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라포르시안] 최근 국내 제약업계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막대한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하면서 승승장구하던 한미약품은 기술 수출한 내성 표적 항암신약(올무티닙) 계약 파기에 대한 공시 지연과 내부자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차세대 혈우병치료제로 주목받았던 녹십자의 ‘그린진에프’는 미국 임상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희귀질환 특성상 환자 모집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 부담이 그 이유였다.

유한양행은 차세대 신약으로 개발하던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 2상 결과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악재 때문인지 몰라도 올해 3분기 상위 6개 제약사 중 종근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 대박으로 한껏 부풀었던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우려로 변하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보툴리눔 톡스 균주의 기원을 둘러싸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 등 3개 국내 업체간 진흙탕 공방이 펼쳐지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메디톡스는 후발주자인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도용해 ‘나보타’를 생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나보타 균주 공개를 통해 사실여부를 따지자는 입장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4일 ‘메디톡신’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 정보를 공개하면서 대웅제약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였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근거 없는 흠집내기로 ‘나보타’ 이미지를 실추시켜, 해외시장 진출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며 법정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 제약업계는 위기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한미약품 문제로 국산신약 연구개발에 기대감보다 우려의 시각이 높아지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정책도 최근 불거진 '비선실세' 논란으로 추진 동력을 잃을 상황에 처했다.

이런 비상시국(?)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비방전을 보고 있는 제약업계의 시선은 탐탁지 않다. 똘똘 뭉쳐서 어려운 시기를 돌파해도 부족할 판에 동종업체끼리 비방수위를 높여가며 서로 헐뜯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낼 뿐이다.

동종 업체간 '제살 깎아먹기'식의 비방전은 시장과 의료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림으로써 결국 모두를 패자로 전락시킬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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