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신( 前 서산의료원·통영적십자병원장, 現 석플란트치과 행정부원장)

지방의료원. 대표적인 공공병원이지만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을 민간병원에 내 준지 오래다. 경영난과 적자운영이 고질화되면서 공공의료 확충 논의는 이제 민간병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경영효율성 위주의 평가와 함께 지자체마다 고강도 경영 개선 및 구고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경영혁신을 통해 적자 투성이였던 공공병원을 흑자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서산의료원과 통영적십자병원이 대표적이다. 이들 공공병원 경영혁신의 중심에는 경영진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이명신 석플란트치과 행정부원장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던 서산의료원과 통영적십자병원을 취임 첫해부터 흑자로 돌려세운 장본인이다. 병원계에서 그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도 의료원 경영이 어려운 지자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28일 이명신 부원장을 만나 지방의료원의 문제점과 흑자 운영 경험을 들어봤다. 


'병상 가동률 60%, 보고체계 전무, 자부심 없는 직원'

이명신 부원장은 의료원장에 부임한 2001년 당시 서산의료원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응급실에는 하루 환자 수가 5명이 고작이었다. 응급실에 수술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당직의가 바로 해결할 수 없는 환자는 대부분 후송조치됐다. 병원 전체 분위기는 수동적이었다. 연 11억8,000만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취임 직후 그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전직원에게 ▲친절 ▲보고업무 ▲마케팅에 대해 매주 직접 교육하고, 응급실을 뜯어고쳤다. 수술할 공간이 없던 응급실에 수술실을 마련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장례식장도 새로 만들었다. 월 2회 진료과장 회의를 정례화하고 당직의사 외에 과장의 야간비상진료에 대해서는 콜 수당을 지급했다. 의사들의 임금체계는 네트제에서 성과급제로 전환했다.

교육의 성과로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생기면서 스스로 마케팅요원이 됐고 보고체계가 정립됐으며, 진료협진과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됐다. 그러면서 하루 응급실 환자가 30~40명으로 늘었고 매일 5~10명의 입원으로 이어졌다. 장례식장은 월 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경영의 효자가 됐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됐다.

그 결과, 취임 이듬해인 2002년에는 6억원, 2003년에는 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 부원장은 "직원이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병원을 사랑할 수 있겠나. 직원들이 병원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지역 주민들에게는 언제나 편안히 받을 수 있도록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찾아가는 공공병원

 

▲ 서산의료원장 시절 의료봉사를 보도한 지역신문의 기사

이 부원장은 "환자를 기다리면 안된다"고 했다. 환자를 병원이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얘기하면서 의료봉사 경험을 꺼냈다.

섬이 많았던 통영의 경우 지역 특성상 병원 방문이 힘든 환자들이 많았다. 그는 연 1~2회에 그쳤던 통영적십자병원의 무료진료 횟수를 연 10회 이상으로 늘려 섬으로 봉사진료를 나가도록 했다.

또 환경미화원들에게는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무릎관절수술을 제공했다.

이 부원장은 "환경미화원들을 가만히 보니 절룩거리며 일하는 사람들이 많더라"며 "알고보니 관절이 닳아서 그랬던 것이었다. 그래서 도 차원에서 본인부담금을 지원받아 무릎관절수술을 해줬다"고 말했다.

지역 노인들에게 400여건에 달하는 요실금수술도 무료로 실시했다.

그는 "병원이 가만히 환자가 오기를 바라면 안된다. 지역에 어떤 환자가 많은지 알아야 한다"며 "찾아보면 반드시 있게 돼 있다. 변화된 생각과 변화된 행동을 해야 병원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병원과도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경쟁력은 시설과 장비가 갖춰져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부원장은 "공공병원들이 민간병원에 비해 MRI나 PET-CT 등 좋은 고가의료장비들과 우수한 인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면서 "그렇다고 경쟁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친절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줬을 때 지역민이 인정하고 병원을 찾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7대 3의 원칙'을 제시했다. 공공병원이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30%는 지역주민과 환자들을 위해 무조건 기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방의료원 주위에 큰 병원들이 늘어나고 적자 요인이 많지만, 병원이 어려워도 30%는 무료진료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면 30%를 메우고도 남을 만큼 다른 결과로 돌아온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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