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
박민수 과장은 이날 연수교육에서 건강보험 정책방향에 대한 강연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협박 문자를 수사의뢰하게 된 배경과 의협 집행부의 최근 행보 등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털어놨다.
앞서 박 과장은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한 라디오 토론에서 '의사들이 파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회원들에게 불법을 획책하는 집행부는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150통이 넘는 협박 문자에 시달렸다. 결국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그에게 협박 문자를 보낸 의사 8명이 불구속 입건된 뒤 검찰로 송치된 상태다. 박 과장은 "단순히 화가 나서 개인적으로 (욕이나 협박을)한 것이라면 수사의뢰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문자 협박이 조직적, 집단적 비민주적인 형태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박 과장은 "공무원을 해 오면서 화난 민원인으로부터 전화로 욕도 많이 듣고 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조직화돼 있었다"며 "마치 행동지침이나 강령처럼 정해진 룰에 따라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의견과 맞지 않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뜻을 관철시키는 일이 의료계 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더라"며 "(이러한 방식이)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실상을 사회적으로 고발해야겠다 생각했고 법에 호소했다. 처벌하는 목적보다 실체에 대해 밝힐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협박성 문자를 보낸 사람 중에는 직접 찾아와 사과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은 "문자를 보냈던 사람 중 한명이 나를 직접 찾아왔었다. 모르는 번호는 안받았던 때문인지 복지부로 직접 찾아왔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수사가 진행되니 겁도 나고 미안하다며 용서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경찰서에 전화해 그 분은 수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앞서 의료계 내에서 유사한 일을 겪은 박호진 전 의협 윤리위원장을 직접 만나려고 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의료계 내 비민주적 행태 우려…지성이 목소리 내야"
그는 "의결 과정을 들어보니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더라. 어떻게 파업같은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면서 반대가 하나도 없을 수 있느냐"며 "어떤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그 내부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토론이 있어야 의료계가 긍정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의견이라도 수용하고 설득해서 뜻을 한 데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계 내부의 지성인들이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어느 집단이든 지성이 있는데, 외부가 아닌 내부의 살아있는 지성인들이 (침묵하지 말고)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면서 "민주주의에서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의료계도 의협도 건강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협, 투쟁만 해서는 얻는 것 없다"
현 의협 집행부의 소통 부재에 대해서도 업급했다.
박 과장은 "의협이 현재 정부뿐만 아니라 한의계, 약계 등 다른 직역과도 전부 척지고 있는데 의료계를 대표해서 의견을 모으고 정부와 대화해 효율적으로 현안을 풀어나가야 하는 단체인 만큼 그 기능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박차고 나온 의협은 건정심 구조개선을 요구하며 복귀하지 않고 있다.
박 과장은 "복지부 내부에서 의협이 대화를 단절한 이때 정책들을 통과시켜버리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를 기회삼아 민감한 현안을 처리할 생각은 없다"며 "오히려 의협과 정부의 관계가 정상화 되기를 기다리면서 다독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월 낸 안건 중 '재진환자 자격확인 의무화'도 아직 보류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몇가지 사안이 있지만 계속 홀딩하고 있다"며 "의협을 배제한 상태에서 민감한 정책을 밀어붙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수용하고 토론할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의협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짧은 인터뷰를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