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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만나다] 계약직에 월급 150만원 연구원…그들에게 '리서치 펠로우'는 희망김혜정·서정민(가톨릭의대 연구교수)
태풍 ‘볼라벤’이 서울에 가장 근접했던 지난 28일 오후 4시. 기자는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의회관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처음으로 선정한 ‘리서치 펠로우(Research Fellow)'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리서치 펠로우는 박사급 연구전담인력으로 교과부는 올해 100명(100개 과제)을 선정해 3년간 5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1개 과제당 1년간 5,000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가톨릭대학교에서는 총 3명이 선발됐는데 모두 의과학 분야 과제이다.

성의회관 로비에 들어서자 태풍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요했다. 건물 안과 밖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약속장소인 성의회관 2층에 올라가자 오른쪽에 아기자기한 성당이 보였다. 왼쪽으로 곧장 들어가니 ‘골목쉼터’라는 휴게공간이 나왔다. 유리 외관을 배경으로 성모병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의학드라마 ‘브레인’에 종종 등장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리서치 펠로우는 원래 세 명이었지만 한 명은 태풍으로 인한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에 리서치 펠로우 1기로 뽑힌 서정민 박사(가톨릭의대 연구교수)는 서울대 식품공학과(91)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과정을 밟았다. 김혜정 박사(가톨릭의대 연구교수)는 단국대 생명공학과(97)를 나와 가톨릭대학교에서 석사를 거쳐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 치열한 경쟁을 뚫고 리서치 펠로우에 선발된 걸 축하한다. 어떻게 지원하게 됐나. 서정민(이하 서) : 고맙다. 서울대 실험실에서 1년간 포스트닥터를 마치고, 미국 네브라스카 링컨 주립대에서 2년간 동맥경화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귀국했다. 가톨릭의대에서는 약 2년간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유지창 교수와 연구활동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리서치 펠로우 제도를 접하게 됐고, 장기적으로 하고 싶었던 연구 주제인 ‘세포투과펩타이드(cell-penetrating peptide, CPP) 관련 항바이러스 치료 물질 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됐다.

김혜정(이하 김) : 작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올해 신청해 뽑혔으니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석사 과정 밟으면서 줄기세포 연구에 올인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현재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유진 교수와도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리서치 펠로우 소식을 듣고 ‘간엽줄기세포의 후성유전학적 조절을 통한 임상응용 실용화 전략연구’라는 주제를 떠올리게 됐다.

- 항바이러스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은 모두 유망한 분야 아닌가. 무엇보다 기반기술(platform technology)이 중요한 분야라고 들었다.

서 : 세포투과 능력이 있는 펩타이드를 활용해 세포 내로 침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치료약물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항바이러스 효과가 높은 치료단백질 후보를 대상으로 세포투과펩타이드와 융합시켜 항바이러스 약물 개발이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포 투과 능력이 있는 소재를 찾고, 거기서 좋은 효율을 보이는 소재를 확보하는 기반기술이다. 또 이러한 소재를 수많은 단백질에 적용하는 기술도 치료제 개발의 전단계에 꼭 필요한 기반기술이다.  

▲ 가톨릭의대 김혜정 연구교수.

김 :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도 기반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몇몇 줄기세포 치료제의 마케팅이 치열한데, 정작 줄기세포의 치료 기전에 대한 기초 연구는 미흡한 편이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간엽줄기세포의 후성유전자 조절능력을 지닌 저메틸화제제(hypomehtylating agent, HMA)와 histone diacetylation(HDAC)의 처리가 간엽줄기세포 운명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후성유전자 조절제의 처리로 줄기세포기능, 분화기능, 면역조절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변화를 알아보고, 유전자의 조절을 통해 간엽줄기세포의 운명을 조절해 간엽줄기세포의 치료제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연구목적을 뒀다.

- 리서치 펠로우 제도는 연구전문인력의 독립성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도라는데 대해 공감하나.

서 : 리서치 펠로우는 연구전문인력의 독자성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이전 보다 상당히 진일보한 발상이다. 이 제도가 점차 확대될 경우 연구전문인력에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보완돼야 할 점도 많다. 리서치 펠로우가 행정적으로 독립적인 지위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연구수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 독립적인 연구수행을 뒷받침할만한 연구비로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김 : 신진연구자들에게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지금까지 이른바 Big Guy(대형연구프로젝트를 자주 맡은 유명 교수) 중심으로 연구과제가 주어지다 보니 신진연구자가 참여할 길이 부족했다. 특히 과제 수행 기간 동안 신분이 보장되고 근무 여건이 조성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

- 그동안 연구전문인력에 대한 처우는 어땠나.

서 : 리서치 펠로우에게는 일정 금액(300만원) 이상의 월급과 4대보험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기존에는 대학에서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많은 박사급 연구원이 대부분 계약직으로 활동해왔다. 휴가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4대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는 연구원도 많다. 연구비 지원이 적은 다른 대학 실험실에 근무하는 어느 박사급 연구원은 월 150만원을 받고 일하고 있다.  

김 : 교수가 되는 문은 너무 좁았다. 박사급 연구원의 대부분 일용직 연구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학 시간강사가 왜 자살하는지 이해가 간다. 연구를 접고 학원강사로 뛰쳐나가는 사람들 심정도 알만 하다. 그나마 가톨릭대학교는 ‘연구계약교원’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4대보험과 일정 급여를 제공받아왔지만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이런 제도조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사급 연구원인 한 친구는 교수 눈치 보면서 정작 하고 싶은 연구는 포기하며 살고 있다. 

- 제대로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직원인 교수(임상의사)와 연구전문인력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다.

서 : 둘의 관계가 동등하고 상호보완적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한 교수 밑에 종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특정 교수의 리더십이나 연구지도 능력에 따라 밑에 있는 연구자의 실적이나 능력이 평가 받게 되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경우, 연구전문인력들만이 모여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지위에서 한 곳에서 공동연구를 하거나 상호 협력해 좋은 연구결과를 이끌어 내고 있다. 한국에도 리서치 펠로우처럼 연구전문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가 확대된다면 신진과학자들의 연구 능력을 높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 : 임상의사와 연구자는 동등한 전문인으로서 각자의 학문을 존중해야만 의학분야의 연구가 발전할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임상의와 연구자가 상하관계에 놓인다면, 연구자의 창의력과 열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대학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체제를 전환해야 하는 이유와 진정한 연구중심병원이 되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나. 

▲ 가톨릭의대 서정민 연구교수.

서 : 기존의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면서 영리를 추구했다면 지금의 세계적인 추세는 환자를 고치는 치료행위를 넘어서 치료 물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나 임상시험 등의 연계를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주력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대학병원도 이러한 연구중심병원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면 전문연구인력에 대한 과감한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 대학병원의 연구시설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네이처를 장식하는 연구결과가 많지 않은 건 그만큼 사람한테 투자하는데 인색했기 때문이다.

김 : 임상의사와 밀접한 관계 아래 연구를 진행하면서 아직도 분자적 진단 기법이 낙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부분에 연구전문인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연구중심병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더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정한 연구중심병원이 되려면 무엇보다 연구자와 임상의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전문분야를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의과학 분야의 연구자로 평생을 바치는 결심을 하는데 영향을 끼친 멘토가 있다면.

김 : 개인적으로 가톨릭대학교 세포유전자치료센터의 오일환 교수를 존경한다. 줄기세포라는 학문에 발을 디디게 해줬고, 신나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해줬다. 희귀질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드는 꿈을 갖게 한 분이다.  

서 : 어릴 적에 노벨 위인전을 책이 닳도록 봤다. 노벨처럼 과학사에 한 획을 긋는 인물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연구전문인력을 홀대하는 현실에 부딪히면서 순수한 꿈을 많이 잃어버리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가 기초과학 분야 지원에 조금씩 눈을 뜨는 것 같아 다시 노벨을 떠올리곤 한다. 

- 10년 혹은 20년 후 미래를 상상해본다면.

서 : 앞으로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백신 개발인데, 요즘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백신뿐만 아니라, 암이나 동맥경화 등의 다양한 병에 대한 백신도 개발되는 추세다. 특히 이전 연구과정에서 DNA로부터 유래된 CpG라는 백신보조제에서 높은 활성을 가진 후보를 발견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후속 연구를 병행하면서 백신개발을 해보고 싶다.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나온 백신을 능가하는 백신을 개발해 난치병을 고치는데 일조하는 게 꿈이다. 

김 : 간엽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희귀질환자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60세가 넘어서도 은퇴 걱정없이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 그런 측면에서 박사연구자들의 처우가 개선돼야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은 게 현실이다.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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