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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진료’와 공공병원 앞에 놓인 시련
  • 이승현 인턴기자(강원
  • 승인 2013.02.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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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의료취약지 또는 수익성이 낮아 민간병원이 기피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의료기관을 ‘공공보건의료 수행기관’으로 지정해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종래의 국가 주도의 공공의료 개념에서 벗어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민간에까지 공공 의료의 범위를 확대 적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에 맞게 이제 공공의료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의료공급체계는 민간병원 비중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민간 부문의 비율이 높다. 이런 구조 위에서 공공병원들은 점진적으로 시설 및 장비 투자를 시행하고, 의료취약지에서 지역거점 병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절대적 수도 적을뿐더러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부분에서도 민간병원과의 경쟁에 뒤쳐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개정 '공공보건의료법'은 공공의료에 대해 소유가 아닌 기능 중심의 개념을 적용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에 대해서 공공병원의 물적, 외연적 확충 없이 민간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다른 의미의 공공의료 변화 필요성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하나의 사례를 보자. #. 당신은 어제 밤부터 몸이 으슬으슬 춥고 목이 붓고 기침도 나 다음날 아침 병원을 찾았다. 아무래도 요즘 유행하는 독감에 걸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30분 정도 차를 타야하지만 좀 더 환자를 잘 볼 것 같은 종합병원으로 갈까 아니면 집에서 가까운 동네의원을 갈까 고민을 하다가 이전에 몇 번 다녔던 동네의원이 최근에 없어졌다는 것이 생각났다. 종합 병원에 도착해 호흡기내과 외래 대기표를 뽑고 보니 대기실에는 환자들로 가득 하다. 2시간 가까이 기다려 겨우 의사를 만나 보니 3분 동안 진료를 받고 감기라는 얘길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이제 약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아참 그러고 보니 몇 달 전부터 소화가 잘 안되고 밤마다 속도 쓰린 증상이 있었는데 온 김에 이야기 해볼 걸’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다음에 심하면 다시 와야지' 하는 마음에 당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위의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뿌리 깊은 저수가 정책과 대형 종합 병원 중심으로 점차 재편되는 의료체계, 1차 진료의의 부재 등 우리 의료전달체계가 갖는 구조적 문제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는 시간을 제약하고 있다. 의사는 짧은 시간에 환자를 많이 보거나 피부 미용 등 비급여 분야를 활용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환자는 믿고 의지할 가까운 의원을 찾기 어려워 그냥 종합 병원을 가거나 아니면 이 병원, 저 병원 전전하여 ‘의사 쇼핑’을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과 고통에 대해 의사에게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고, 가까운 곳에 믿고 다닐 만한 의사를 찾지 못해 의사는 환자가 그간 어떤 병을 앓았는지, 어떤 수술을 받았는지, 환자가 어떤 건강의 위험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큰 문제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공공의료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공공의료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공공재의 개념을 한 번 살펴보자. 공공재란 시장과 민간의 메커니즘으로는 공급이 불가능하지만 사회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공공의 재원을 통해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개념에서 보면 공공의료란 시장과 민간의 메커니즘으로는 공급할 수 없는 의료서비스를 공공 재원을 통해 공급하는 것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지금의 의료환경에서 민간병원이 하기 어려운 충분한 진료 시간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지 않고 전인적으로 환자에 접근할 수 있는 주치의 제도 등이 환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쉽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관점에서 ‘3분 진료’는 의료적 공익성을 해치고 있으며,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다.

다른 이야기지만 지난 6일 강원도와 도의회가 지역내 5개 의료원의 800억 가까이 누적된 만성적자로 인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자 경영개선대책 보고회를 개최했다. 경영개선대책으로 '목표관리제(MBO)'와 '의료원장 경고 3진 아웃제' 등이 도출됐다고 한다. 즉, 의료원별로 의료수입 목표액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진료과별로 목표 미달시 연봉 삭감 등의 조치를 단행하겠다는 것이다. 경영개선대책이 시행되면 비록 5개 의료원의 경영 상황은 호전될 수 있겠지만 설립 취지인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은 퇴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공공의료를 향해 여러 가지 시련이 닥쳐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공의료가 민간의료와 비교해 공익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시설과 병상확충 등 하드웨어 부문의 경쟁은 더 이상 힘들 것 같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래의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에 국한된 공공의료 개념에서 벗어나 국민 건강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간병원과 다른 공공의료의 차별점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승현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군복무까지 마치고 지난 2010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2월 4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 의전원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한다. 

이승현 인턴기자(강원  doors3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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