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찬(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3년차)

최근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권리찾기의 일환으로 인턴 및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적정 당직비 지급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현재 이 병원 소속 전공의들은 시간당 1,000원 정도의 당직비를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간당 법정 최저임금은 4580원이다. 전공의들은 시간당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전공의가 하는 일이 법정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하찮은 일'이냐는 자조 섞인 탄식마저 나온다. 앞서 전국의사총연합이 일부 전공의 출신들의 의견을 모아 미지급된 당직비를 지급하라며 노동부에 진정을 낸 적은 있으나 대학병원 전공의협회가 직접 병원을 상대로 당직비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이성찬 회장을 직접 만나 서명운동의 배경과 목적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 병원을 상대로 직접 적정 당직비를 요구하고 나선 배경은.

“배경이라고 할만한 거창한 건 없고 예전부터 레지던트나 인턴들이 권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2005년에 인턴을 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전공의들의 삶이 나아지기는 커녕 더 안좋아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른 직종은 노조 등을 통해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는데 전공의들은 그런 게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공의들이 자신의 권리찾기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

- 현재 인하대병원의 전공의 당직비는 얼마인가.

“원래 모든 전공의에게 한달에 20만원의 당직수당이 지급됐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전공의협의회와 상의없이 모든 전공의가 아닌 당직을 서는 전공의에 한해서만 당직수당 20만원과 일일 당직비로 1만5,000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지급 되고 있는 당직비 1만5,000원도 시간당 비용으로 따져보면 1,000원으로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 당직비 지급일수도 15일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아무리 당직을 많이 서도 15일치 당직비인 22만5,000원 밖에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당직을 많이 서는 전공의의 경우 한달에 25일까지 설 때도 있다. 한달 720시간 중 겨우 72시간만 쉬면서 당직근무를 하면서 받는 당직비는 보름치에 불과하다.”

(*알립니다 = 기사가 보도된 이후 인하대병원 측은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해명을 해왔다. 병원 측에 따르면 당직수당으로 지급되던 20만원은 1일 당직비 1만5,000원이 지급된 이후 '수련수당'으로 명목을 변경해 계속 지급하고 있다. 또한 병원 측은 당직비 지급일수를 한달에 15일로 제한한 것도 사실과 다르며, 1년차는 20일, 2년차 15일, 3년차 10일 등으로 당직일수를 제한해 전공의들이 무리하게 당직을 서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본지가 다시 확인한 결과, 수련수당 20만원은 모든 전공의들에게 지급되고 있었으며, 병원이 1일 당직비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기존 '당직수당'과 명칭이 혼동될 우려가 있어 '수련수당'으로 지급명목을 변경해 발생한 오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당직일수 제한에 있어서는 인하대병원 측과 병원전공의협의회간 의견이 서로 달랐다. 병원전공의협의회는 “1년차 전공의의 당직 제한 일수는 한 달에 20일임에도 불구하고 특정 진료과 1년차 전공의 중 한 달에 27일까지 당직을 서는 이도 있다”며 “이처럼 병원이 당직일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제한일수를 초과해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 서명을 받으면서 적정 당직비 수준도 묻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의견들이 나왔나.

“법정 최저 임금 4,580원에 야간근무 수당 1.5배를 적용해 근무시간인 15시간을 곱해 최소 10만3,050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환자를 진료한다는 업무의 중요성에 따라 시간당 급여를 만원으로 계산해 하루에 15만원이 적정 당직비라는 의견도 있었다. 일부 전공의들은 시간당 2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서명했다. 법정 최저임금만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은 반면 법정 최저임금 보다 적은 금액을 기재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 서명을 할 때 소속과와 실명을 기재하게 돼 있다. 불이익에 대한 우려는 없나.

“서명운동을 시작하면서 불이익은 아직 생각 안해봤다. 어떻게든 안 좋은 현실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인턴과 레지던트  모두 불이익의 두려움은 있겠지만 우리의 주장이 옳은 것이기 때문에 호응은 높다.”

- 지금까지 서명 참여율은.

“이달 3일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가 된 후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인하대병원의 전공의수는 228명이고 이중 4년차 전공의를 제외하면 150명 정도 된다.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절반 정도가 서명에 참여했다. 그동안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느낀 전공의들이 많다는 증거다. 밤새 당직을 서는데 어느 누가 그런 수준의 당직비 지급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겠나. 그동안 뭉치지 못해 주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당직을 안서는 특정과 전공의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 서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명운동 이후의 방향은.

“병원장과 교육수련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한 후 서명 자료를 제시하며 당직비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면담이 거부되거나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또 다시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 앞서 전국의사총연합이 전공의들의 미지급된 당직비 지급을 요구하며 노동부에 집단진정을 낸 적은 있지만 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직접 병원에 적정 당직비를 요구하는 것은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처음이다. 어떤 의미가 있나.

“요구안이 수용이 되든 안 되든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아 병원에 직접 당직비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다른 대학병원으로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다른 병원 전공의협의회에게 같이 하자고는 못했지만 이후 어떤 식으로든 각 병원 전공의협의회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당직비 인상 서명운동이 대한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 진행됐으면 효과가 더 크지 않았을까.

“그렇다. 인하대병원 전공의협의회가 공개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 아직까지 이런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적이 없었나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대전협이 나서서 최저 당직비나 시간당 당직비 가이드 라인 제시, 법정 최저임금을 먼저 요구했으면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 전공의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1~2년 전쯤 우연히 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전공의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실상을 이야기하니 깜짝 놀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일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노동과 관련된 불합리한 사안을 처리하던 사람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것만 봐도 그동안 우리의 권리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고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두려움도 조금 있었다. 그러나 전공의협의회장이라는 자리를 결코 명예로운 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시밭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공의의 권리는 전공의 스스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듯 침묵하고 있으면 이대로 살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전공의 개개인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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