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기준 미충족 엄정 제재" 강조…지정 취소 대상에 지역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도 많아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전국 414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설·장비·인력 법정기준 충족 여부, 응급실 과밀화 지수, 최종치료 제공률 등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는 이번 평가에서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56개 응급의료기관은 보조금 중단, 과태료, 응급의료기관 지정취소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3년 연속 법정기준을 미충족한 ▲기장병원 ▲미래한국병원 ▲양평병원 ▲제일성심의료재단 제이에스병원 ▲청봉의료재단 성누가병원 ▲태성의료재단 금왕태성병원 ▲하동병원 ▲함양성심병원 등 8곳은 응급의료기관 지정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이번에 지정 취소 대상에 포함된 병원을 보면 응급실에서 근무할 의사, 간호사를 구하기가 힘든 군단위 중소도시에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방 중소병원은 가뜩이나 의료인력 구인난이 심각한데, 응급실 업무를 담당할 간호사 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지 오래다. 

지정 취소 대상에 포함된 의료기관 중에는 지역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도 있어 이들 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하면 응급의료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정 취소 대상 지역응급의료기관 사정 들여다보니...

지정 취소 대상 8개 의료기관 중 하나인 경남의 하동병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응급실 근무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던 곳이다.

앞서 하동병원은 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2012~2014년까지 3년 연속 법정기준 미충족 판정을 받았으나 지역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란 점 때문에 지정 취소를 면했다.

문제는 3년 연속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그에 따른 페널티로 공보의 배치인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 응급실 운영이 더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간호사도 최소 5명을 유지해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적은 인원 때문에 근무는 더 힘들어지고 그러다 보니 그만두는 간호사가 계속 생기고,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는 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인공고를 내고, 보수를 다른 병원과 비교해 1.5~2배 정도 올려서 제시해도 좀처럼 지원자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2015년 말에는 하동군 보건소가 간호직 공무원 2명을 이 병원에 파견 근무 형태로 인력을 지원하면서 응급실이 폐쇄될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간호사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동병원이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가 되면 관내에는 응급의료 공백이 불가피하다.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 대상에 포함된 함양성심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충족하려면 간호사 5명을 둬야 하는데 함양성심병원은 겨우겨우 인력기준을 맞춰왔다.

그러나 지난 2015년에 3년 연속 시설·장비·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중보건의사 배치인원이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드는 페널티가 가해져 응급실 운영에 곤란을 겪었다.

충북 음성군의 금왕태성병원도 지역내 유일한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해 왔는데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정 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음성군 지역에는 금왕태성병원 외에 인곡자애병원, 음성소망병원, 현대병원 등 3개 병원과 2개 요양병원이 있지만 응급실을 운영하는 곳은 금왕태성병원이 유일하다.

이 병원이 응급실을 폐쇄하면 지역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충주시나 안성시 등에 위치한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할 수밖에 없다.

금왕태성병원 역시 지난 2015년 3년 연속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보의 배치인원이 2명으로 1명으로 줄이는 페널티를  받기도 했다. 

이들 병원처럼 농어촌 지역이나 중소도시에 위치한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인력 부문의 법정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에 따르면 '전년도 연간 응급실 내원환자 수 1만명 이상일 경우'에는 응급실 전담의사 2명 이상을, '전년도 연간 응급실 내원환자수가 1만명 미만'이면 응급실 전담의사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간호사는 내원환자 수와 상관없이 5명 이상을 두도록 했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이나 군단위 지역처럼 의료취약지 병원은 이 정도의 의사, 간호사 인력을 구하는게 쉽지 않다. 인력을 뽑아도 업무가 너무 힘들어서 금방 퇴사하는 일이 잦다.  

경남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의사나 간호사 인력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심지어 도시 지역 병원보다 보수를 1.5~2배 정도 더 지급한다고 구인공고를 내도 지원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은 현실적으로 인력기준을 충족하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런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공보의 배정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페널티만 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수도권 대형병원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을 위한 간호인력 충원에 나서면서 지방 중소병원의 경력직 간호사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지난 3일 전국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를 공개하면서 "3년 연속 법정 기준을 갖추지 못한 8개 기관은 지정을 취소해 엄정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엄포를 놓았을 뿐 지역 응급의료 공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충남의 한 중소병원 관계자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에 따른 대형병원의 간호인력 확충으로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업무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고, 이 때문에 새로운 인력을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나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작년 7월부터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실 근무 간호사를 추가로 확보한 후 인근 농어촌 응급실에서 파견 근무토록 하는 '취약지 응급의료기관 간호사 파견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4개 거점병원에서 5개 취약지병원에 간호사 8명을 파견했다. 간호사를 파견하는 거점병원에는 해당 간호사 급여액의 1.2배(교육훈련비 포함)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전국으로 간호사 파견제도 적용을 확대해 농어촌 응급의료기관의 간호사 인력난 해소를 모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자원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간호사 파견제도가 농어촌지역 등 취약지 응급의료기관의 간호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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