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하반기 의료법 개정키로…국내 보험산업 '신성장동력' 기대감 높아

민영보험사가 해외 판매 보험상품을 통해 외국인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업은 지난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창출된 산업으로 당시 의료법 개정안에는 환자에 대한 소개‧유인‧알선 행위의 경우 외국인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토록 규정했다. 

다만 민영보험사는 외국인환자 유치행위를 금지하는 예외조항을 뒀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2월 의료관광 활성화 방안으로 보험회사 등에도 외국인환자의 유치를 허용하는 ‘서비스산업 선진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17일 열린 ‘제 3차 경제활력회의’에서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민영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활동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의료법이 개정되면 앞으로 국내 보험회사, 상호회사,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가 의료기관과 연계한 외국인환자 유치 보험상품을 만들어 해외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민영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은 국내 보험산업의 신성장동력이라고 불릴만큼 보험업계가 거는 기대는 크다.

보험연구원 이창우 연구위원은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 대상이 보험회사 등으로 확대될 경우 외국인 대상 민영건강보험 시장의 확대 및 새로운 수익기반 확충, 시장 확대에 따른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 진출을 유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의료서비스와 연계된 특화 보험상품 개발 촉진을 비롯해 관광·숙박 및 요식업 등 관련 산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미 국내 보험회사는 동남아시와 중앙아시아 등에 진출해 영업하고 있어 외국인환자 유치업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생명 등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일본 6곳, 중국 16곳, 홍콩 2곳, 베트남 8곳, 싱가폴 3곳 등 아시아 지역에만 총 45곳의 지사를 두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도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으로 보험산업의 활로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S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의 수준 및 가격경쟁력이 높아 의료관광 개념의 해외보험상품 시장의 잠재력이 클 것으로 본다”며 “3년전부터 외국인환자 유치 시장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활성화에 긍정적 기대…"건강보험체계 상업화 초래할 수도"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업은 의료법 개정만 추진된다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높다.

이미 외국 글로벌 보험사가 국내 의료기관과 직불계약을 맺고 우리나라 환자를 상대로 유치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 병원과 환자협약을 체결한 외국 보험사는 MSH-china, 미국AIG, 미국 UHI, 미국 CIGNA 등 7~8곳에 달한다. 이들 보험사와 직불계약을 맺은 의료기관도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 20여곳이다.

민영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업 허용은 의료관광 활성화와 한국의료 홍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의료관광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호재임은 틀림없다”며 “또 보험사들이 전사적으로 의료관광 상품을 해외에 홍보하면서 한국의료의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병원들은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국내 병원과 외국 보험사의 직불계약 이후 해외환자 유치 건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라는 것이다.

서울지역 한 대학병원 대외협력팀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와 직불계약을 맺었지만 유입환자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해외환자들이 국내 의료관광과 연계한 보험상품을 선택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그만큼 한국의료의 인지도를 올리는 게 쉽지 않다. 국내 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상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더 중요한 것은 특정 보험사가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이 높아져 유입환자가 늘어날 경우 병원들을 상대로 ‘갑’ 역할을 하려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상품의 상업화로 인한 공보험체계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영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검토한 2009년 국회보고서를 보면 민영보험사가 향후 내국인 환자 유치 활동까지 논의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민영보험사가 특정 병원과 연계한 민영의료보험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소위 ‘미국식 의료제도’를 도입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하므로 공보험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영보험사의 외국인환자 유치 허용과 관련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은 “국내 보험사가 해외환자를 대상으로 시장 논리에만 맞춰 보험상품을 개발, 판매하다보면 가입자의 보험료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상품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체계에도 상업화를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오는 9월부터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 등과 함께 의료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 11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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