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의료분야 빅데이터 적극 활용…"국내서는 관련 법·제도 미비"

보건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Big Data)'의 활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관리․분석 체계로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크기의 빅데이터를 잘만 활용하면 맞춤의료와 질병예방 등의 새로운 가치 창출 엔진으로 보건복지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던져준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빅데이터를 의료 분야에 접목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건강 미래예측 시스템 구축 방안: 빅데이터를 활용한 건강위험 예측 방안 모색을 중심으로'와 '보건복지 빅데이터 효율적 활용방안'이란 제목으로 두 편의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를 중심으로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방안을 살펴봤다.

■ 영국 NHS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전국의 약국, 병원의 처방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국민건강에 대한 예측을 수행한다.

특히 영국에서는 CPRD(Clinical Practice Research Datalink)라는 사이트를 통해 이전에 일례가 없었던 대규모의 다양한 데이터셋(DataSet)을 연계해 연구자에게 제공해준다.

CPRD는 보건의료서비스와 사회서비스를 중심으로 데이터셋을 연계해 제공한다올해부터는 보건의료 관련 연구자에게 공공보건을 위한 연구내용 뿐 아니라 임상적 이노베이션, 건강수준 향상, 효과성에 관한 근거 등을 위한 목적에 대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셋에는 일차의료 및 이차의료의 질병등록자료를 포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인구학적·사회경제학적 변수가 포함돼 있다.

 

■ 미국 '필박스(Pillbox)' 프로젝트

미국에서는 오바마의 의료개혁안과 연관돼 빅데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기관, 환자, 정부, 의료보험회사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Health 2.0'을 제안했고, 여기에 빅데이터가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 의료기관, 보험수가에 관한 기본 데이터의 수집·저장·통합·관리에서부터 환자와 병원을 연결해 주는 소셜네트워크 기능, 클라우딩 컴퓨팅과 같은 업무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게 된다.

특히 Health 2.0의 일환으로 미국 국립의료원에서 필박스(Pillbox)라는 의약품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사용 중인 약에 대한 정보가 불분명할 때 필박스를 통해 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 해 동안 미국 국립보건원에 접수되는 알약의 기능이나 유효기간을 문의하는 민원 수는 100만 건 이상에 달하며, 평균 한 건당 알약의 기능 및 유효기간을 확인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약 50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필박스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연간 5,0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필박스 프로젝트를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현재 유행하고 있는 질병의 발생 장소 및 전염속도, 주요 질병의 분포, 연도별 증가 등에 대한 통계치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질병관리를 할 수 있다.

■ 미국 건강보험회사 웰포인트(WellPoint)

미국 의료보험회사인 웰포인트(WellPoint)는 IBM의 왓슨 솔루션을 도입해 의료보험 자료와 회사에 등록된 3,420만명에 대한 환자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이를 기초로 복잡한 의학적 치료법을 검색하도록 지원한다. 웰포인트의 데이터는 다양한 데이터 소스로부터 수집된다. 환자의 증상, 환자 면담 결과, 진단 등 진료 내역에 대한 모든 정보 뿐 아니라 의료보험청구데이터, 환자의 인구학적 정보, 의료이용내역, 약국처방내역, 영상자료, 임상병리 자료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해 빠르게 변화하는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환자의 진료 만족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여 환자 및 의료보험 회사의 비용을 절감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의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고령자에게 효과적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다.

보고서는 "보건의료영역과 빅데이터의 관계는 매우 밀접하며 데이터의 적절한 관리, 수집, 보관, 공유,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유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역할을 한다"며 "환자, 의료기관, 공공기관 등이 환자에 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며, 환자중심으로 의료 시장이 변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환자 개인에게 적합한 의료기관 또는 진료방법을 제공하며, 응급상황, 전염병 발생 등과 같은 긴급한 상황 하에서 효과적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수 있다"며 "또한 불필요한 진료 및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해 의료비를 절감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내 빅데이터 활용은?

국내에서도 빅데이터를 보건의료 분야에 활용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운영하는 한국인체자원은행네트워크(kbn.cdc.go.kr/)는 16개 병원을 통해 36만명의 인체자원 확보해 질병지표 발굴 및 질병조기 진단을 위해 활용한다.

한국인체자원은행네트워크는 생명연구자원의 체계적 수집과 정보 표준화, 정보공유를 통해 질병의 예방과 진단, 맞춤치료, 신약-신기술을 위한 미래바이오산업의 신 성장동력으로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빅 데이터 도입을 통해 업무효율성 및 생산성향상을 위한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을 개발했다.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은 환자 개인의 특이사항을 입력해 임상적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로 시스템이 도입된 후, 부적절한 용량의 신독성 약물 처방률이 30.6%로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은 빅 데이터를 분석해 자연어 검색을 지원하고 의약품의 처방과 조제 시 의약품 안정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사용을 사전에 검사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2년부터 데이터웨어 하우스를 구축해 본부와 지역본부에서 운영중인 급여관리시스템, 요양급여비지급시스템, 건강검진시스템, 의료보호시스템, 자격, 보험료급여 및 사후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저장·관리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데이터웨어하우스는 보험료 시물레이션, 보험료 및 보험급여비 상승 추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이후 청구심사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2002년부터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구축해 기준정보, 요양기관정보, 지급정보에 대한 데이터를 저장·관리하고 있다.

심평원의 데이터웨어하우스는 적시에 정보를 분석할 수 있도록 각 주제영역에 대한 통계분석, 시계열분석, 다차원분석, 추이분석 등과 같은 다양한 분석기법을 적용한다.

보고서는 보건복지 분야의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건복지 빅데이터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가칭 '보건복지 빅데이터 관리 위원회' 운영 ▲보건복지 비정형화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있는 민간 기관과의 협조체제 ▲국가 차원의 오픈 API(Open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제공 ▲보건복지 빅 데이터를 분석처리할 수 있는 관련 기술 개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 인재 양성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보건복지 빅데이터는 개인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가 저장되어 있지만 아직 법·제도는 미비한 상황이며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며 "빅데이터의 활용도 중요하지만 빅데이터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개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익명화와 정보접근 및 정보처리에 대한 통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보접근 및 정보처리에 대한 통제를 강하게 하면 정보 활용이 활성화 되지 않기 때문에 보건복지 빅데이터 ‘활용과 보호의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효과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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