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레딧’(Reddit)이라는 유명한 소셜 뉴스 웹사이트가 있다. 여기에서는 사용자가 자신의 글을 등록하면 다른 사용자들이 그 글에 대해 업(up) 또는 다운(down)을 선택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순위가 매겨진다.

최근 이 사이트에서 ‘청각장애인 의대생’이 올린 한 장의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이 의대생은 "저는 청각 장애를 가진 의대생입니다. 그리고 이게 제가 사용하는 청진기입니다"라는 간단한 글과 함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헤드폰처럼 생긴 청진기 사진을 올렸다.

그가 올린 사진과 글에는 3일 현재 1만6,000명 이상이 ‘업’을 선택해 투표했고, 1,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청각장애인 의대생이 사용하는 청진기는 일반 헤드폰과 구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레딧 사용자들은 이 의대생의 글에 다양한 호기심을 보였다.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나” “청진기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등의 청진기에 관한 것부터 “청각장애는 어느 정도인가” “수업은 어떻게 받나” “환자와는 어떻게 소통하나” 등 의대생에 관한 개인적인 내용까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이 의대생은 수많은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달았다.

청진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질문에는 “보청기를 끼고 일반 헤드폰처럼 청진기를 착용한다. 이 청진기는 심장박동이나 호흡 소리를 일반적인 응향 청진기보다 30배 정도 증폭시켜준다”고 설명했다.

청진기의 가격을 묻는 질문에는 “약 600불 정도 한다. 청각학자를 통해 진단을 받고 주문했다. 사실 이 장비가 비싸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만지거나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답변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그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에 그는 “나는 환자들의 입술을 보고 그들이 말하는 의미를 알아 듣는다”고 했다.

이 의대생은 자신의 청력손실이 80dB 이상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청각장애인 3급에 해당한다. 3급은 귀에 입을 대고 큰소리로 말해도 잘 듣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임상실습 과정에서 자신이 아무런 문제없이 환자들을 상대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내 귀에 부착된 보청기나 특수한 청진기를 가까이서 보지 않는다면 내가 청각장애인이란 사실을 눈치재치 못할 정도였다. 나는 동료들과도 무리 없이 함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그에게 영상의학과나 병리학과 등을 전공하면 좀 더 불편없이 의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그의 답변은 단연코 'NO'다. 그는 개인 클리닉을 열어 환자들을 진료하기를 희망한다. 지금도 여전히 그가 남긴 글에는 댓글이 달리고 있으며, '업'과 '다운'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바쁜 시간을 쪼개 답글을 남긴다.

레딧 사이트에서 청각장애인 의대생이 남긴 글과 수많은 댓글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만일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의대생이 될 수 있었겠냐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일이 불가능하리라 여겨지진 않는다. 우리나라엔 시각장애를 지닌 현직 의사도 있다. "I am a deaf medical student and this is my stethoscope"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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