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밀린 외상값을 갚지 않고 오히려 약값을 강제로 내리자 유럽 제약업계가 결국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리스 정부가 제약업체에 올해 지불할 건강보험 외래처방약 값 상한선을 28억8천만 유로로 설정하자는 방안이다.

약값 총액이 연간 상한선을 넘으면 초과액을 받지 않고 개별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에 따라 손해를 분담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밀린 외상값은 갚고 앞으로는 체불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럽 제약산업협회연맹 (Efpia ; 에피아)은 최근 그리스 재무부에 이런 내용으로 이른바 `안정협약'을 체결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로이터 통신은 5일 보도했다.

연맹의 제안은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 정부와 제약업계의 대치로 업체 손실과 환자 피해가 점점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정부와 업계가 한 발씩 물러나 보건의료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이른바 `안정협약'을 맺자는 뜻이다.

유럽 제약업계는 이미 포르투갈, 아일랜드, 벨기에 등과도 유사한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재정위기와 경제난에 빠진 다른 나라들로 이런 타협안이 확산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건강보험 외래약제비 예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초과 약제비 이익 환수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제약업체별로 납품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강제로 깎는 것이다.

그리스제약협회(SFEE)는 업계가 보유 그리스 국채를 상각해주면서 10억 유로를 손해보고 납품 대금 20억 유로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될 수 있는' 약제비 강제 환수 제도까지 실시한다며 반발했다.

제약업계는 그리스 병원들에 대한 의약품 납품 축소나 중단 등으로 맞섰다. 현금을 주거나 외상을 제때 갚는 민간 도매업체 등에게만 공급했다.

이로 인해 소매 값이 뛰고 항생제, 항암제, 항우울제, 당뇨 환자들에게 필요한 인슐린 등 필수 의약품까지 부족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리스 보건부는 응급의약품 구매에 필요한 대출금 규제를 풀고, 건강보험당국(EOPYY)은 약품 도매상 미불금을 일부 갚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올해 약제비를 최소 10억 유로 절감하기 위해 다양한 추가 긴축 조치들을 지난달 시행하기 시작했다.

여기엔 보험약 공시가격 대폭 인하, 특허만료 제너릭 의약품의 생산ㆍ판매 촉진, 비싼 약의 처방을 대폭 제한과 환자 부담액 증가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의약품 부족을 막기 위해 그리스 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의 수출을 전면통제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도 취했다.

리하르트 베르크슈토름 에피아(Efpia) 사무총장은 이번 제안은 각국 정부의 강력한 재정 긴축으로 약값이 체불되고 큰 폭으로 삭감돼 업계 매출과 수익이 떨어지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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