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산부인과 시신유기’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은 급기야 의료법 개정안을 낳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이언주 의원은 지난 16일 의료인 결격사유에 살인과 사체 은닉을 추가하고, 이런 중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면허 재교부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료인에 의한 의료를 이용한 성관련 범죄는 거의 매년 마다 언론의 탑뉴스로 보도되곤 했다. 의료라는 특수성을 이용한 범죄이기 때문에 그 비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언론이나 일반 국민의 관심과 지탄의 대상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해 작년에는 성범죄 경력이 있는 의료인에 대한 취직 제한 입법이 생겨났고, 이제는 의료인이 관련된 살인이나 시신유기와 같은 강력범죄에 대하여도 형사적 처벌 이외에 면허박탈이라는 강력한 행정적 제제를 가하는 입법이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왜 또 의사만이냐’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타 전문가인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법의 규정 내용이나 공인회계사법 등 전문직 법규의 내용만을 보면 의료인이 현격하게 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는 어떠한 법규를 위반하든지 간에 실형을 받으면 형 집행 기간 동안은 물론이고 그 집행을 종료한 후 5년 이내에는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집행유예의 경우는 2년의 페널티가 있다. 또한 일정한 누적 처벌이 있으면 영구제명이 되는 규정도 있다(변호사법 제5조). 의료인에게는 최대 3년의 면허취소기간 정도이지 영구제명이라는 가혹한 행정처분규정 조차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면허 재발급 시에 재량권을 행사하여 면허 재교부가 적정치 못한 경우에 재교부를 거절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재교부 거부에 대한 시비를 남겨 두고 있어 행정부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 있다.

지난 2000년 7월13일 시행된 의료법(법률 제6157호) 이전에는 의료인도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무조건 범죄를 저질러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된 경우에도 결격이 되거나 면허가 취소가 되었다. 그러나 위 의료법 개정 이후로는 ‘의료법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위반’의 경우에만 면허 취득 결격이 되는 등으로 행정적 불이익의 사유가 현저하게 좁혀졌다. 입법 개정 이유는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입법적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의료인들은 알아야 한다. 

조금 더 부연 설명하자면, 2000년 의료법 개정은 회계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임에도 의료인에 대하여는 매우 큰 특혜이자 선물이었다. 예를 들자면, 의사가 간통을 하다가 들킨 경우라든지 교통사고로 행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 2000년 이전에는 면허취소의 위험이 있었는데 의료법 개정으로 인하여 면허가 지장 받는 경우는 없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서 의료인과 피해자간의 형사합의가 좀 더 수월해지는 이면적 효과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2000년 의료법 개정 이후에 형법상 사기 중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사기죄로 처벌받은 경우가 면허결격이나 취소사유로 추가되었다(2002년 12월5일 시행 제6759호 법률). 진료비 허위청구에 따른 사기죄를 범한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입법 여론이 통과된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허위청구 사기사건이라든지 이번 사건과 같이 사회적 여론이 있는 경우에 간헐적으로 그때그때 법 개정을 통하여 ‘살인’이나 ‘시체유기’등 사회적 여론이 된 형법상의 범죄를 추가할지(개별적 추가론) 아니면 전반적으로 공인회계사나 변호사처럼 모든 범죄에 대해 결격이나 면허취소사유로 할지(2000년 이전 의료법 규정론)에 관한 논의이다. 문제가 될 때마다 추가하는 방안은 의료법이 누더기처럼 되어 볼품이 없게 한다는 문제 이외 정작 문제된 당사자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까지 처벌하게 되는 법은 소급입법에 해당되기 때문에 위헌의 문제를 낳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적 추가 입법론은 입법방식으로는 권유할 만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과거 2000년에 과도한 규제라고 하여 폐기하였던 광범위 제한 입법을 부활시킬 사회적 명분도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사건이 좀 더 거센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유는 환자를 상대로 직업윤리를 져버리고 의료법이나 보건의료관련 법령위반은 물론이고 형법상 범죄까지 저질렀다는 점이라고 본다. 따라서 의료인이 자신이 진료를 하는 환자에 대해 현재의 의료법상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 이외에 형법 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면허부분까지 제한하거나 박탈을 할 합리적인 명분이 있다고 본다. 자연인으로 의료인이 아니라 업무로 하는 의료인의 경우만 좀 더 강한 윤리적 법적 의무를 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진료를 하는 환자를 상대로 사기를 치거나, 환자의 돈을 횡령하거나, 환자를 강간 하거나 강제추행을 하는 경우라면 형사처벌 이외에도 면허부분에 대해 좀 더 가중하여 처벌하는 것은 입법정책적인 면으로나 사회적 공감대의 면으로나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형법에도 일반적인 강간 이외에 자신의 직원이나 업무상대자에 대한 간음에 대하여 가중처벌을 하는 규정이 있다.

그렇지 않고 환자가 아닌 일반인에 대해 형법 등 범죄를 저지른 것을 가지고 형사처벌과 더불어 면허까지 문제를 삼는 것으로 회귀하는 것(2000년 이전의 의료법 규정으로의 회귀)은 규제완화라는 시대적 흐름에도 반하고 합리적 이유가 없는 가혹한 법개정이라고 본다. 더 나아가 그때그때 땜질식의 입법조치 또한 문제를 발본색원하여 일반적으로 예방하는 입법적 효과를 거두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김선욱은?

1994년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2003년 대한의사협회 법제 상근이사 2008년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학교 시장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2009년 대한병원협회 고문변호사2011년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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