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예방접종 지원 강화로 감염병 예방 효과 뚜렷…"보건사업 중 가장 성과 높아"
제약 백신시장 규모도 급증…토종제약사들 경쟁적 진출

국가 차원의 필수예방접종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되면서 감염병 예방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국내 백신시장의 규모도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이후 필수예방접종 본인부담금을 꾸준히 경감해 오고 있다.

이전까지 민간의료기관에서 2만2,000원이던 예방접종 본인부담금을 지난 2009년 1만5,000원으로 내린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5,000원으로 대폭 경감했다. 앞으로는 완전 무상으로 필수예방접종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필수예방접종 지원 확대는 예방접종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충남대학교와 공동으로 연구·발표한 ‘2011년 예방접종률 조사’에 따르면 모든 어린이가 만 2세까지 완료해야 하는 7가지 국가필수예방접종 완전접종률은 86.3%였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08년 전국 예방접종률과 단순 비교했을 때 약 25% 이상 향상된 수치이며, 심지어 완전접종률을 공개하고 있는 미국의 77.8%보다 높은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만 2세 어린이 완전접종률을 질병퇴치수준인 9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며 “출생정보와 예방접종관리시스템 정보를 연계해 보다 세심하게 단계적으로 지원·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예방접종률은 감염병 퇴치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필수예방접종 무료화’ 사업에 따라 10종 백신 11종 감염병 무료 예방접종을 시행했으며, 그 결과 접종률이 96.4%(접종 건수 기준)로 감염병 퇴치수준(95%)을 초과한 수치다. 

서울시는 올해 필수예방접종 예산을 334억 원에서 518억 원으로 약 55% 늘려 영유아 뇌수막염 및 65세 이상 폐렴구균 백신을 확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유행 겪으면서 집단면역 중요성 인식"이처럼 국내 필수예방접종률이 높아진 이유는 국내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정부가 집단면역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을 확대한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관리과 박영준 연구관은 “지난 2000년 국내 홍역 대유행과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겪으면서 백신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지난 2000년부터 2001년까지 발생한 홍역대유행으로 5만5,696명의 홍역환자가 발생해 이중 7명이 사망했으며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는 무려 24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홍역대유행 당시 정부는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감수성자가 유행수준으로 누적되고 2차 접종률이 저조해 집단면역이 무너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2000년 12월 ‘국가 홍역퇴치 5개년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다음해인 2001년 취학아동의 2차 홍역 예방접종 확인사업과 함께 무려 580만명의 학동기 아동을 대상으로 홍역 일제예방접종을 실시했다.

그 결과, 5년 후인 2006년에 2차 홍역예방접종률 99.9%가 유지됐으며,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홍역퇴치기준에 따라 서태평양 지역에서 최초로 홍역퇴치국가를 선언했다.

필수예방접종 지원 확대의 가장 큰 성과는 단연 접종률 증가이다.

박 연구관은 “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해서 해당 질병의 감소가 곧바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며 “접종률이 낮아지면 질병이 다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접종률 증가를 통해 질병 퇴치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필수예방접종률에 비해 적기접종률은 8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직까지 불안요소는 남아있는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만 2세까지 받아야 하는 BCG, B형간염 3차, DTaP 4차, IPV 3차, MMR 1차, 수두 1차, 일본뇌염 2차 등의 예방접종을 모두 받은 완전접종률은 남자 86,8%, 여자 85.8%로 1차 예방접종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적기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건양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나백주 교수는 “필수예방접종은 우리나라 보건사업 중 성공적이고 성과가 있는 사업”이라며 “문제는 전염병 관리목표가 박멸의 수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적기에 완전접종을 하면 항체가 잘생기지만 시기를 놓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문자 안내 등은 휴대폰이 없는 노인층이나 취약계층에 전달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모자보건사업의 강화 등을 통해 적기접종 시스템을 전반적인 건강관리체계 안에 녹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방접종률 향상 따라 백신 시장 몸집도 커져

예방접종률 향상에 힘입어 국내 백신 시장의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 2006년 2,286억원 규모였던 국내 백신시장은 2010년에는 5,000억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백신시장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접종대상자 확대, 필수접종 전염병 확대 지정, 백신접종률 상승, 치료용 백신시장의 성장에 따라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백신시장의 몸집이 커진 데는 정부가 토종 제약사의 백신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금까지 다국적 제약사들이 국내 백신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에 백신의 해외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백신사장은 GSK, 사노피 파스테르, Wyeth, 머크, 노바티스 등 메이저 5개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010년을 '바이오 주권 확립의 해'로 설정하고 필수 예방백신의 안정적 공급 추진과 신종 백신의 개발 지원으로 바이오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식약청은 유통 중인 27종의 백신 중 10종에 불과한 국내 생산 백신을 오는 2017년까지 22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국내 제약업계와 협의체를 구성, 백신제조소 신축·이전시 필요한 기술을 지원하고 백신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과정에 걸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적극적인 투자와 R&D를 통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 한국백신, CJ제일제당, LG생명과학, 보령바이오파마, 동아제약, SK케미칼 등 주요 제약사들이 백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단 국내 제약사들이 가장 주력하는 백신 개발 분야 중 하나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이다.

국내 최초로 유정란을 이용해 독감 백신을 개발한 녹십자는 지난 2009년 1,150억원을 투자래 전남 화순에 연간 5,000만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백신 생산공장을 건립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세포배양 독감백신 전임상에 착수했으며 오는 2014년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세포배양 독감백신은 기존에 유정란을 이용한 독감 백신보다 생산기간을 3개월 가량 단축시킬 수 있어 지난 2009년 신종플루때와 같은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밖에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탄저백신 및 AI백신도 주요 파이프라인”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 역시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난해 식약청으로부터 세포배양 독감백신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고 경북 안동에 800억원을 투자해 연간 1억4,000만 도즈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회사는 오는 2014년 하반기부터 세포배양을 활용한 독감 백신을 상용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일양약품도 지난해 6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 금왕산업단지내에 연간 6,000만 도즈 생산을 목표로 백신공장을 준공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백신개발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내수시장 공략과 함께 해외시장 진출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제약사 관계자는 “비록 백신이 약가인하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정부의 저가 정책으로 내수시장이 상당히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제약사만이 백신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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