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고
[칼럼] 일차의료가 살아야 대한민국 의료가 산다<이재호의 현안브리핑>

요즘 1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개원가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개원가의 불황이 단지 엄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통계수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건강보험 요양기관 현황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08년 1,894건에 이르던 의원 폐업수는 2009년 1,487건으로 잠시 감소하는 듯 했으나 이후 2010년 1,559건, 2011년 1,662건으로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에 대내외적인 경제 불황까지 겹쳐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개원가의 시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원가가 경쟁력을 잃고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먼저 불합리한 수가결정구조로 인해 국민건강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고 있는 동네의원들이 저수가로 허덕이면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강제 의약분업 실시 이후 수가결정구조가 고시제에서 계약제 방식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각각의 시장상황과 경영상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의과, 한의과, 치과, 약국의 구분 없이 한 묶음으로 단가를 결정함으로서 의과 개원의가 최대 피해자가 됐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단일계약제의 폐해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유형별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유형별계약 과정을 보면 단일계약제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누적손실을 보충해 주고자 하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정부의 무분별한 보장성확대 정책도 개원가의 몰락을 가속화시킨 요인으로 보인다. 보장성확대 정책으로 인해 환자들의 대형병원 진입장벽이 약해졌고 이로 인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발생함으로써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능이 급격히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작금의 유통구조를 보면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형마트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같은 맥락에서 생각하면 동네의원들은 점차 사라지고 대형병원들로 대체되는 것이 사회적인 추세에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반 유통구조에서는 대량구매라는 수단을 통해 대형마트가 동네 구멍가게에 비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시장이 재편되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에 있어서는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이루어질 경우 거꾸로 비용의 증가를 초래한다. 1차 의료가 정착된 선진 외국들을 보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고 의료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따라서 1차의료기관이 몰락해 회생불능 상태에 빠지기 전에 1차 의료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보건복지부가  의약발전협의체 산하에 일차의료 활성화를 논의하는 실무 TF를 꾸려 일차의료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무너져 가는 동네의원을 살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수가계약구조를 보다 합리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형별 경영상태에 맞추어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수익을 보존해 줄 수 있는 계약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유상의 권위 있는 진료의뢰서 발급을 통해 중복진료 요인을 제거함으로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유상의 진료의뢰서에 충분한 진료정보와 검사자료를 담아내면 중복진료를 피하고 의료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지역거점병원과 1차 의료기관간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한다면 현 제도로도 충분히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동네 의원에서도 최신 시설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서 대형병원 선호의식을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1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의료체계의 체질 개선이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필요 이상의 과다 의료이용을 적정 수준으로 유도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절감된 재원을 의료체계의 뿌리인 1차의료를 활성화하는데 투입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동네의원에 대한 재정지원 및 세제혜택에 대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버스사업자에게는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이유로 지원금, 보조금, 세제혜택을 지원해 주는데 반해 국가필수사업인 건강보험에 적극 참여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동네의원을 방치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진료비와 부대비용을 동네 의원에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한다면 지역 의료가 살아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의료가 공공재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건강보험이란 국가가 필요로 해서 시행하는 국가필수사업이고 이러한 국가 필수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동네의원이 상대적인 이익을 받기는 커녕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척추는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기둥이다. 기둥이 약하면 집이 무너지기 쉽듯이 척추가 튼튼하지 못하면 몸의 균형이 깨져서 요통, 허리디스크, 목 디스크 같은 척추 질환을 유발한다.

1차 의료 또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기둥이자 대들보라고 할 수 있다. 1차의료의 근간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1차의료 활성화 문제를 고민한다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차기 정부에서는 1차의료를 살릴 수 있는 보다 전향적인 정책이 실행되길 기대해 본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2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외부 필진의 글에 대한 다른 생각이나 의견을 보내주시면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bus19@rapportian.com). 혹은 기사 본문 하단의 '독자 첨부뉴스'를 통해 반론이나 의견을 게재할 수도 있습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라포르시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icon추천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