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호(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방 암치료제 '넥시아'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넥시아를 개발한 단국대 대학원 최원철 교수가 명예훼손 및 영업방해 혐의로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지난 2011년부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넥시아가 암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일종의 사이비 치료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 블로그 등을 통해 비과학적인 사이비 치료에 대해 날선 비판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의과대학 4학년 때 다쳐서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감염돼 재수술을 4번이나 받는 등 입원 생활을 오래 했다. 또 레지던트 시절에는 암에 걸려 항암치료도 받았다. 당시 절박한 마음으로 안 찾아본 민간요법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근거 없고 황당한 민간치료가 너무 많았고, 그 이후부터 사이비 치료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지역신문에 연재 형식으로 기고하다가 주위 권유로 개인 블로그(내과의사 한정호의 의료와 사회)에 글을 올렸다. 한겨레신문에서는 블로그 코너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 지금까지 문제를 제기한 사이비 치료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줄기세포치료제 회사인 알앤엘바이오를 최초로 고발했다. 그리고 중풍예방주사, 정상인에게 중금속을 뺀다고 시행하는 혈액투석치료, 항문마늘주사 등 셀 수 없이 많다. 넥시아 건은 작년 6월 MBC 피디수첩에서 먼저 연락이 온 경우였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고 최원철씨가 소변만 갖고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오줌파동치료’, 전자현미경으로 혈액을 들여다보면 암성 어혈을 진단하는 어혈분석을 주장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사이비 기술이 용인되고 환자로부터 고액을 받고 있는 게 말이 되나. 피디수첩 방송을 위해 한 달 이상을 인터뷰 섭외 등 만사 제치고 도왔다. 그런데 피디수첩 작가가 갑자기 방송 며칠 전 연락이 와 부서가 옮겨졌다고 하더라. 결국 피디수첩에서는 넥시아가 어떤 성분으로 어떻게 제조되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지도 않고, 월 300만원 짜리 항암 한약을 파는 최원철 씨를 메시아처럼 포장했다. 더구나 최 씨가 식약청과 의사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식의 보도까지 서슴지 않았다."

- 최근 최원철 교수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 최 교수가 고발한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최씨의 명예를 훼손했고, 블로그 등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넥시아 등의 판매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고발의 요지였다. 우선 명예훼손은 개인의 이득을 취하거나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성립하는 것이다. 최씨 개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의 프로필도 며칠 전 알았다. 환자는 효과가 검증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지도 모르는데. 넥시아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검찰 조사를 백번이라도 받겠다. 만일 최씨에 대한 내 글이 허위사실이라면 그가 넥시아로 치료한 암환자 완치율이 사실임을 본인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최씨의 암 치료제가 검증이 된 것처럼 보도한 언론의 행태다."

- 앞서 최 교수는 넥시아 불법제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 2011년 9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의 수사는 넥시아의 효과와 상관없는 조사였다. 병원 암센터가 임상시험계획 승인만 받은 '아진스75'를 넥시아라는 제품명으로 고액에 판매했는데, 특히 문제 삼았던 부분은 넥시아를 외부 식품업체를 통해 대량 생산한 거다. 현행 법상 한방 의료기관이 외부시설을 통해 의약품을 직접 조제해 판매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병원은 신고를 하지 않고 외부업체를 통해 의약품을 대량 제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조사받은 것이다."

- 최 교수가 2011년 8월 강동경희대병원 암센터장 등을 사직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 병원과 항암제 유통 제약사와의 리베이트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암대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최 씨의 트위터 계정이 있는 지도 잘 몰랐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암센터장까지 역임했으면서 항암제 유통 제약사에게 병원이나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에 정부와 국민이 암대란을 인지하지 못 하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자신이 일했던 병원의 의사들도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는 셈 아니겠나."

- 그동안 최 교수가 공개한 넥시아 관련 논문이 암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데 있어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예를 들어 월간지를 보면 마지막 페이지 즈음에 '독자 투고란'이 있다. 최 씨가 주장하는 논문은 바로 이 독자 투고란에 '자신이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넥시아를 투여했는지는 밝히지는 않고(치료율을 전혀 알 수 없다), 2명의 말기암환자가 좋아지는 경우를 관찰했다'는 내용을 보낸 레터(letter)이다. 암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근거가 되려면 원저(original article)로 논문을 작성하고 공인을 받아야한다. 아무리 좋은 학술잡지라고 해도 증례보고의 내용, 더구나 레터 수준의 형식에 실린 것으로 항암제를 국제적으로 인증받았다고 주장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넥시아의 암치료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최 교수가 어떤 절차, 혹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나.

"넥시아로 알려진 ‘아진스75’의 임상결과 발표 시기는 원래 2011년 중반이었는데 아직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 식약청에 이 의약품에 대한 임상결과 데이터 혹은 진행상황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넥시아가 공개 검증되면 보험 혜택도 필요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하는 의약품이다. 임상결과 발표를 통한 검증을 왜 미루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011년 한의학정책연구소를 '한의학정책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근거중심 한의학'을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 않나.

"근거중심 한의학에는 찬성한다. 그런데 현대과학으로 한의학을 검증 못하기 때문에 한의학적 검증을 하겠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한의학적 검증이 존재한다면 보편과학이 한방에서는 다르게 적용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음양오행과 기(氣)도 증명돼야 한다. 그래야 한의학적 검증법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계는 그런 증명 없이 현대의학에서 쓰는 약이나 식물추출약에 대한 사용권만 달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과학적 검증을 거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한의계는 경락(經絡)이나 기(氣) 같은 한방의료의 임상 결과나 과정을 현대과학으로 증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치료 결과만이라도 통계적으로 처리하는 차원에서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현대과학을 거부하면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겠다는 거 아닌가. 마치 무당이 휴대폰으로 영혼과 통화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한방치료 효과에 대한 현대의학적 검증은 거부하면서 진료 시 돈을 벌기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쓰겠다는 심보로 밖에 안 보인다."  

- 최근 일부 의과대학에서 열리는 세미나, 워크숍 등에 침술이나 한방물리치료 등에 대한 주제와 강연이 등장하고 있다. 의대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의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교육을 하는 게 문제다. 마치 인문의학 차원에서 한의사를 초빙해 침술 등을 강연하는데 의대생들은 검증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 의대교수들도 한의사를 초빙하려면 먼저 강의 내용을 검증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전 의료계 차원에서 의대에서 열리는 한방 강연에 대해 감시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하는 블로그에 달린 댓글 중에는 '의사가 잘 알지도 못하는 한의사의 영역에 대해 비판하느냐'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대해서 반박, 혹은 이유를 설명한다면.

"일부 병원에서는 한의사를 고용해 비보험 진료를 늘리고 있다. 양한방병원이 대표적인데,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한 지인의 가족은 양한방병원에서 의과 진료비는 본인부담 1만5,000원이지만 한약도 받아가라고 해서 보약을 타면 30만원을 냈다고 한다. 결국 의사들도 한의사의 영역을 비판하기보다 눈감아 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의사가 미검증된 치료 행위로 돈을 버는 게 과연 양심적인 행동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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