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중소병협 등 의료단체와 잇단 대화채널 가동…개원가 현안 논의는 지지부진

지난 17일 보건복지부에서는 대한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의 임채민 장관 면담이 진행됐다. 중소병협의 요청으로 성사된 이날 장관 면담 이후에는 곧바로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면담은 각각 약 1시간씩 진행됐다.

연이은 면담에서 백성길 회장은 간호등급제, 응급실 당직법 및 당직 문제, 수도권 대형병원 신·증설에 따른 의료인력 쏠림현상, 지방 거점병원 부족 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문제를 꺼냈다.  그동안 중소병원들이 정부 정책에 큰 반발 없이 묵묵히 따라왔지만, 새 제도와 규제강화 측면에서 가장 먼저 어려워지는 곳이 중소병원이라는 호소도 했다.

면담을 마친고 나온 백 회장은 "복지부가 환대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중소병원들의 어려움을 진지하게 경청했다는 얘기다.

백 회장은 "복지부 장관이 의료계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더라. '제도상 잘못된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했다"며 "일부 소상한 답변도 들었다.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말도 하고 나왔다"고 했다.

"형식적인 면담 아니다…현안 해결 위한 것"

이날 면담에 대해 중소병협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병원계 현안 해결 요구에 대한 복지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소병협이 기대감을 갖는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니다.

장관 및 보건의료정책실장 면담과 함께 복지부 과장을 비롯한 실무진과 중소병협 임원진이 참여하는 '중소병원 선진화 TF' 첫 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중소병원 선진화 TF는 중소병협이 요구한 현안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기구로, 복지부의 요청에 의해 꾸려졌다. TF에는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이창준 과장과 강준 사무관이 참여하고 , 중소병협은 유인상 사업위원장, 김태운 기획위원장, 송중호 부회장 등 임원진이 참여한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유인상 사업위원장은 "첫 회의인 만큼 상견례 형색이긴 했지만 간호등급제 기준을 좁혀주고 인력수급 등의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면서 "복지부가 중소병원의 의견을 들으려는 자세를 보였다. 앞으로 현안 문제가 해결되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중소병협만의 자의적 해석은 아닌 듯 하다. 복지부도 현안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처음에는 그분들(중소병협 측)이 장관 면담이나 TF 구성을 '보여주기'로 생각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중소병협 측도 이해한 것 같다. 복지부가 진지하게 현안 해결을 위해 뭔가 하고자 한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중소병원을 이대로 내버려 둘 순 없다. 복지부가 중소병원의 문제를 인지한 것"이라며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솔직하게 얘기해 달라고 주문했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의료계 내 양극화' 문제 해결에 초점…개원가는 요원

복지부는 의료계에서 대두되는 문제의 해결 고리로 '양극화'에 주목하고 있다. 전공의 문제, 병원계의 격차 및 인력 쏠림, 개원가의 불균형 등 의료계에 만연한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칼을 뽑은 것이다.

이태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알아보니 의료계에 양극화의 문제점이 몇 군데 있더라. 하나가 전공의 문제, 그리고 중소병원 문제와 개원가 문제"라며 "생각보다 양극화가 심한데 복지부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복지부는 의료계 현안 해결을 위해 부문별로 TF를 구성하고 있다. 인턴제 폐지 및 수련과정 개선을 위한 '전문의 제도개선 TF'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 정부와 의약단체간 논의를 통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의약계 발전협의체', 의사인력 적정수급협의체, 그리고 이날 첫 회의를 가진 '중소병협 선진화 TF'까지 다양하다.

각 TF에는 복지부 주도 아래 병협, 중소병협, 의학회, 대전협 등 의료계 단체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하지만 개원가 현안은 의협과 복지부의 냉전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의협 노환규 회장의 임채민 장관 면담 추진은 양 측의 갈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태한 실장은 "전공의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수련을 받는 사람이라는 측면으로 해결방안에 접근하고 있고, 중소병원의 문제도 이제 논의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개원가는 (의협과의 관계로 인해) 못하고 있다. 얘기를 해도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에 따른 문제를 논의·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포괄수가발전협의체 분과위원회는 의협으로의 창구 단일화를 고수하는 의협과 포괄수가 4개과(안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학회 및 개원의협의회와 직접 접촉하는 복지부 간 신경전으로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개원가의 현안 문제가 의협과 복지부간 감정싸움 속에 방치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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