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전문의 수를 부풀리고 전공의 이동수련을 이행한 것으로 허위보고 한 춘천성심병원에 내년 1년간 인턴 및 레지던트 선발 제한 처분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병원 전공의들과 교수진들이 반발하면서 지난 10일 오전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앞으로 한시적 수련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되면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돼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돼버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처분을 철회하거나 감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데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이 상황은 참 아이러니다.

지도전문의 수를 조작하거나 이동수련 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속이는 것은 제대로 된 수련환경 조성에 반하는 행위이자 전공의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수련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이로 인한 피해자는 환자는 물론 전공의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춘천성심병원은 그간의 잘못이 드러날 무렵,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혐의를 축소·은폐하려 했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병원, 교수들과 손을 잡았다. '처분이 과도하다'는 판단과 '처분 철회 및 감경'이라는 목표가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같은 처분을 결정한 보건복지부를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우선 집단행동의 내용에 있어서 그렇다.

전공의들은 이번 처분이 병원 측에 내려지는 것이란 사실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이 처분은 병원 측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이지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처벌이 아니다. 따라서 처분은 마땅히 내려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를 전공의들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전공의들의 요구는 처분 자체를 철회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병원측을 대변하는 것 밖에 안된다. 가해자를 위해 전면에 나서는 꼴이다. 병원측도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모양새다.

물론 이번 처분이 전공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분명하다. 전공의들이 파업과 1인시위에 나서는 것도 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전공의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처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에 급급해 처분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전공의들은 이번 처분이 내려지게 된 경위를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병원 측에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에 이용당하는 것 밖에 안된다.

무엇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춘천성심병원처럼 수련병원이 지도전문의 수를 조작할 경우 마땅히 규제할 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지도전문의 수를 허위로 보고하는 경우 대부분 원칙적으로는 전공의 정원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정원 감축은 사실상 페널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춘천성심병원의 경우 영상의학과와 비뇨기과는 이미 원칙상 정원을 책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전공의 정원 감축이나 미책정이 허위보고에 따른 페널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춘천성심병원은 문제가 된 비뇨기과의 이동수련 명령 이행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병원에 대한 행정처분이 과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수 조작 행위를 그대로 용인하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적한 것처럼 지도 전문의 수 조작 건은 일차적으로 해당 병원 재단의 방만한 부실, 불법 경영에서 비롯된 것으로 수련기관을 징계하는 조치는 마땅하다. 다만 사안이 이렇게 커질 때까지 방치한 복지부와 병원신임평가 업무를 위탁받은 대한병원협회의 잘못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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