간이 12시에 끝나는데, 오후 1시에 끝나도록 했다. 강원대병원은 지역 특성상 양구나 영월 등 멀리서 내원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아침에 출발해서 병원 도착하면 12시까지 진료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오후 1시까지 오전 외래진료 시간을 늘려 점심은 좀 늦게 먹더라도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 병원장 재임 당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09년 8월 말쯤, 한창 신종플루가 창궐하던 때에 다른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신종플루 환자 10명이 있는데 받을 것인지 묻는 전화였다. 우리는 국립병원이니까 당연히 받아야 된다 해서 10명중 9명이 강원대병원으로 옮겨왔다. 그 일을 계기로 신종플루 환자 진료가 엄청 늘었다. 하루 평균 900명 정도 외래진료를 보던 때였는데 거기에 신종플루 환자 500명 정도가 더 찾아왔다. 그 당시 의료진은 물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환자를 돌보기 위해 애썼다.  나중에 집계해 보니 춘천 지역 신종플루 진성 환자가 1만명 정도 였는데 그중 9,000명이 강원대병원으로 왔었다. 이렇게 열심히 애쓴 것이 강원대병원이 공공병원으로서 신뢰를 쌓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지난해 강원대병원 내에 ‘生天命(생천명)센터’라는 건강검진센터가 문을 열었다. 상당히 특이한 명칭이다.   

“생천명이란 명칭은 직접 지었는데, 생명과 천명의 합성어다. ‘하늘이 살라는 명령을 내린 생명을, 그 삶을 다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검진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픈 사람이 오면 그 원인을 찾아 진료하면 되는데 멀쩡한 사람을 검사하면 얼마나 더 정밀하게 검사해야 하는지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히 건강검진센터는 진료의 질이 매우 높아야 하고 사소한 증상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생천명 센터를 세울 때 강원지역 제일의 건강검진센터를 목표로 했다. 그리고 최고 수준의 서비스이지만 가격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강원대병원은 도농업기술원과 협약을 맺고 진료와 영농기술 지원을 함께 진행하는 독특한 개념의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떤 취지에서 계획하게 된 것인가. 

“의료봉사라고 하면 무의촌 진료를 떠올린다. 그런데 오지라고 생각해 찾아가서 약만 나눠주는 것은 그 지역 주민들을 깔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했기 때문에 접근 불가능한 곳은 없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약 며칠 복용할 것을 나눠드리는 것이 크게 도움이 안된다. 그래서 정말로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자고 생각해 안과, 이비인후과, 치과, 신경과 등 진료 받기 어려운 전문 진료과 장비를 다 가지고 갔다. 또 무의촌이라고 줄 세워 놓고 진료하는 것 역시 그 지역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칸막이를 다 설치해 놓고 진료를 했다. 특히 농업기술원과 같이 가서 농기계 수리도 해주고, 농사일에 대해 조언도 했다. 실제로 지역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 강원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가 돈이나 자기 만족에 목표를 갖게 되면 환자를 보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게 된다. 그보다는 내가 갖고 있는 의사로서 능력을 환자를 위해 제공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면 환자 보는 일이 즐거워진다. 다른 한 가지는 환자는 의사의 스승이라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환자의 고통은 의학공부의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된다. 그것이 또한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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