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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65% “가정혈압 수치 정확도 보통 이하”…원격의료 괜찮을까?고혈압학회, 의료진 대상 조사 결과…의료전문가들 "잘못된 혈압수치 기반 원격진료·처방시 부작용 초래"
대한고혈압학회가 제작한 가정혈압 측정 교육자료 책자 이미지. 사진 제공: 대한고혈압학회

[라포르시안] 환자가 가정에서 측정해온 혈압수치에 대한 의료진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진료실에서 측정하는 것 못지않게 가정혈압 자료가 중요하지만 환자에게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방법이나 주의사항을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다보니 가정혈압을 환자 진료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환자가 측정한 혈압수치 등을 기반으로 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도 가정혈압의 신뢰도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고혈압학회(회장 임천규, 이사장 김철호)는 ‘고혈압 환자의 가정혈압관리에 대한 한국 의료진 인식조사 결과’가 최근 ‘고혈압 저널(Journal of Hypertension)’ 제34권 부록 및 세계고혈압학회 포스터 세션을 통해 발표됐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연구는 고혈압학회 주도로 지난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한 달간 고혈압 환자를 진료하는 전국 의료진 총 331명(종합병원 심장내과 80명, 일반의원 내과 25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가정혈압은 환자가 가장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수치가 정확하며, 장단기적으로 동일 시간대의 혈압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진료실 혈압만으로 쉽게 진단할 수 없는 백의고혈압, 가면고혈압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최근 미국과 영국, 일본과 같은 해외 국가에서는 효과적인 고혈압 관리를 위해 가정혈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의료진 10명 중 9명은 ‘고혈압 관리에 가정혈압과 진료실 혈압 모두 중요하다(진료실 혈압 90.6%, 가정 혈압 89.4%)’고 답했다.

특히 가정혈압과 진료실혈압의 상대적 중요도를 평가했을 때 가정혈압이 더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9.9%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88.5%는 ‘정확한 고혈압 진단을 위해 가정 혈압도 측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73.5%가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는 환자라도 가정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고 답해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반면 환자들이 측정한 가정혈압 수치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의료진은 3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정확도가 '보통이다'(54%), '정확하지 않다'(10.3%), '전혀 정확하지 않다'(0.6%)고 응답했다. 또한 의료진의 32%만이 '가정용 혈압계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진은 가정혈압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권유하는 데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55%가 ‘가정혈압 측정을 권유하기 어렵다’라고 답했으며, 가이드라인에 따른 가정혈압 측정법을 모두 환자에게 설명하는 의료진은 6.2%에 그쳤다.

진료실 밖에서 측정한 혈압이 필요할 때 36.8%는 ‘가정혈압을 측정하게 한다’라고 응답했지만 50.2%는 ‘(가정 혹은 공공기관, 은행 등의 외부에서)환자가 편한 방식대로 측정하게 한다’고 답해 측정 방법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응답자들은 가정혈압을 진료 현장에 활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현재 병의원 시설에 가정혈압 교육을 위한 별도 프로그램이나 전담 인력이 없다(92.4%)’는 점과 ‘가정 혈압 측정에 대한 국민 인식 향상 필요(58.9%)’를 꼽았다.

가정혈압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로 고혈압 진료 가이드라인에서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 강조(38.7%) ▲가정혈압 데이터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32.9%)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정혈압 관련 환자 상담에 대한 별도의 수가가 책정되어야 한다’(32.3%)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와 가정혈압 측정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고혈압학회는 국내 진료 환경에 적합한 가정혈압 관리 교육자료를 개발했다.

이 교육자료는 가정혈압 측정 방법의 핵심을 그림으로 표현한 포스터와 쉬운 그림으로 측정 순서를 설명하는 책자로 구성됐다.

교육자료 개발을 진행한 고혈압학회 혈압모니터연구회 신진호 교수(한양대병원 심장내과)는 "교육 자료에 시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부분이 고령인 고혈압 환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올바른 측정법을 안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자료는 가정혈압 측정 방법의 핵심을 그림으로 표현한 포스터와 쉬운 그림으로 측정 순서를 설명하는 책자로 구성됐다. 가정혈압측정 교육자료 설치를 원하는 병원은 온라인 접수(http://goo.gl/GZctHD)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잘못 측정한 혈압수치 기반 원격처방, 환자 상태 악화시킬 수도" 

한편 가정혈압 측정치에 대한 의료진의 낮은 신뢰도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용에 있어서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야 할 과제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의 경우 고혈압 환자와 같은 만성질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만일 가정에서 환자가 측정한 혈압수치가 정확하지 않을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고혈압 환자 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전문가들도 원격의료가 허용돼 고혈압 환자가 가정에서 실시한 가정혈압 측정치를 바탕으로 진단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환자가 잘못 측정한 혈압을 기반으로 한 원격처방이 자칫 합병증을 유발하는 등 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내과 전문의는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혈압과 혈당 등의 수치를 환자가 측정한 후 전송한 자료를 기반으로 원격지 의사가 상담과 진료에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가정에서 환자가 스스로 혈압을 잴 때 잘못된 방법이나 자세를 취하면 틀린 혈압 측정치가 나올 수 있는데, 의사가 이런 정보를 기반으로 환자 증상을 잘못 판단하게 되면 오히려 고혈압 환자 관리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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