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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만나다] "의사 시신유기 사건, 의료윤리 아닌 시스템의 문제"김건상(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
지난 달 3일 발생한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유기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의사가 환자 진료 외의 목적으로, 또 비정상적인 조합의 다양한 약물을 한꺼번에 투여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의 화살은 의사라는 직업에 꽂혔다. 특히 의사의 윤리의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료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 1일 의료기관평가인증원장에 취임한 김건상 원장은 이번 사건을 의사 윤리의식보다 의료시스템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원장은 의료기관 인증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었다면 예방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의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은 해당 의료기관에서 인증시스템이 적용됐다면 달라졌을 일"이라고 말한다. 

이번 사건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씨는 자정 쯤 빈 병실에 들어가 숨진 이씨에게 처방전 없이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과 마취제인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등을 포함해 12가지 약물을 섞어 주사했다. 이에 대한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김 원장은 "인증된 시스템 안에서는 의사가 그런 약물들을 함부로 처방내리기도 어렵지만, 처방이 있더라도 약을 쉽게 손에 얻지도 못한다"며 "안전에 대한 시스템만 있었다면 향정신성의약품 등 위험성이 있는 의약품은 접근 자체가 제한되고 차단되기 때문에, 이런 사건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 따른 인센티브는 시기·효과 따져 적절하게 해야" 의료기관 인증제는 이처럼 환자 안전이 보장되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리 걸러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또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제도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자율 인증인데다 인증에 필요한 비용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인증원으로서는 유인책이 항상 당면과제였다.

김 원장은 인증획득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인증제 자체가 인센티브에 의존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의료기관에게 인증제의 가장 매력적인 인센티브인 '수가 연동'에 대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가가 보조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오히려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노골적이라는 점에서 바람직지 않다는 측면도 있다. 인센티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되 인증제 저변 확대를 위해 여기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인증에 따른 인센티브의 하나로 계획돼온 인증 병원 홍보와 관련해서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칫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인증받은 병원을 이용하라는)홍보를 지금하게 되면 아직 인증받지 않은 병원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 또 홍보를 너무 세게 하면 가뜩이나 국민들이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가라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면서 "어느정도 중소병원들의 인증이 이뤄지면 적절한 시기를 택해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제도·시스템의 한류' 열풍 꿈 꿔

김 원장은 인증원이 지난 4월 국제의료질관리학회(ISQua)로부터 국제 인증(‘인증을 인증’하는 유일한 국제적 외부 평가프로그램)을 획득해 국내 의료기관평가 인증프로그램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을 발판으로, 항후 해외 인증기관들과 경쟁하고 브랜드가치를 높여 국제인증을 선도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인증원은 또 다른 ISQua 인증을 준비 중이다. 지난 4월 받은 인증은 ▲기준 ▲조직 ▲조사위원 교육프로그램 등 ISQua의 세가지 인증 프로그램 중 '기준'에 대한 프로그램이다. 인증원은 나머지 '조직'과 '조사위원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인증까지 받아 공신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 뿐 아니라 해외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까지 진출해 세계적인 인증기관들과 경쟁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김 원장은 "지금은 국제인증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통과한 것이다. 다른 부분에 대한 인증을 빠른 시일내에 받을 예정"이라며 "현재 인증을 받고 싶어하지만 인증기관이 없어 못받는 나라가 많다. 국제 인증이 완성되면 착실히 준비해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JCI 인증을 우리가 대신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사실 김 원장은 국시원장 당시 국시원의 영문학술지를 서태평양 아시아 의학교육학회 공식 학술지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가장 큰 희망사항은 '의료제도 및 시스템의 한류' 열풍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향후 인증원이 해외 진출을 이루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동남아 의과대학을 인증하고, 국시원이 아시아 국가중 첫번째(세계에서 세번째)로 도입한 의사실기시험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하게 되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국제화라는 측면에서 한국 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다르지 않다"며 "지금도 의료기술은 선진화 돼 있지만 의사국가시험, 의대 인증평가, 의료기관 인증제도가 해외에서 인정받을 때 비로소 의료문화 선진국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머지 않아 이런 기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장훈 기자  jh@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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