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19대 대선 보건의료 공약 채택 요구 거세..."OECD국가 중 한국만 상병수당 제도 없어"

[라포르시안] 제 19대 대통령선거가 이제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7일부터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선거전에 불이 붙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건의료계도 각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주요 후보들이 보건의료 공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단편적으로 제시한 보건의료 공약을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확대가 공통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빈곤과 질병의 악순화'...양극화 문제 해소 관점서 상병수당 바라봐야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제도에 '상병수당 도입'이 주요 후보의 대선공약으로 채택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건강보험의 상병수당이란 업무상 질병 이외에 일반적인 질병 및 부상으로 치료를 받는 동안 상실되는 소득 또는 임금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급여를 말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의료보험이나 다른 공적보장 형태로 상병수당을 제공한다. 산업재해가 아니라  암과 같은 중증질환으로 소득능력을 상실했을 경우 건강보험에서 상병수당을 제공함으로서 의료비 부담과 함께 실직으로 인한 소득상실의 이중고를 덜어주자는 취지다.

국내에서도 건강보험제도가 사회보장제도로써 본연의 역할을 다 하려면 상병수당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관련 기사: 기본소득보다 ‘건강보험 상병수당’이 더 절실하다>

시민사회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건강보험의 상병수당 도입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건강권 보장을 위한 시민운동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달 발표한 '제19대 대통령선거 3대 핵심요구 및 8대 정책과제'에 상병수당 도입을 포함했다.

건강세상은 "의료비 걱정 없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해 연소득(가처분 소득) 대비 10%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가구에는 의료비 본인부담에 따른 소득 상실분만큼 현금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최근 각 정당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한 '19대 대통령선거 보건의료 정책요구'를 통해 상병수당의 즉시 도입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OECD 국가 중 스위스, 미국을 제외하면 모든 나라에서 질병으로 인한 소득감소를 보전하는 상병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상병수당의 조속한 도입은 질병으로 인한 생활임금을 국가가 보장함으로서 질병으로 인한 가계 파탄과 가족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도 19대 대선 정책 요구를 발표하면서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 실현'을 위한 과제로 상병수당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환자단체들은 상병수당 도입 요구에 보다 적극적이다. 

환자단체연합은 지난 2월 건강보험 상병수당 도입이 포함된 '환자가 원하는 7대 보건의료정책'을 발표했다.

환자단체연합은 "저소득층 가정의 가장이나 독거세대 또는 독거노인이 중증 질환으로 투병을 시작하면 퇴사, 휴직, 폐업, 휴업 등의 이유로 장기간 소득활동이 불가능해져 생계를 위협 받게 된다"며 "중증질환을 치료하는 일정기간 동안 건강보험 재정에서 상병수당을 제공함으로써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인 ‘공공의창’과 공동으로 19대 대선에서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요 사회정책을 파악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상병수당 도입에 관한 찬반을 물었다.

조사 결과, 상병수당 지급에 산청한다는 응답이 76.1%로 반대(15.3%)한다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상병수당 도입은 단순히 질병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보장해 주는 개념이 아니다. 가난해서 질병에 걸리고 질병에 걸리면 더욱 가난해지는 '질병과 가난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써 의미를 갖는다.

가천대의과대학 임준 교수(예방의학과)는 "상병수당 제도 도입은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더는 질병으로 인한 빈곤 문제를 방치하지 말고 최소한의 건강권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을 인식하고 전향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신촌역 인근 르호봇G캠퍼스에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주최로 제6회 ‘환자포럼’이 열렸다.
지난 2월 24일 오전 10시부터 신촌역 인근 르호봇G캠퍼스에서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공동주최로 제6회 ‘환자포럼’이 열렸다.

심상정 후보는 보건의료 공약으로 채택

대선 후보들 중에서 가장 먼저 상병수당 도입을 공약으로 채택한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다.

심상정 후보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장 먼저 보건의료정책 공약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보장률 80%로 확대 ▲의료보장 사각지대 해소 ▲국민건강 국가관리책임제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 전면 개편 등 5가지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심 후보는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일환으로 OECD 선진복지국가들이 실시하는 '상병수당'을 도입해 질병 및 손상으로 인한 소득손실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 이외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등은 아직까지 총괄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문재인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비급영의 전면 급여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도입, 본인부담상한제 개편, 15세 이하 아동 국가책임제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문 후보가 기본소득 보장에 관심이 높고, 의료비 부담 완화와 소득양극화 등을 개선하는 정책추진 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상병수당 도입에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안철수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으로 비급여 포함 본인부담 상한제 실시, 임산부 및 소아청소년 의료비 부담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안 후보가 그동안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복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상병수당 도입 공약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질병으로 인한 의료비와 소득 단절이란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고,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이 사회적 현상으로 굳어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공적 보건의료체계에서 두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운동 모임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연간 진료비 본인부담 백만원 상한제를 시행하고, 상병수당을 도해야 한다"며 "본인부담 백만원 상한제와 상병수당이 함께 도입되면 사실상 민간의료보험은 불필요하다. 현재 가입 가구당 연간 350만원에 이르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지출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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