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의원,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발의 준비
의료계 "응급실 폭력 발생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문제"

▲ 현재 서울시의‘상습주취자에 대한 공적개입체계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야간에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는 서울시립 보라매병원 응급실.

경찰이나 소방대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신체적·정신적 회복 치료를 위한 응급입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취자를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데 이어 응급실에 경찰관을 상주토록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그러나 의료계는 경찰관이 응급실에 상주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응급실 폭력 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지난달 '정신보건법 개정안' 대표발의에 이어 응급실에 경찰관이 상주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찰관직무직행법 개정안'의 의원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원유철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응급실 주취자 난동에 대한 대책과 의료진·환자의 치안 확보 문제는 오랫동안 논의돼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하지만 경찰 인력확보 문제가 쉽지 않아 생각보다 발의가 늦어지고 있다”며 “개정안이 발의된다면 의료기관장의 요청 하에 경찰이 상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만 시행 초기부터 모든 응급의료기관에 경찰관을 배치하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보라매병원, 국립의료원, 동부병원 등 산하 시립병원에서 주취자를 비롯해 환자 또는 보호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폭력 등의 문제에 대처하고 위한 '상습 주취자에 대한 공적개입체계 구축사업’을 시행해 왔다.

이 사업은 주취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주취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한 후 주폭인 경우 형사입건을 통해 지구대로 신병처리하고, 만취 주취자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하는 사업이다. 특히 야간 시간대에는 응급실에 경찰관을 배치토록 했다. 서울시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이 시범사업으로 3개 병원의 치안문제는 사업 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 차원에서 주취자의 상태를 구분해 폭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주취자는 경찰로 인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무작정 응급실로 보내지 않고 어느 정도 걸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을 상주토록하는 시범사업이 범죄에 노출되고 신변을 위협받을 수 있는 만취자를 위한 복지 차원에서 시행됐기 때문에 응급실 난동이나 폭력 예방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임태호 교수는 “주취자를 응급실로 이송하는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책임 떠넘기기일 뿐”이라며 “주취자로 인한 응급실 과밀화나 환자 피해를 경찰관 상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단편적 발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취자가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리는 경우 경찰이 이를 저지하거나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응급실 난동 때문에 신고하더라도 경찰은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개입하기보다 술이 깨길 기다려 보자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쑤”라며 “응급실에 경찰을 상주시키는 것보다 차라리 필요시 경찰이 순발력있게 응급실 난동을 저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경찰이 상주한다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난동 예방과 같은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인력과 예산이 많이 소요돼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며 “경찰이 주폭 피해를 사전예방 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대응해 주취자가 응급실 치료까지 필요로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원유철 의원이 준비 중인 경찰관직무집행 개정안에 대해 회원들의 의견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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