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부터 21세기 의학의 뜨거운 감자인 통합의학까지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꾼 의학의 혁신적인 10가지 발견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책이 나왔다.

최근 미국 과학·의학 전문 저술가 존 퀘이조의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메디치미디어)가 국내 번역돼 발간됐다.

이 책 속에는 마취를 비롯해 히포크라테스와 의학의 탄생, 공중위생, 세균, 엑스선, 백신, 항생제, 유전과 DNA, 정신질환치료제, 대체의학 등이 발견되기까지 수많은 인물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10가지 목록을 선정하기 위해 '영국의사협회지'(British Medical Journal)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도움을 받았다.

영국의사협회지에서는 2006년 구독자들을 대상으로 1840년 창간 이후 가장 위대한 의학적 혁신을 추천받았는데 이에 1만1,000 명 이상이 응답했으며, 투표를 통해 15가지를 선정할 수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 센터가 1999년 발행한 '치사율 및 이환율 주간 보고(MMWR)'가 선정한 목록은 1900년부터 1999년까지 일어난 공중보건의 10가지 성과를 담아냈다. 

저자는 이 두 곳에서 선정한 목록 중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차이도 있었기 때문에 최종적인 목록을 선정하기 위해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킨 것 ▲의술을 변화시킨 것 ▲세계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킨 것 등 세 가지 기준을 두고 최종적으로 10가지 목록을 정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존 스노우는 콜레라로 고통받는 광원들을 돕기 위해 탄광으로 갔다가 광원들이 대소변을 보는 곳 가까이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발견했고, 훗날 이 경험은 콜레라가 오염된 물에 의해 전파된다는 세균 이론으로 이어졌다.

이그나즈 젬멜바이스는 의사들의 불결한 손이 치명적인 감염을 전파한다는 사실을 이론화 했는데 당시 의사 사회는 손 세척이 질병 전파를 막을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을 비웃었다. 하지만 젬멜바이스는 그에 굴하지 않았고 손 세척 절차를 수립해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게 된다.

알렉산더 플레밍은 배양된 박테리아 배지에 곰팡이가 번식해 자신의 실험 하나를 망쳤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그것은 그가 의도하지 않은 몇 가지 우연과 더 해져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히포크라테스는 질병이 악령이 아닌 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엄청난 비난을 받았지만 그의 용기 있는 주장은 600년 이상 지속되어 온 미신에 대한 신념을 깼고 그는 오늘날 의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게끔 만들었다.

 출판사는 서평을 통해 "의학사를 빛낸 인물들의 여정을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찾아 볼 수 있는 이러한 교훈은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의학사를 알아가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인간이 지식의 한계를 새롭고 놀라운 방향으로 넓혀나갔는지 보여준다"고 소개한다.

이 책을 번역한 서울대의대 인문의학교실 황상익 교수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학 교과서에도 땀과 눈물이 담겨 있지 않은 페이지란 없다. 아니, 단 한 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고뇌가 숨어 있다"며 "의학상의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다룬 서적과 논문은 무수히 많지만 그러한 성취의 순간뿐만 아니라 그에 이르는 험난하고 우여곡절로 가득 찬 과정을 꼼꼼한 필치로 묘사한 것은 별로 없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역자들이 이 책을 독자들께 소개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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