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현(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노현 R&D진흥본부장은 선경 전 본부장(고려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에 이어 의사로는 두 번째로 국가 보건산업 R&D의 수장을 맡게 됐다. 박 본부장은 그동안 서울대병원 QA담당 교수·기획부실장·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며, 보건복지부 주관 의료기관 평가 준비·병원물류 정보화 선진화 사업·암 병원 설립 등 다양한 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박 본부장은 취임 시 보건산업 R&D와 관련된 연구과제 선정 및 심사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를 만나 R&D진흥본부의 구체적 운영계획을 들어봤다.


- 현재 국내 보건산업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보건산업은 국가 산업의 핵심이다. 특히 병원이라는 곳은 모든 직군을 포괄하는 직장이기 때문에 고용효과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건설업보다 고용효과가 높다. 이런 이유로 병원 산업화를 진작에 추진했어야 한다. 국가가 병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만 했어도 진작에 산업화가 이뤄졌을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환자 유치만 해도 의사만 가지고는 안된다. 간호사, 직원 등 모두가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즉 병원에 근무하는 인력에게 외국어만 교육해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발생시킬 수 있다. 현재 보건의료의 산업화를 위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 보건산업R&D 예산은 충분한가.

“현재 보건복지부의 바이오R&D 연구예산은 4,000억원 규모인데 그 중에 진흥원에 3,200억원 정도가 배정된다. 미국 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국립보건원)의 연구예산이 34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R&D예산을 지금보다 늘릴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 보건산업R&D예산 관리를 정리해야 한다. 현재 보건산업R&D 연구기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보건원, 국립암센터 등으로 나뉘어 집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진흥원 중심으로 통합관리 돼야 한다. 교육부는 이미 학술진흥원, 과학재단 등을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했다. 국내 보건의료R&D 총 예산은 1조1,000억 정도 되는데 복지부 4,000억원, 지식경제부 3,000억원 등으로 나뉘어 있어 효율성 및 중복성의 문제가 있다. 복지부도 당연히 보건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연구지원을 위한 예산을 복지부만 해도 지금보다 두배는 늘려야 한다. 현재 연구과제 신청 경쟁률이 15대 1정도다. 그러다보니 선정되지 못하는 아까운 인재들이 너무 많다. 적어도 7대 1이나 8대 1정도 되야 하지 않겠나.”

- 현재 상황에서 연구 과제 선정을 늘릴 방법은 없나.

“초임 연구자의 경우 능력은 있는데 시드머니가 없을 때가 있다. 기존 연구비 지원 외에 이들에 대한 소액 신진연구비 지원 등 연구비 지원을 이원화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도 가지고 있다. 지원금 액수도 다변화해야 한다. 현재 과제 지원금 액수가 정해져 있어 연구비에 맞춰서 연구계획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연구라 하더라고 3억원을 지원해 준다고 하면 누가 2억원을 쓰겠나. 따라서 과제별로 1~2억원이나 1~3억 등 액수를 정하지 않고 다변화하게 되면 연구과제에 대한 적정 지원과 동시에 지원해 줄 수 있는 과제수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 지난해 국감에서 부실 연구에 대한 연구비 지원 등이 지적됐다. 연구과제 선정의 객관성을 높여야 하지 않겠나.

“연구 평가인력을 외국까지 확대하는 등 연구 심사풀(poll)을 늘려야 하고 연구심사단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제고해야 한다. 연구자와 평가자가 겹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심사와 관련된 전체 데이터베이스와 논문실적 만들어 공정성을 담보할 것이다. 이미 미국한인과학자협회와 그쪽의 인력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키로 협의가 됐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세계적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구축을 통한 객관적 심사도 계획 중이다.”

- 과제 선정 후 사후관리도 중요하다고 본다.

“사후관리는 중요한 부분이다. 연구가 부실하거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누가 심사했는지 역추적해야 한다. 또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심사를 하는 이들에 대한 배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심사평가단을 통해 심사에 열심히 참여하면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도 실무적으로 검토 중이다.”

- 차세대 연구자 육성도 R&D진흥본부에서 고민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까지 국내에 제대로 된 연구중심병원이 없다. 일본의 고베대학이나 미국의 보스턴대학과 같은 연구중심 병원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 최근 37년간 노벨생리의학상을 못받은 게 5번 밖에 없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바이오메디컬과 관련한 고용인구 수준만해도 미국은 총 고용인구의 10%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에 불과하다. 일단은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전문가들을 모아 바이오R&D 융합센터와 같은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약 2조원 정도를 투입해야 할 것이다. 최적지는 대덕과 가까운 세종시나 오송 등이 적당하다고 본다. 임기 중에 기반을 닦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 임기 중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 분야가 있나.

“보건산업과 관련된 모든 가능성을 봐야 한다. 때문에 각 분야별로 연구를 선정하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내별, 기업별, 해외별로 전문가들을 파악해 이들을 연구 선정 인력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복지부에 건의한 결과, 예산을 지원받기로 했다.”

- 그 밖에 R&D진흥본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면.

“전 선경 본부장이 정책 기획 등을 잘 만들어놔서 이를 활용할 생각이다. 거기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연구비 심사제도 관리방안이나 연구자 관리 모니터링 등을 만들어서 객관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보건산업과 관련해 국가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데이터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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