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승표(한의사평의원협의회 회장)

지난 28일 저녁부터 대한한의사협회 회관 건물이 한의사 수십명에 의해 점거를 당했다. 건물 2층에 있는 회장실의 집기가 밖으로 치워졌고, 건물 안 곳곳에서는 불쾌한 오물 냄새가 났다. 현재 한의협 건물을 점거하고 사흘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한의사평회원협의회' 소속 회원 40여명이다. 이들은 치료용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반대 및 집행부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게 될 경우 처방 권한이 없는 한약사들이 처방권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무기한 점거농성을 벌인다고 한다. 한의사평회원협의회 국승표 회장을 만나 한의협 점검 농성을 강행하게 된 배경과 요구조건 등을 들어봤다.


- 한의협 건물을 점거하게 된 이유는 뭔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치료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이는 한의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중대한 사안이다. 때문에 지난 9월2일 한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첩약 건보 건은 대의원회의에서 먼저 논의하고 진행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이런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건정심에 합의했다. 천연물신약, 김정곤 회장의 협회비 28억원 개인적 사용 등으로 쌓여왔던 회원들의 분노가 터진 것이고 한의사평의원협의회가 나서게 됐다.”

- 한의사평의원협의회는 어떤 조직인가.

“한의협에 속해 있는 일반 회원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한의협의 공식적인 산하단체는 아니다.”

- 점거 농성에 참여하는 한의사는 몇 명이나 되나.

“낮에는 평균 50여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으며 밤에는 200여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휴진을 하고 참여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협회가 그만큼 무능력하고 평의원들을 속여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첩약이 건강보험에 편입된다는 것은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한의사가 처방할 때 진찰료, 처방료, 조제료 등이 들어가는데 첩약 건보 적용은 한약조제 약사도 이와 똑같은 체계안에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방이나 진단의 능력 및 권한이 없는 이들이 3만명이나 늘어날 경우 결국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

- 점거농성을 하면서 제시한 요구 조건은.

“김정곤 회장이 건정심에서 합의한 첩약 건보 적용의 전면 거부와 지금의 사태를 촉발시킨 김 회장과 현 집행부 및 대의원 모두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건정심에서 결정된 사항을 거부한다고 해서 결정이 번복될 수 있다고 보는가.

“자체적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건정심에서 결정된 사항은 번복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 부분이 우리가 가장 곤혹스럽게 여기는 점이다. 그러나 협회는 회원들이 거부할 경우 분명히 되돌릴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이 같은 협회의 거짓말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 한의사평회원협의회 측이 한의협 건물 출입문에 붙여놓은 안내문.

- 협회장과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 점검 농성이 아닌 탄핵 절차를 밟을 수는 없었나.

“평의원들이 분노하고 답답해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정관상 회장을 물러나게 하는 권한은 중앙 대의원만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앙대의원들은 일반 평의원들이 선출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평의원의 뜻이 중앙에 전달이 제대로 안된다. 특히 대의원회의에서는 무기명으로 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중앙대의원들이 분회에서 평의원들의 뜻을 취합한다고 해도 표결에 가면 어떤 의견에 표를 던졌는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한의협 정관에는 구시대적 요소가 많다. 이번 기회에 대의원 선거 등 정관 개정에 대한 부분까지 요구할 것이다.”

- 점거 이후 한의협 측의 공식적 입장 표명이 있었나.

“지난 29일 김정곤 회장이 회원들에게 서신형식으로 입장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우리가 누군가의의 사주를 받아 협회를 전복시키려하는 불법적인 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회장의 인식이 그것밖에 안된다는 점에 회원들은 또 한번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다.”

- 점거 농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다만 일반 평의원들이 얼마나 참여하냐에 따라 점거기간이 결정될 것이다. 일반 회원들을 대상으로 위임장과 서명을 받고 있는데, 시작 하루만에 3,700장의 위임장이 들어왔다.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다.”

- 점거 농성 외에 또 다른 계획이 있나.

“오는 11월 1일 한의협 주변에서 3,0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첩약건보 철폐와 김정곤 집행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일단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한의협 건물에 대한 무기한 점거를 강행할 것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