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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화의 Book소리] 우주의 시원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 크리스 임피 지음 / 이강환 옮김 / 시공사 펴냄

2월을 여는 날,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은 ‘빅 히스토리’를 주제로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교수님, 역사학자 조지형 교수님, 그리고 천문학자 이명현 위원님이 함께한 ‘과학수다’를 기사화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역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빅 히스토리’라고 하니 생경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빅 히스토리’를 ‘거대사’사로 번역해 소개한 조지형 교수님은 개인사, 가족사, 지방사, 민족사, 지구사, 자연사, 우주사 등 세상의 모든 것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역사를 가능한 가장 크고 넓은 관점에서 보자고 하는 것이 ‘빅 히스토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빅 히스토리는 세상의 모든 것이 어떤 관계를 갖고서 상호 연결되어 있는가를 다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빅 히스토리 안에는 우주의 역사, 생물의 역사, 인간의 역사가 다 들어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빅 히스토리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시원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요즈음에는 융합이라고 정리되고 있는 학문의 통섭을 역사 분야에 적용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여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요.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와 이브 파칼레의 <신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에서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지구와 우주의 시원까지 설명하고 있어 빅 히스토리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들 책에서도 우주의 시원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의 진화과정을 뒤쫓는 과정의 일부로 다루어져, 개략적인 개념을 맛볼 수는 있었지만, 보다 심화된 내용이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 저자들은 우주가, 태양이, 그리고 지구가 태어나는 모습을 아주 간략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아득한 과거에 태양도 지구도 없었던 때가 있었다. (…) 기체와 먼지의 거대한 덩어리가 자체 중력으로 급속히 붕괴하면서 점차 빠른 속도로 회전함에 따라, 혼돈과 같이 불규칙하던 구름이 점차 질서정연한 얇은 원반형 구조로 변해간다. (…) 천체 형성의 모태가 되는 회전하는 원시 원반은 은하계 속에 펼쳐져 있는 광대한 성간진공에 잠재하는 희박한 물질들이 모여 형성된다.”

그런가 하면 이브 파칼레는 우주의 기원 빅뱅으로부터 태양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만, 자연철학을 전공한 저자가 천문학을 비롯하여 물리학, 분자 생물학, 진화 생물학, 진화 심리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랜 세월 쌓아올린 연구 성과를 인문학자의 시각에서 사유한 결과를 풀어내고 있어 역시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미묘한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끈이론을 연구하는 과학자 그룹을 이끌고 있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레너드 서스킨스 교수는 <우주의 풍경>을 통해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들이 초미세하게 조정되어 우주가 시작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주의 풍경>에서 우주를 이루는 기본물질인 소립자와 이들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수학적 함수와 관련된 물리학적 모형이 1차원의 끈이라는 주장을 설명하고,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주 이외의 우주가 실재한다는 다중우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풍경개념과 메가버스의 개념을 이끌어낸 끈이론에 따르면 우주에는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고, 우아하고 유일한 이론으로 설명할 수 우주는 10,500개나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스킨스교수의 주장은 끈이론을 바탕으로 한 설명이란 점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회의주의자들은 양자역학이나 대폭발 우주론의 이론이 확실한 근거 위에 세워진 정상과학으로 인정하고 있는 반면, 초끈 이론이나 인플레이션 우주론은 아직은 이론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마이클 셔머 지음, 과학의 변경지대)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는 천문학자가 쓴 우주의 시원에 관한 설명을 담고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자이며 아리조나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인 크리스 임피교수는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하는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하여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자의 말대로 “(우주의 시작이라고 하는) 빅뱅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우리는 어떻게 우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미로 속의 미로를 생각했다. 과거와 미래, 그리고 별까지 어찌 이어지는 복잡한 미로를”이라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연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담은 책을 좋아합니다. 딱딱할 수 있는 자연과학의 성과가 독자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보르헤스의 작품들 가운데 미로를 모티프로 한 것이 적지 않습니다. 저자가 인용한 보르헤스의 말을 찾으려고 <픽션들>과 <알레프>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임피교수가 인용한 문구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1899년 태어나 1986년 사망한 보르헤스가 작품을 통하여 다중우주의 개념을 다루었다는 점이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르헤스는 단편 ‘바벨의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이 ‘도서관’이라고 부르는 우주는 육각형 진열실들로 이루어진 부정수, 아니, 아마도 무한수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알레프, 97쪽)

임피 교수는 가까운 달을 거쳐 태양계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충돌 암석핵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주변에 있는 수소와 헬륨을 끌어 모아 거대한 기체행성을 만들었다는 핵부착이론이라는 표준이론이 있고, 거대한 기체행성들이 기체 원반 안에서 중력 씨앗을 중심으로 바로 수축하여 만들어졌다는 중력수축이론이 경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천문관측결과를 토대로 모성(母星)이 없이 독립적으로 기체와 성간 먼지구름에서 만들어진 다음 항성계에 편입되는 경우도 있다는 새로운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카오스는 행성계의 기본적인 성질이지만 태양계는 이미 수십억년 동안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절대 알아낼 수 없다고 합니다. 다만 태양계 밖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항성계를 관측한 결과로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1부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할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저자는 별들의 모임인 은하에 대한 설명으로 2부 ‘멀리 있는 세계’를 시작합니다. 풍부한 사진자료는 이 책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은하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저자는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소용돌이 은하(M51)의 정면사진을 싣고 있습니다. 별들이 거대한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모습은 손바닥만한 사진으로 보아도 전율을 느낄만합니다. 우리 은하를 포함한 나선은하는 형태가 없는 기체 구름에 중력이 작용하여 만들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현 시점에서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 빅뱅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팽창하는 우주의 변두리, 즉 처음 우주가 열리는 시점에 만들어진 별에서 나온 빛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주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까요? 만약 우주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 우리는 결코 최초의 빛을 볼 수 없는 것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현대 우주론에서 망원경은 타임머신이고 천문학자들은 우리의 기원을 찾아서 과거를 탐색하는 시간여행자들이다.(253쪽)”라고 합니다. 빅뱅이론은 관측을 통하여 얻은 결과들과 1964년 확인된 우주 배경복사를 통하여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설명하는 가장 훌륭한 이론으로 자리매김이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랄프 알퍼, 로버트 허먼과 협력하여 빅뱅 핵합성(BBN)을 소개한 조르주 르메트르는 가톨릭교회의 사제였다는 점입니다.

빅뱅이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우주의 모든 물질이 한 점에 집중되어 있다가 확산을 시작한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가 진화해가는 과정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허블팽창, 은하와 퀘이사의 진화, 가장 결정적인 초단파 우주 배경복사, 그리고 우주 가벼운 원소들 특히 헬륨의 양이 빅뱅이론을 지지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반면, 몇 가지 문제와 한계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왜 편평한지, 왜 매끄러운지, 왜 고르지 않은지, 우주에 이상한 입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 우주가 왜 팽창하고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 우주에 복사가 많고, 물질은 조금밖에 없고, 반물질은 사실상 거의 없는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문관측의 결과 빛의 적색편이를 조사해보면 우주가 가속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는가 하면 감속팽창하던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우주의 가속팽창은 중력에 반대되는 암흑에너지가 작용하여 시공간을 빠르게 팽창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것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하니 우주물리학의 한계라고 하기보다는 현재의 수준에서 관측의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들은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우주의 끝은 우주가 시작된 이후 빛이 여행한 거리와 같다. 이것은 137억년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가 정지해 있을 때의 값이다. 그 계산에는 감속되었다 가속된 우주 팽창의 역사가 포함된다. 우주는 지난 137억년 동안 풍만하고 관능적인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 결과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경계까지의 거리는 약 460억 광년으로 허블 공간까지의 거리보다 3배나 더 멀다. 우주론에서는 이것을 입자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한계지점이다.(289쪽)” 우주의 역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137억년의 3배가 넘는 460억년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현실과 비교해보면 우리의 모든 과학은 원시적이고 유치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다.”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여 우리의 과학은 아직 성숙하지 못했지만 인류는 아직 젊은 종족이고 우리의 여행은 이제 시작한 것이라고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각 장의 앞뒤에 있는 짧은 글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일까 싶습니다만,  “고향의 현재 모습보다는 과거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는, 점점 먼 곳으로 여행하는 사람의 모습을 시각화 한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임피 교수가 안내하는 우주의 시원으로의 여행은 그의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곁들여 유익하고 재미있는 것이었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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