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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사·금성환자(17)] 응급실서 "접수부터 하세요"란 말에 발끈하는 환자들

라포르시안은 의사와 환자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 이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성에서 온 의사, 금성에서 온 환자’ 란 연중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 기획은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부정확하게, 혹은 잘못 알려진 의학적 지식을 짚어내고 올바른 의료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전 미리 준비하거나 알아두면 병원 이용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의사가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나아가 환자들이 의료진의 고유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 의사-환자가 라뽀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어느 병원 응급실 입구.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혹시 나보다 늦게 온 환자가 먼저 진료를 받지 않을까, 다른 환자는 상태가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데 빨리 진료를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결국 참았던 불만이 터진다. "이렇게 아픈데 대체 의사는 왜 빨리 안오는 거야. 어디가 어떻게 아픈건지 왜 말을 안해줘" 한국소비자원 의료팀이 응급실 민원을 취합한 결과 환자들이 응급실 이용 불편으로 진료지연을 꼽았다고 한다. 대기시간이 긴 경우는 물론, 소변검사나 피검사, CT촬영 같은 진료상 불가피한 절차로 걸리는 시간도 환자들에겐 불만이다. 그렇다면 북적이는 응급실에서 진료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더 많은 응급실 병상과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응급실 수요만큼 인력과 시설을 계속 늘려 간다면 그만큼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내원도 많아져 새로운 문제가 야기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의료진이 응급실에서 환자들에게 설명하는 횟수만 줄여도 대기시간이나 진료시간은 크게 줄어 든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암에 대한 정보나 건강 상식은 잘 알고 있지만, 응급실은 평생 몇 번 찾을까 말까 하는 곳이라 기본적인 이용 방법이나 진료 절차를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

‘설명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환자들은 불쾌해 할 수도 있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은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데다 충분한 설명까지 없다면 더 불안해질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환자들이 요구하는 설명이나 반복되는 질문은 증상과 원인에 대한 것보다 응급실 진료 시스템에 관련된 게 많다고 한다. 바로 이런 질문에 답하는 설명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실은 먼저 온 순으로 진료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위중한 응급환자부터 먼저 진료해야 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본인보다 위급한 환자가 먼저 진료를 받는 것에 동의하지만 가끔 의료진이 순서를 헷갈려서 그런 줄 알고 ‘체계가 잡혀 있지 않다’며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의료진은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감정노동으로 시간을 허비한다.

피검사나 CT촬영을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말에 환자들이 더 불안해하거나,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일반 외래진료는 가장 흔한 증상과 일반적인 병을 염두하고 진료하지만 응급실에서는 환자의 생명이 위험 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진료를 한다. 그래서 의료진의 판단 하에 피검사, CT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다. 

응급실을 찾는 환자나 보호자가 가장 쉽게 발끈하는 말아 바로 "접수부터 하세요"다. ‘환자가 위급한데 왜 돈부터 받으려고 하냐’는 식으로 감정이 상한 환자나 보호자들이 반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응급실을 찾으면 접수부터 해야 진료가 가능해진다. 접수가 안되면 차트가 만들어지지 않고 처방을 입력할 수 없어 나중에 필요한 약이나 처치를 입력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환자의 신상과 병력을 개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빨리 진료가 가능해진다. 이런 이유를 잘 모르거나 마음이 급한 환자나 보호자에게 접수부터 해야 한다는 말이 불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응급실에 전화해 증상을 설명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보호자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진이 전화로 증상을 파악하고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의가 없다고 느끼기 쉽다. 의료진이 일러준 대로 응급처치를 했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다시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보호자도 있다. 방금 통화한 의사를 찾아달라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 응급실에서는 또 다른 환자의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급하게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받고 응급한 경우가 아니란 진단이 내려져 외래진료를 권하고 귀가 조치를 하면 진료비를 내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 응급의료관리료까지 더해지면 진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그러나 응급실 도착 이후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의료행위란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응급실 이용 절차를 둘러싼  환자 및 보호자들의 민원과 불만은 대부분 오해와 이해 부족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병원 차원에서 응급실 진료 절차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 접수부터 해야 하는지, 피검사나 CT촬영은 왜 해야 하는지 등의 이유를 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다면 응급실에서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설명 시간도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에서 왜 환자나 보호자가 불필요한 질문과 비합리적인 불만을 제기하는가 탓하기 전에 먼저 정확한 절차와 의료행위의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소통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말 :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임태호 교수, 연세의대 응급의학교실 김승환 조교수]

박소희 기자  lifegoeson@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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