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대형병원·대기업 특혜정책" 비판도 만만찮아

 

대기업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올 하반기 중 의사와 환자간 직접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런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뤄질 경우 원격진료를 근간으로 한 대기업의 U-헬스케어 사업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사-환자간 직접 원격진료가 허용될 경우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고, ‘동네의원 과밀화’로 가뜩이나 환자 수가 줄어 울상인 개원가의 경영난을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높다.

정부는 지난 17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고 국민들의 의료편익 증진을 위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난 2003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사와 의사간 자문을 위한 원격진료는 허용돼 있지만 의사와 환자간 직접 원격진료를 불법이다.

다만 제한적으로 도서취약지 등을 중심으로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추진돼 왔다.

정부는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원격진료 의료기관, 개인의료정보 보호․효율적 활용 방안, 의약품 전자 처방․배송 등 구체적인 제도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8월 중 ‘원격진료 도입 민관 T/F’를 구성해 연내에 의료법과 약사법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격진료 허용과 함께 ‘건강생활서비스법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민간기업도 건강증진과 질병예방을 위한 건강상태 점검, 생활습관 개선 등에 대한 상담‧교육, 영양‧운동 등 지도‧훈련, 건강상태 모니터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건강생활서비스법을 마련해 오는 11월가지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대기업·대형병원 U-헬스케어 사업 추진에 탄력 

만일 정부의 계획대로 전면적인 원격진료 허용이 이뤄지고 민간기업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 새로운 의료서비스 창출에 목말라하는 대형병원과 IT와 헬스케어를 접목한 비즈니즈 모델 창출에 눈독을 들이는 대기업 및 의료정보 전문업체에는 상당한 호재가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병원과 손잡고 U-헬스케어 사업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서울대병원과 함께 IT/통신과 의료가 접목된 융합형 헬스케어 합작투자회사 '헬스커넥트주식회사'를 출범, 모바일 기반의 자가 및 일상 건강관리 모델 및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KT가 연세의료원과 공동으로 의료-IT 융합사업 합작회사인 '후헬스케어(H∞H Healthcare)'를 출범시켰다.

후헬스케어는 병원정보시스템과 e-health, 네트워크병원의 경영효율화, 의료정보화 사업 추진을 목표로 한다.

이보다 앞서 작년에는 LG유플러스가 명지병원과 제휴를 맺고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를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업체는 삼성전자다.

메디슨 인수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의료기기사업에 진출한 삼성전자의 최종 목표는 원격진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 쪽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한 제품들을 보면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2009년 12월 식약청으로부터 제조품목허가를 획득한 '혈액검사용기기'는 음반CD 크기의 혈액검사용 디스크에 소량의 혈액을 주입한 후 혈액검사기에 삽입하는 간단한 프로세스만으로 당뇨·간·콜레스테롤·심장·신장 질환 등 총 19개 검사항목을 진단할 수 있다.

또 작년 8월 식약청에서 허가를 획득한 융복합 의료기기인 '카드형 혈압계'는 IT기술(스마트폰)과 BT(혈관탄성도와 맥파전달속도) 기술이 결합된 휴대형 제품으로 ▲자동전자혈압계 ▲카드형 혈압계 ▲스마트폰 등으로 구성돼 혈압 및 심전도 등의 생체신호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이 회사는 자사의 갤럽시탭을 활용한 '모바일 병원서비스 사업'을 위한 솔루션 개발도 거의 실용화 단계까지 개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가 주도하는 원격진료 서비스 기반의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에도 SK텔레콤, 인성정보, 삼성생명, 인포피아 등과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원격진료 허용과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이란 제도개선이 이뤄진다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헬스케어 사업 추진은 날개를 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원격진료-건강관리서비스 허용 부정적 시각도 높아

다만 상황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원격진료 기반의 U-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상당히 크다는 점과 원격진료의 효용성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우선 대형병원들은 원격진료 기반의 혁신적인 헬스케어 IT 도입에 폭넓게 찬성하고 있지만 개원가와 중소병원들은 원격진료 기술이 외래환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특히 원격진료 도입이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심화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왜곡시킬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미 정부가 지난 18대 국회 때 원격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결국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원격진료가 도입되더라도 과연 얼마나 많은 환자 수요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환자들에게 이 서비스가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란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원격진료 허용이 대형병원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육성 특혜정책이란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원격진료 허용과 민간기업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허용이 의료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의료인과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대형의료기관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전환하려는 시도"라며 "더욱이 현재 원격의료 인프라가 삼성 등 대기업들에 의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병원들이 이들 업체들과 연계해 원격의료시장을 장악한다면 의료를 독과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가 올 하반기에 원격진료 허용과 건강생활서비스법 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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