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재, 국내 의료산업 분야를 관통하는 두 가지 핵심 트렌드는 바로 IT와 의료가 결합한 ‘U-헬스케어’(혹은 모바일 헬스케어), 그리고 ‘의료관광’이다.

U-헬스케어는 2000년대 초반 급속한 병원정보화 흐름을 타고 등장한 이후 IT와 영상, 통신기술 등이 결합하면서 상당한 수준까지 기술개발이 이뤄졌다. 초기에는 휴대폰과 연결해 혈압과 혈당 등 간단한 생체신호 측정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환자의 의료영상을 보고 의사가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미 대기업과 대형병원이 손잡고 U-헬스케어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의료관광 역시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의 ‘블루오션’ 중 하나로 꼽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12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이 지불한 진료비만 1,809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1,000만원 이상 진료비를 지불한 고액 환자도 5,000명이 넘는다고 하니 병원들 입장에서는 해외환자 유치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이 두 가지 분야를 적극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U-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 의사와 환자간 직접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또 민간보험사가 해외환자를 상대로 의료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대기업과 대형병원 입장에서는 U-헬스케어와 의료관광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매력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다. 일각에서는 모바일 기기 기반의 U-헬스케어가 상용화되면 의료기관을 직접 가지 않더라도 의료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져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까 싶다.

무엇보다 U-헬스케어와 의료관광이 더욱 활성화되고 상용화될 경우 의료서비스 이용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U-헬스케어 도입을 위해서는 의료기관은 물론 의료서비스 이용자 측에서도 기본적인 단말기와 서비스 이용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찮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면 경제적 계층, 혹은 세대간 U-헬스케어 접근성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보급이 활성화 되면서 장노년층과 지역 농어민, 그리고 저소득층의 정보화 접근성이 크게 뒤쳐지는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마찬가지로 원격진료 기반의 U-헬스케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초기 서비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계층은 자연스럽게 ‘U-헬스케어 사각지대’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중소병원이나 개원가 역시 초기에 U-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워 적극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서기 힘들 것이다. 결국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U-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용자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관광 산업 활성화 역시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병원들은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수익이 되는 의료서비스 영역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해외환자 유치에 따른 내국인 환자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저하를 방지하려는 취지로 입원실 정원의 5% 이하로만 외국인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적 제한을 두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허용하고, 병원들의 의료관광 활성화를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잇달아 펼 경우 내국인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질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게다가 이미 많은 병의원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초점을 맞춰 성형이나 피부미용 등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면서 지역에 따라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 체계가 약화되는 현상마저 발생하고 있다.

U-헬스케어와 의료관광을 적극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취약한 공공의료 서비스를 더욱 확충하고, 응급의료시스템 등 필수의료서비스 이용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의료산업 육성과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일종의 ‘투트랙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투트랙 정책이 균형을 잃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09년 5월 외국인 환자 유치 법안이 통과된 이후 올해까지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3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며 지속적으로 지원 예산을 늘려왔다. 반면 같은 기간에 필수의료서비스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예산은 제 자리 걸음이거나 되레 축소됐다. 그 결과, 이 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이 되레 축소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의료산업화 정책인지 묻고 싶다.

U-헬스케어와 의료관광 활성화는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다. 더 이상 효과도 불분명하고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의료양극화를 부추기는 의료산업화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더 많은 국민들이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의료공공성 강화에 더욱 전력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우선이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