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재(노원구의사회 회장, 파티마영상의학과의원 원장)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고 요양급여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각 환자의 상병에 따른 질병코드를 입력해야 한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이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다. 그러나 일선 병원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의 질병코드가 실제 임상현장과 맞지 않아 요양급여 청구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국내 질병이환 및 사망자료를 통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탓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의사회에서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청구를 돕기 위한 지침서인 ‘개원가의 건강보험 청구 길라잡이’를 펴내 호응을 얻고 있다. 노원구의사회 장현재 회장을 만나 청구 길라잡이를 발간하게 된 배경과 의미를 들어봤다.


- ‘개원가의 건강보험 청구 길라잡이’를 발간하게 된 배경은.

“의사들은 건강보험제도를 벗어나 생존할 수 없다. 진료만 잘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비를 어떻게 청구하냐에 따라, 또는 상병명을 어떻게 기재하냐에 따라 삭감액이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청구를 하는 의사란 억울한 지적을 받기도 한다. 심사 및 보험 분야의 전문가와 행정직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과 달리 개원가에서는 급여와 청구에 관해 잘 이해하지 못해 애써 진료하고도 급여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원가에서 꼭 알고 있거나 또는 이 정도 참고할 수 있는 책자를 가지고 있을 때 무리없이 진료비 청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책자를 만드는데 나서게 됐다. 물론 지금까지도 개원가에서 잘해 왔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심사 삭감이나 반송처리 등에 대처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 청구 길라잡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행위급여의 일반기준, 요양기관의 종별 가산율, 차등수가 등 행위급여의 일반원칙을 비롯해 행위급여산정지침 및 심사기준과 진료비심사청구 및 이의신청방법, 약제심사기준, 각과별 다빈도 상병코드 및 병명 등을 수록했다. 특히 기본진료료의 경우 진찰료와 입원료, 의약품 관리료, 만성질환 관리료를 구분했다. 검사료 역시 검체 검사료, 병리 검사료, 기능 검사료, 내시경, 천자 및 생검료로 나누어 기재했다. 이 밖에 투약 및 조제료, 주사료, 마취료, 이학요법료 등 개원가에서 다빈도로 다루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만들어 청구시 언제든지 쉽게 꺼내볼 수 있게 했다.”

- 의사들은 반응은 어떤가.

“많은 회원들이 발간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고 있어 호응은 좋은 편이다. 당초 노원구의사회 회원들을 위해 만들었다. 그러나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책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현재 200부 가까이 주문됐으며 지금도 매일 주문 전화가 끊기지 않고 있다. 격려를 해주는 회원도 많고 어떤 회원은 의미를 높게 평가해 주기도 한다. 다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점이 아쉽다.”

- 발간 작업에 상계백병원도 참여했다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개원의들이 보험청구를 잘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 종합병원은 세부 전문의가 자기 진료과목만 진료하면 되지만 개원가는 다양한 상병을 다룬다. 실제로 개원가의 어려움 중 하나가 이것이다. 자기 진료과는 쉬운데 다른 진료과를 청구할 때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지침서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개원가 입장에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상계백병원에 협조를 구했다. 다행히 상계백병원 측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6개월 간의 작업 끝에 무사히 발간을 마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노원구의사회 사회 보험부, 학술부를 비롯한 여러 임원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 건강보험 청구시 개원가의 어려움이라면.

“현행 건강보험 청구는 행위별 수가제다. 그러다 보니 진료행위, 재료대, ,약, 병명을 입력했을 때 비로소 청구하는데 기본이 갖춰진다. 여기에 기준 고시까지 적용해 청구해야 지만 삭감없이 요양급여비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개원가에서 원장 혼자서 완벽하게 청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지침서조차 없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열심히 환자를 진료 하고서도 불가피하게 삭감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 그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현행 보험제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개원가에서도 사전심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심평원의 심사지침을 컴퓨터에서 사전 심사한 후 청구함으로써 삭감을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가능한 일인만큼 개인이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대한의사협회가 적극 나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심평원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사가 보험급여 청구 전 스스로 사전심사를 통해 정확하게 청구할 수 있고 심평원의 업무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 청구 길라잡이에 이어 서식에 관한 지침서도 발간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의료기관과 관련된 서식의 종류는 377가지나 된다. 문제는 서식의 종류가 워낙 많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은 서식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한 용도에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한 권의 책으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굳이 수고를 들여 지침서를 제작하는 이유가 있나.

“그동안 의협을 비롯해 서울시의사회, 노원구의사회 등 의사단체와 관련된 일을 10년 이상 해왔다. 일을 하면서 느낀 생각이 개원가의 삶의 질이 좋아졌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를 진료하는 일 외의 다른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 청구 길라잡이를 발간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는 결국 환자에 대한 의료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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