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덕(하버드신경과의원 원장, Brainwise 대표이사)
[라포르시안] 치매라는 질병은 인류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 장에서는 치매를 앓은 유명 정치인들과 치매와 관련이 있는 정치적 사건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1911~2004)=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1981~1989)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이미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자주 했으며, 만나는 사람과 이름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레이건 재임 시절 미국의 경제악화를 정부정책의 실패 탓으로 돌리는데, 의료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대통령의 인지기능 저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재임 중이던 1987년 이란-컨트라 사건 청문회에서 그의 증언은 일관성이 없었으며,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의료인들은 이를 근거로 레이건이 대통령 재직 중에 이미 알츠하이머병의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이란-콘트라 사건(Iran-Contra Affair) = 미국 국가안전보장이사회(National Security Council, NSC)가 레바논에 억류된 자국민 인질을 석방시킬 목적으로 이란에 무기를 비밀리에 판매하고, 판매대금의 일부를 니카라과(Nicaragua) 콘트라 반군에 지원함으로써 온 세계의 비난이 미국에 집중되었다. 1986년 벌어진 이란-콘트라 사건이다. 레이건 대통령 연루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2015년 아리조나 대학교(The University of Arizona) 연구자들이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 중 언어양상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미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상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특정 단어를 기억하지 못하여 포괄적인 용어를 사용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사하는 어휘수의 감소 추세가 역력했다.
퇴임 몇 해 뒤인 1994년 담화문을 통해 레이건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린다.
레이건의 담화문은 적어도 미국에서 치매에 관한 인식을 높이고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담화문을 발표한 지 얼마 후 대통령 부부는 1995년 알츠하이머병 연구를 후원하는 재단과 연구소(Ronald and Nancy Reagan Research Institute)를 설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