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삼성병원, 보건소 간호인력까지 파견했지만 결국 응급의료기관 지정 취소

 [라포르시안] 경남 하동군에서 유일한 응급의료기관 역할을 하던 중소병원이 간호사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지방의 심각한 간호사 구인난을 방증하는 사례다.

5일 경남도와 하동군보건소에 따르면 하동삼성병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을 총족하는 의료인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동삼성병원은 현재 '응급의료기관 외의 의료기관'으로 응급실을 운영하고 있어 환자 및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응급의료 관리료와 응급의료기금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현행 지역응급의료기관 지정기준은 '전년도 연간 응급실 내원환자 수 1만명'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응급실 전담의사 2명을, 그 이하면 응급실 전담의사 1명을 두도록 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 5명을 이상을 둬야 한다.

하동삼성병원은 복지부가 실시하는 전국 응급의료기관평가에서 2012~2014년까지 3년 연속 법정기준 미충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란 점 때문에 지정 취소를 면했다.

그러나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그에 따른 패널티로 공보의 배치마저 취소되면서 응급실 운영에 더욱 애를 먹었다.

하동삼성병원 외부 전경.
하동삼성병원 외부 전경.

 하동삼성병원은 이미 작년 11월에도 간호인력을 확충하지 못해 응급실 운영 중단을 고려한 바 있다. 당시 응급실에 근무하던 5명의 간호사 중 2명이 퇴사한 후 인력충원이 안돼 나머지 3명의 간호사가 3교대로 돌아가면서 몇 개월째 근무를 해왔다.

병원 측은 더는 이런 방식의 근무형태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11월부터 응급실 폐쇄를 고려했다. 그러자 하동군이 하동삼성병원의 응급실 폐쇄를 막기 위해 군 보건소 소속의 간호인력 2명을 응급실 전담간호사로 파견 발령을 냈다. 하동삼성병원 응급실로 파견된 보건소 간호사 2명은 하동병원이 간호사를 구할 때까지 2개월 정도 응급실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하동군보건소 관계자는 "작년 11~12월 두달 정도 보건소 간호사를 파견근무토록 했다"며 "그 이후에도 간호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결국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하동삼성병원은 간호사를 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구인공고를 냈다. 하지만 간호사 지원자를 구하기가 힘들었다. 보수를 다른 병원과 비교해 1.5~2배 정도 올려서 제시해도 지원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하동군보건소 관계자는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의사나 간호사 인력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심지어 진주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보수를 1.5~2배 정도 더 준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을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병원경영통계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100병상당 간호사 인력은 서울시 80.82명, 광역시 60.95명인 반면 농어촌지역 26.67명에 불과했다.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으로 간호인력 충원이 확대되면서 지방 중소병원의 경력직 간호사들이 대거 빠져나가기도 있다. 간호인력 유출로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업무 환경은 더욱 나빠지고 있고, 이 때문에 지원자는 계속 감소하는 악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지방 중소병원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응급의료기관평가 기준에 따른 의료인력을 도저히 충원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며 "구하고 싶어도 지원자를 확보할 수가 없다. 결국 의료취약지역의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 국가가 직접 나서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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