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 공개...근로기준법 일상적 위반 드러나

[라포르시안]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21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공동 주최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알바생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는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했지만 해법을 놓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정민 노무사(노무법인 상상 대표 노무사)는 발제를 통해 지난해 7월 11~17일까지 간호조무사 6,665명(여성6,445명 남성 220명)을 상대로 벌인 '간호조무사 임금 및 근로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근로기준법 준수여부, 근로조건, 성희롱, 폭력 등 직장내 인권침해 유무, 4대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응답자의 연령은 40~50대가 6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근무기관별로는 요양병원을 포함한 중소병원(50.1%), 의원(25.5%) 순이었다.
 
조사결과를 보면 우선 근로기준법 준수와 관련해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위반(48.3%), 연차휴가수당 미지급(59.9%), 휴일근무수당 미지급(46.6%), 최저임금 미만 지급(14.0%) 등 법 위반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전체 산업 직군의 최저임금 미만 지급율은 11% 수준이다. 

사업장내 희롱과 폭력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17.1%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고, 24.8%는 폭력 피해 경험을 토로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환자와 보호자의 비율이 84.4%에 달했다. 반면 폭언 등 폭력은 가해자의 39.3%가 의사와 동료 등 내부 구성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피해에 대해 법적 제도적 구제를 받은 비율은 1%에도 못 미쳤다. 

홍정민 노무사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임금 실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이 인권침해 사례"라며 "사회적 홍보 강화 및 관련법 개정 등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우 개선, 노동계-사용자-정부 해법 제각각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노동계와 사용자단체, 정부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노동계는 실태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이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이사는 "오늘 발표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간호조무사들이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하는데 고용노동부와 노동전문가들은 무슨 일을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특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근로기준법 위반은 우리나라 법체계를 흔드는 행위라서 지속적이고도 적절한 근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조무사회와 노무사회가 MOU를 체결해 불법적인 노동관행을 뿌리뽑을 것을 제안한다"면서 "아울러 피해자인 간호조무사들도 스스로 정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영명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도 "보건의료기관 그 가운데 중소병원과 의원의 간호조무사 등을 상대로 집중적인 근로감독을 추진해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강력한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용자 측은 근로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노동계와 다른 해법을 내놨다.  

김병관 대한병원협회 이사는 "간호조무사들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면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간호조무사들의 처우와 근로실태의 원인은 의료기관들이 역할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하는 데 있다. 단적으로 국민들은 건보료보다 핸드폰 요금을 더 많이 내고 있다"면서 "작은 파이를 쪼개고 또 쪼개다 보니 이런 처우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파이를 늘려야 한다. 국회에 판을 키워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간호조무사들의 노동량 만큼 수가에 넣어달라고 해야 한다"며 "병원들이 일부러 줄 돈 안주고 근로기준법 어기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태형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김 이사는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 영세 사업장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정부에서 4인 미만 사업장에서 연차 휴가 등 5인 이상 사업장에 준하는 근로환경을 제공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등 정책적인 고려가 간호조무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종철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국가의 화두이고, 일자리 창출 첫 번째 방편은 격차를 해소하는 데 있다"면서 "이런 논의의 장이 파이를 키우는 장이 되기 보다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들을 현장에서 실천해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병원과 의료업종을 모성보호가 필요한 대표업종으로 보고 모성모호제도 이용 활성화, 대체인력 지원금 및 채용서비스 이용률 제고, 유휴간호인력 재취업 지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특히 병원업종이 전반적으로 과중한 근무환경과 간호인력 공급부족, 낮은 의료수가 등으로 이직 요인이 상존하고 병원 간 모성보호 제도 활용정도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병원업종 모성보호 제도 활용실태를 파악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기획감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들의 보수교육 등 역량 향상이 처우개선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변성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간호조무사)근로환경 개선 방안으로 근로기준법 준수 등 여러 수단이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적정수급을 하는 것도 근무환경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자질 향상, 업무범위 확립 방안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사무관은 "간호조무사협회가 지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협회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간호법을 개정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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