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특별법' 시행 앞두고 수련병원-전공의 큰 시각차

[라포르시안] '전공의 특별법'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 방법을 두고 수련병원과 전공의 간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11일 오후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수련환경평가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수련환경평가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인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른 걱정이 많다. 반면 의사협회의 수련환경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수련받는 전공의들이 많다. 결국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염 이사는 "현행 신임평가는 병원 역량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한 평가는 부족한게 사실이다. 또 인증제 등 다른 영역의 평가와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면서 "지금은 점검표만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실제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는 근무환경 항목에서 수련시간 산출 방법이 쟁점이 됐다. 

염 이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주 80시간을 규정하되 인수·인계시간, 개인학습 및 논문작성 시간, 식사 및 휴식시간은 제외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인수·인계시간의 경우 노동법에 따라 근무시간에서 제외했고, 정규시간 외에 개인학습, 저널이나 발표 준비, 논문작성 시간은 자기계발 시간이므로 역시 근무시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련시간 이내에 지도전문의 또는 기관장의 승인하에 논문작성 등은 수련시간으로 인정하고, 응급환자 및 위급한 상황은 초과수련시간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염 이사는 "수련시간에 대해 견해차가 있고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원칙만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협의회는 주당 80시간의 예외규정을 두는 건 초법적 행위라며 반발했다. 

김현지 대전협 평가수련이사(서울대병원 전공의)는 "전공의들이 생각할 때 환자안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주치의인 전공의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다. 상한선이 반드시 정해져야 한다"며 "아울러 인수·인계 시간은 환자 안전과 밀접할 뿐 아니라 동료 의료진과의 토론 및 의견교환을 통해 얻는 교육적 이득이 매우 크다. 이를 수련시간에서 제외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수련병원 등의 장과 지도전문의의 관리 감독 및 환자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식사 및 휴식시간을 수련시간 계측에서 제외하는 것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주당 80시간 초과 금지'를 둘러싼 상반된 시선 

반면 수련병원들은 전공의 수련시간 규정을 어긴 수련병원은 과태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는 것에 더 부담을 갖는 눈치였다. 

은백린 고대구로병원장은 "다음 달이면 전공의 특별법이 시행되고 1년 후부터 수련시간 제한에 대한 규정도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미이행 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는데, 수련환경 평가가 위법행위를 적발하는 도구가 된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교육수련부장은 "과거에는 전공의의 수련시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1년 내내 병원에서 생활하는데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교육의 내용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어 준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공의 특별법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전공의들의 희생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0시간을 맞추려면 전공의들도 룰을 바꾸는데 협조해야 한다. 3~4년차는 당직을 서지 않고 1년차에게 몰아주는 악습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3~4년차가 당직을 서면 당직의 수도 줄어들고 환자안전에도 유리한데, 전공의들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전공의협의회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시험 준비를 위해 매년 말부터 이듬해 연초까지 병원을 비우는 4년차 문제가 향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현지 대전협 평가수련이사는 "병원들은 전공의법이 두렵다고 하는데 전공의로서 매우 서운하게 들린다"면서 "전공의제도 도입된 이후 지난 56년 동안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렸다. 어렵다는 말보다 함께 노력해보자는 말이 먼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청회 마지막 순서인 질의응답 시간에 PA(진료보조인력) 제도를 양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염호기 이사는 "전공의법 시행을 기점으로 PA 문제를 공론화해서 전공의들을 도와줄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전공의는 "이 자리는 원칙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데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으니 편법을 만들어내려 하는 듯한 언급이 있어 우려된다. PA는 공론화 대상이 아니라 단속의 대상이다"며 쏘아붙였다. 

전공의 수련비용 국사에서 지원해야

전공의 수련에 드는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원주세브란스병원 교육수련 이사라고 자기를 소개한 한 의사는 "전공의법에는 국가의 지원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대전협 이사를 향해서는 "전공의가 끝나면 병원장도 되고 할텐데, 너무 전공의 지위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면서 "의료환경이 저수가에 묶여 규모의 경쟁을 벌여왔고 그 과정에서 전공의 지위도 떨어졌다. 우리 병원만 해도 당장 이 법을 지키려면 40억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당장 버티는 것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김현지 이사는 "제가 비록 전공의 신분을 벗는다고 해도 양질의 의사가 길러지고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법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수련환경 비용의 정부 지원을 주장한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복지부가 나섰다. 

문상준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사무관은 "전공의 수련비용의 지원이 필요하다면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한다"며 "그러나 병원들도 주당 100시간 이상 일을 시키면서 많은 부분을 메꿔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과연 저수가가 원인인지 의문이다"고 맞받았다. 

한편 복지부는 전공의 특별법 시행에 따라 오는 12월 복지부, 의협, 전공의협, 의학회, 병원협회 등이 참여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이어 내년 12월부터는 주당 80시간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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