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서 청와대 작성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공개...문재인 지지·밀양 희망버스 참여 등 이유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관련 한겨레 온라인 기사 화면 갈무리.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관련 한겨레 온라인 기사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공익사업이나 산하 위원회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지난 3일자로 2014년 5월말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 보고서 전문을 입수해 보도했다.

한겨레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문제단체 130곳과 문제인사 96명의 명단과 함께 각 단체나 인사의 지원내용과 특이사항, 조치결과 등의 사항이 기재돼 있었다. <한겨레 기사 '블랙리스트 전문보니…단체명 ‘주체’ 뜻 있다고 지원배제'>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복지부와 관련해 명단에 오른 문제단체나 문제인사는 주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했거나 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을 지지하는 희망버스에 참가한 단체, 문재인·박원순 등 야당 정치인 지지 등의 특이사항이 적혀 있었다.

복지부로부터 공익사업 수행 목적으로 사업비를 지원받던 단체 중 블랙리스트에 오른 곳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한겨레신문 시니어직능클럽 등 4곳이다.

이 중에서 한국여성장애인연합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는 밀양 희망버스 활동을 이유로, 한겨레신문 시니어직능클럽은 한겨레신문 퇴직 직원들이 활동하는 단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기재됐다.

이들 단체에 대한 복지부의 조치결과로는 정부 보조금 지원 '대폭축소'와 '지원배제' 등이 표시돼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도 고용노동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병원노동자 대상의 직장내 성희롱과 폭력 등의 실태조사 사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단체라는 이유로 문제단체 명단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지원 대상에서 단계적 축소토록 조치하겠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익사업 목적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단체에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

노동건강연대의 경우 인권위로부터 지원을 받아 산재노동자의 사회권 보장을 위한 인권실태 조사 및 역량강화, 인권교육 책자 발행 등의 사업을 수행했다. 그런데 노동건강연대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에 참여한다는 이유로 문제단체로 꼽혔다.

다행히 인권위는 다른 부처처럼 예산지원 배제나 축소 조치를 하는 대신 '정부 부담으로 인해 중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복지부가 공모하는 사업에서도 문제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로 일부 심사위원이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공개한 공모사업에서 배제된 심사위원 명단을 보면 복지부가 공모한 항노화산업 육성사업 심사위원에서 한림대 의과대학 이재용 교수가 배제됐다. 이 교수가 '문재인 지지 강원지역 교수 65인'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 교수 외에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조흥식 교수(문재인, 안철수 아름다운 동행 지지하는 전국교수 1000명 포함), 공주대 사회복지학과 이재완 교수(문재인 지지 선언 대전, 충남 세종 교수 81명 포함) 등 모두 7명의 교수가 복지부 공모사업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명희 상임연구원은 복지부가 공모한 자살예방 및 지역정신보건 사업의 심사위원에서 배제됐다. 김 상임연구원이 소속된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 배출을 비전으로 하는 단체'라는 이유였다.

복지부 산하 위원회에 참여하던 교수나 전문가들도 비슷한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임기 만료와 함께 교체됐다.

교체 대상에 올랐던 이들은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권순기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문진영 서강대 교수(장기요양심판위원회),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중앙응급의료위원회), 조성재 대구대 교수(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팀장(혈액관리위원회) 등이다.

복지부는 실제로 2016년 초 제6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민주노총, 한국노총, 소비자단체협의회를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건정심 위원에서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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