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브레인 / 양은우 지음 / 이담북스 펴냄, 2016년

 [라포르시안] 인문을 지양하는 [북소리]에서도 자기계발 혹은 조직관리 등에 관한 책을 소개한 적도 없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조심스럽게 운을 떼는 이유는 이번 주 [북소리]에서 조직관리에 관한 독특한 시각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이 분야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조직관리에 관한 이론서들이 대체적으로 사회과학 혹은 심리학에 기반한 것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려는 양은우의 <워킹 브레인>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직관리의 기본 원칙들을 뇌과학으로 설명하고 있는 점이 독특하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일리노이주립대학교(UIUC)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25년에 걸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에서 전략기획업무를 수행했고, 그 후로는 기업컨설팅과 저술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KMA(한국능률협회)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기업경영을 뇌과학에 접목한 이론을 개발 중입니다. <워킹 브레인>은 그 첫 번째 결실이라고 하겠습니다. [북소리]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뇌과학은 이해가 쉬운 분야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과학에 대한 학문적 배경이 없는 저자가 조직관리 이론과 어느 정도는 접목에 성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건의료분야의 사정 역시 일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궁극적인 존재이유가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있다고 한다면 오늘날처럼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경영환경 속에서는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닐 것입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짚고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의 기업경영의 기본 이론을 다음과 같이 간략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체계화된 정보를 바탕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대량생산하여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시장을 개척하려 부지런히 노력만 하면 어느 정도는 성공할 수 있는 경쟁체제였다.” 하지만 앞으로의 기업경영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경쟁체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결국 사람이 내놓는 것이므로 기업경영의 핵심이 일관리에서 사람관리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경과학 분야가 최근 이룩한 괄목한 연구성과를 기업에 접목한 뉴로마케팅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처럼 사람의 관리 역시 두뇌의 특성을 이해해야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추론이 성립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인간 두뇌의 작동기전과 생물학적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여야만 개인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조직관리 이론의 요체라고 할 리더십, 소통 그리고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영역의 이론들을 뇌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해낸 것입니다. 각각의 영역에서 다섯 가지의 대표적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먼저 브레인 리더십에서는 멀티태스킹, 공정성, 자극, 공감, 그리고 즐거움 등의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다양한 분야의 앎을 끊임없이 추구하여, 그것들을 연결하여 혁신을 이끌어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창의력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두뇌는 내외부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도 멀티태스킹 능력이 조직에 기여하는 바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업무효과를 얻기 위하여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에 주목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멀티태스킹이야말로 사람의 두뇌 특성을 거스르는 대표적 행동이라 사실이 심리학이나 신경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속속 발표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의 두뇌와 흡사한 구조를 가진 컴퓨터 작업을 통하여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컴퓨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작업을 병행하다보면 처리속도가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이 중단되는 심각한 상황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신경세포들을 신경섬유로 연결하는 신경망을 통하여 사고하고 상황을 처리하는 인간의 두뇌도 마찬가지입니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동안 사람의 의식은 여러 가지 과제에 분산될 수밖에 없는데, 흔히 모든 과제에 동시에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사실 이들 과제 사이를 넘나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가지 과제만 집중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에 비하여 사고의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입니다. 멀티태스킹의 문제가 집중력과 주의전환 능력이 떨어지는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인지능력의 저하로 인하여 사고력과 판단력의 감소로 이어지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멀티태스킹은 A급 인재를 B급인재로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 뇌과학에 기반한 조직관리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흥미로운 대목도 있습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성추행이나 섹스스캔들에 시달리는 이유를 대뇌에서의 호르몬 분비로 설명합니다. 지위감이 높아지면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스트레스 호로몬인 코르티솔의 수준이 떨어지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져 강한 모습과 자신감이 드러나게 되는데, 성적 충동이 증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브레인 리더십에서는 언제나 바른 자세를 견지하고, 조직구성원을 공정하게 대할 것을 요구합니다. 누군가와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이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직원을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가’를 비롯한 11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활용하여 주기적으로 확인해보기를 권합니다. 창의적 사고는 틀에 박힌 듯한 업무형태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와는 거리가 먼 분야에 대한 관심을 키우기를 권합니다. 창의적 아이디어는 어느 날 갑자기 ‘뿅’하고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의 앎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의 분위기도 중요합니다. 구성원들 사이에 서로 공감하는 분위기, 즐거운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창의적 아이디어의 바탕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해 보여 조직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나 의심스러운 분위기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에서 입증된 바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인 브레인 소통에서는 분노, 칭찬, 표현, 구체화, 자발적 참여 등 소통에 관한 이론을 뇌과학으로 설명합니다. ‘브레인 소통’에서는 두뇌의 정보입수와 재구성 과정 등 정보처리 과정과 그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다루었습니다. 제가 공직에서 일할 때 소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경과학적 이론으로 풀어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자극을 오감을 통하여 받아들여 뇌로 보내고 그에 대한 판단을 운동신경을 통한 반응으로 나타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하부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정확하게 조직 상부에 전해지지 않거나, 혹은 전해진 것들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죽어있는 조직이라고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소통은 공감을 통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소통의 궁극적 목적은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킴으로써 상대방으로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반만 옳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전에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상대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야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제대로 이해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브레인 소통편에서는 칭찬을 제대로 하는 법이 흥미를 끌었습니다. 흔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잘못된) 칭찬은 고래를 멸치로 만들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잘 했어, 역시 네가 최고야’, ‘당신이 없으면, 안돼!’, 혹은 ‘자네는 정말 성실해’, ‘얘는 참 얌전하고, 말을 잘 들어요’ 같은 칭찬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일까요? 칭찬의 궁극적 목적은 자발적인 동기를 부여하여 업무에 대한 의욕을 끌어올리고 업무성과를 향상시키는데 있다고 본다면, 때로 칭찬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에 안주하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칭찬을 할 때는 일의 성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칭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결과가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 만족스럽다면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과정을 이해하고 칭찬을 하게 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성원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네가 최고야’, ‘자네가 없으면 안돼’와 같이 막연하게 칭찬을 하면 그로 하여금 자만심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에 칭찬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체적 사항을 콕 짚어서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사기를 고려하여 잘못한 것을 언급하지 않고 칭찬일색으로 가는 것도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야단을 치라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 고쳐야 할 것도 반드시 짚어서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한 조직관리 원칙입니다.

마지막 주제 ‘브레인 조직문화’에서는 무한경쟁, 집단 괴롭힘, 스트레스, 수면부족, 업무과중 등 직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을 다루었습니다. 최근에 많은 조직에서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는 현상에 안주하려는 소극적인 구성원들을 자극하여 성과를 높이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쟁을 통하여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당근책이지만, 잘못하면 개인과 조직을 멍들게 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는 주장입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직장만하더라도 집단지성의 요람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대로 ‘개인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집단의 힘을 이용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해 더욱 큰 성과를 얻고자 한다(221쪽)’라는 것입니다. 즉 집단의 힘으로 성과를 올렸는데, 그 집단을 구성하는 개인의 업무성과로 변환시켜 구성원들 마다 차별화된 보상을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국 동료들은 협업을 통하여 성과를 극대화하는 동반자가 아니라 밟고 넘어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하도록 만들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개인별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공정하지 않다면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제도의 앞날은 뻔하다 하겠습니다.

구성원 간의 경쟁과 경직된 상하구조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는 조직의 효율적 운영에 커다란 장애가 됩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는 개인을 자극하여 일을 효율적으로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만, 일단 한계를 넘어선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유발한 원인을 해결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기 때문에 사고기능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양이 고갈되고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고력과 집중력이 저하되는 원인으로 저자는 신경세포의 파괴 및 재생의 억제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는데, 이 부분은 조금 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뇌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수용체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밖에도 신체운동과 두뇌활동과의 관계에 관한 우렁쉥이의 사례나 쥐의 수중미로실험 결과해석 등은 조금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구성원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진정한 리더라고 하겠습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려면 두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에 기반을 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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