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 전망을 놓고 서로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는 두 교수가 한 자리에서 만났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7일 ‘의료인력 과잉인가 부족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연세대 정형선 교수와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가 의사 수 부족을, 경희대 김양균 교수와 대한의사협회 이혜연 학술이사가 의사 수 과잉을 각각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정 교수<사진>는 현 의대 입학정원을 20% 이상 늘려 의사 수를 확보하는 것이 지역간, 부문간 의사 인력 배분의 불균형을 풀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한국 의사 수는 총량 면에서 부족하고 그 결과 국민들은 짧은 진찰 시간과 의사의 설명 부족에 불안해 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20% 가까이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2002년경 의대정원이 3,300명에서 3,058명으로 대폭 감소되고, 최근엔 의대 졸업자 수가 줄어들면서 의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도 OECD 평균 3.1명의 3분의 2인 2.0명이고 한의사를 빼면 1.7명"이라고 주장하며 의사 수 증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양균 교수는 현재 국내 임상의사 수 증가율을 근거로 제시하며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약 10년 후에는 의사 과잉공급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 증가율은 연간 4.8%로 세계 최고 수준인데 비해 OECD 평균은 1.99%에 그쳤다”며 “이런 추세로 가면 2023년~2024년 사이에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가 OECD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2014년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이들이 활동하는 시기와 의사 수 증가율이 OECD 수준에 근접하는 시기와 맞물려 초과공급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정 교수는 "과거 30년간 늘어왔던 의사 수 증가율을 들면서 향후 공급과잉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10년 전 입학정원 감축으로 이제는 의사 배출 인원이 줄고 있다"며 "의사 수의 증가 속도는 ‘기존 의사 수 대비 의대졸업생 수’가 아니라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로 봐야한다"고 맞받았다.

실제로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이 9.9명인데 반해 한국은 7.1명이고, 이 수치는 2008년 7.4명, 2009년 7.1명, 2010년 5.5명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 문제 해법도 의견 엇갈려"의료취약지 근무할 수 있는 유인책 필요" ↔ "근본적 해결책은 의사인력 늘리는 것"문제는 의사 수 증원이 아니라 의사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교수는 “의사 수 증원에 따른 ‘낙수효과’로 의사 인력 불균형을 해결하려고 하는데 마치 의사 수 증원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건가”라며 “복지부에서 의료취약지에 어떻게 하면 의사들이 근무할 수 있을까 그 유인책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건강보험 흑자 재정이 4조원에 육박한다는데 수가가산률이나 의료시설에 장기저리 혜택을 주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이혜연 학술이사는 “안정된 의료인력을 확보하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한다. 보건의료 예산은 의사 수를 늘리는 데 쓰는 게 아니라 지역 배분을 위한 환경 조성에 써야 한다”며 “의료취약지에 전문의가 근무하려면 의료인프라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의사 인력의 지역간 불균형 해소 노력과 함께 의사 수 증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 교수는 “산부인과 의사가 부족하다고 수가를 줘서 해결하면 좋겠지만 한계가 있다. 필요하면 차등수가제도 도입하고, 청구실명제도 해야 할 것”이라며 “더 중요한 건 기본적인 공급이 돼야 배분도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의사인력 편중 현상을 해결할 방법이 민간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측면에서보면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의대정원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며 실제로 “학회들에게 의사 수급 전망을 물었을 때 5개과 적정, 6개과 과잉, 5개과 부족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학회도 전문분야별 수요를 정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의사 수를 늘리되 공공의대를 설립해 공공의사를 배출해 민간의사와 이원화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신현호 변호사는 “공단, 국방부 등이 의대를 신설해 공공의사를 배출하고, 공공병원, 일산병원 수도통합병원 등에서 이들을 수련시키면 된다"며 "민간과 공공으로 의사 인력 양성 체제를 이원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사 수 증원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질 및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정 교수는 “단언컨대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의 질은 올라가게 돼 있다”며 “넘치는 부분이 그렇지 않은 부분으로 흘러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게 되고 의사 1인당 진료환자 수가 줄면서 3분진료가 5분진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 교수<사진>는 “의사가 과잉공급되면 경쟁은 심화된다. 의사 수를 늘리면 의료취약지나 기피과에 가는 의사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는 현상은 더 심해지고 과잉진료를 유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의사유인수요, 목표소득가설 등이 합쳐져 의료비가 반드시 증가될 것”이라며 “결국 보험료를 더 걷게 되고 국민 저항에 부딪힐 거다. 이런 다양한 부작용에 세밀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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