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선정 평가서 길병원·연대원주기독병원에 뒤져
평가단 관계자 "진료실적 너무 미흡해…이국종 교수 아닌 아주대병원의 책임"

보건복지부의 권역외상센터 선정에서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병원이 탈락한 배경에는 외상환자 진료실적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권역외상센터 선정 평가단에 따르면 외상 전문가 3명(의사)을 비롯해 통계, 보건행정, 병원경영 분야 전문가 7명 등 총 10명으로 평가단이 구성돼 중증외상진료체계에 우수한 역량을 가진 기관을 가려내기 위한 선정 작업이 이뤄졌다.

평가단은 ▲현재 중증외상 진료현황(10점) ▲최근 2년간 중증외상관련 운영평가(20점) ▲최근 2년간 중증외상환자 진료실적(30점) ▲권역외상센터 설치 및 운영계획(40점) 등 4가지 평가항목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결과 '권역외상센터 설치 및 운영계획'에서는 병원별 점수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진료현황 및 진료실적 지표에서 병원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그 결과, 중증외상특성화센터를 갖추고 있던 아주대병원의 경우 의정부성모병원, 인천길병원, 연세대 원주기독병원과 함께 속해 있던 1권역에서 원주기독병원에 밀려 3순위, 의정부성모병원이 4순위의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소재 권역응급의료센터들이 모두 권역외상센터 선정에서 제외된 것은 이 같은 평가결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단국대병원이 속한 2권역(충청권)에서도 충북대병원과 충남대병원이 탈락했다.

평가단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이 각 항목에 대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특히 진료실적에서 병원간 차이를 보였다"며 "이번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센터 선정에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은 복지부의 외압이나 로비 등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의한 것이 아닌 객관적인 지표에서 희비가 엇갈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환자 진료실적은 평가단의 실사를 통한 자료가 아닌 병원 스스로 제출한 자료다.

특히 평가단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이 센터 선정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권역외상센터는 외과계 4개과를 포함해 총 7개의 필수과가 있는데 아주대병원은 과간 소통의 문제가 있었다"며 "아주대병원은 진료실적이 형편 없어 실망스러웠다. 아마도 이국종 교수만 환자를 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과가 열심히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병원 차원에서 해야 되는데 다른 과에서 안 도와 준 것"이라며 "아주대병원이 떨어진 것은 이국종 교수의 책임이 아닌 아주대병원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2일 오후 김문수 도지사와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복지부가 발표한 권역별중증외상 센터 선정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경기도청 홈페이지>

이번 센터 선정에서 가장 의외의 결과로 지목되는 아주대병원은 이같은 이유로 외상환자를 타병원으로 전원한 횟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이 제외된 센터선정 결과에 복지부도 당혹스러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단 관계자는 "복지부가 아주대병원이 떨어진 것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며 "복지부도 선정결과에 대해 말이 많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원칙대로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 선정 결과는 지난 1일 오전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이날 오후로 발표시기가 미뤄졌다.

반면 인천길병원의 경우 평가결과에서 다른 병원들과의 점수차를 압도적으로 벌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단 관계자는 "길병원의 경우 다른 병원들과 달리 외상센터를 위한 별도의 건물을 확보하는 등 이미 오래전부터 외상센터 선정을 위해 준비를 많이 해왔더라"며 "다른 병원보다 압도적으로 앞설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다들 길병원은 성정될 것으로 예견했다"고 설명했다. 

센터 선정에서 탈락한 충남대병원 측도 선정결과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다.

이 병원 관계자는 "열심히 준비해서 발표했는데 센터 선정에서 탈락해 아쉽다. 심사위원들도 잘 아는 사람들인데 떨어졌다"며 "그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했다는 증거다. 복지부 입김이 작용했다면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기 떄문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내년도 센터 지정을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3년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권역외상센터 4곳을 추가 지정하는 등 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17곳의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